시(詩)

▩임금과 성자(聖者)

개마두리 2011. 12. 12. 17:53

 

 

신하가 임금에게 "폐하! 성자 나로탐은 궁전의 사원에는 발을 들여놓은 적이 없사옵니다. 그 자는 넓은 길가의 나무 밑에 앉아서 신을 찬미하는 노래를 읊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사원에는 예배하는 사람이 없습니다. 그들은 흰 연꽃을 싸고도는 벌떼와도 같이 그 자를 둘러싸고 모여 황금이라는 꿀단지도 대수롭지 않게 내던지고 있습니다."라고 아뢰었습니다.

 

임금은 마음이 심란해져 나로탐이 앉아 있는 풀밭으로 갔습니다. 그리고 그에게 "교부(敎父)시여, 어이해 천장이 황금으로 만들어진 짐의 사원을 떠나서 이 바깥 땅에 앉아 신의 사랑을 가르치시오?"라고 물었습니다.

 

나로탐은 "신께서 폐하의 사원에는 계시지 않기 때문입니다."라고 대답했습니다.

 

임금은 얼굴을 찌푸리며 "그대는 그 찬란한 예술품을 만드는 데 2천만 금(金)이 들었고, 또 다 만든 다음 고귀한 예식을 치뤄서 신께 바쳤다는 사실을 알고 있소?"라고 말했습니다.

 

나로탐은 그 말을 듣더니 "예, 알고 있사옵니다. 그것은 폐하의 백성 수천 명이 집이 불탄 나머지 궁전 문 앞에서 구원을 청했으나 허사로 끝났던 바로 그 해에 일어난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신께서는 '자기 형제에게 피신처 하나도 줄 수 없는 가난한 중생이 내 짐을 질 것이다!'라고 말씀하신 것입니다. 신께서는 그렇게 말한 다음 길가 나무 밑, 몸 피할 데가 없는 곳에 자기 자리를 잡으셨습니다. 그러니 저 '황금 물거품'은 뜨거운 자랑이라는 물기 말고는 아무 것도 없지 않사옵니까?"라고 대답했습니다.

 

임금은 노하여 "짐의 땅에서 떠나라!"고 소리쳤습니다.

 

성자는 조용히 "예, 폐하께서 소승도 소승의 신을 귀양보낸 곳으로 귀양보내 주소서."라고 말했습니다.

 

― 라빈드라나트 타고르 시인의 시집『열매따기』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