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서장

▩[고침]이븐 루슈드의 말

개마두리 2012. 5. 21. 16:53

 

 

이성(理性)이 인간을 오류로 이끌고 간다고 해서 이 오류 때문에 사물을 구별하고 가늠하여 생각하고 판단하는 일을 막는다는 것은 마치 물에 빠져 죽은 사람이 있다고 해서 사람들에게 물을 마시지 말라고 명령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물론 이성이 나쁜 일을 위해 쓰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이성을 쓰는 것을 막을 수는 없습니다.

 

 

신(神)께서 물질에 앞서 첫 번째로 만드신 것이 바로 이성입니다.

 

 

신께서는 생각하는 능력의 훈련을 통해 분별하고 알아낼 수 있는, 바뀌지 않는 수학적 원리에 따라 움직이는 우주를 만들어 내셨습니다.

 

 

따라서 앎은 신을 믿지 않는 것이 아니며 신의 피조물에 대한 뿌리침이 아니라 신이 바라신 법칙에 대한 이해로 이끄는 것입니다.

 

 

이런 법칙을 연구하는 철학은 이성과 우주에 대해 깊이 파고들며 생각할 수 있는 권리의 표현입니다.

 

 

예술작품이 우리를 예술가에게 다가갈 수 있도록 해주듯, 철학은 영원하신 신에게 다가갈 수 있도록 해줍니다.

 

 

반면에 이성 없이 신과 우주의 신비에 다가갈 수 있다는 주장은 우리를 미신과 광신으로 이끌며 이것은 무엇이든 다 하실 수 있는 신을 기쁘게 하는 것이 아닙니다.

 

 

* 이븐 루슈드 :

 

 

Ibn Rushd. 중세 이슬람의 철학자. 서기 1126년에 태어나 서기 1198년에 세상을 떠났다. 에스파냐의 ‘코르도바’에서 태어났다. 처음에는 법학과 신학을 배웠고, 나중에 철학과 의학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책에 주석을 다는 일을 했으나, 이 일 때문에 ‘전통 신앙을 거스르는 짓을 한다.’는 오해를 사 감옥에 갇혔다(오해를 피하기 위해 덧붙이자면, 이는 예외적인 경우였다. 이슬람 사회는 처음부터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였고, 서기 8세기의 아랍인 학자는 자기가 ‘아리스토텔레스의 계승자’라고 선언했다. 또한 오늘날의 이란 대학에서도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은 ‘필수 과목’으로 정해져 있다).

 

 

얼마 후 감옥에서 풀려난 그는 모로코로 건너가서 살았고, 그곳에서 죽었다. 그의 철학은 서유럽으로 건너가 아베로에스 파(派)라는 학파를 만드는 밑거름이 되었다. 그는 믿음(종교)과 이성(철학)이 어울릴 수 있다고 믿은 사람이었다. 서유럽 사회는 그에게서 아리스토텔레스 철학을 이어받았고, 그의 철학에 영향을 받아 철학을 다시 꽃피울 수 있었지만, 뻔뻔하게도 그를 ‘아류’나 ‘멍청한 이교도 학자’라고 부르며 깎아내렸고 최근에야 그를 다시 평가하기 시작했다.

 

 

그는 “원인의 거부는 지식의 거부를 뜻하고, 지식의 거부는 세계 안의 어떤 것도 진정으로 알 수 없음을 뜻한다.”고 말하며 지식의 탐구와 원인에 대한 분석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