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하늘 높은 곳에서 내려와 보시오. 할머니, 그 가엾은 분이
가르쳐 주신 기도는 잊어버렸소. 그분은
이제 편히 쉬신다오.
빨래도 청소도 안 해도 되고, 종일
입을 거리 걱정도 안 해도 되고,
밤새워 애닯게 애닯게
기도할 일도, 아버지에게 애원하고, 슬며서 투덜거릴 일도 없소.
하늘 높은 곳에서 내려와 보시오, 하느님이 계신다면, 그렇다면
내려와 보시오.
난 이 모퉁이에서 굶어죽을 지경이오.
뭣 땜에 태어났는지 도통 모르겠소.
거절당한 손을 바라보고 있소.
일이 없어요, 일이.
좀 내려오시오, 와 보시오.
내 꼴을, 이 찢어진 신발을,
이 고뇌, 이 텅 빈 창자,
내 한 입 채울 빵 한 쪽 없는 이 도시, 온몸을
파고드는 신열,
이렇게 비를 맞으며
잠들어, 추위에 떨고 쫓기니
정말 알 수가 없소, 아버지, 내려와 보시오.
내 영혼을 어루만지고, 내 마음을
들여다봐 주시오.
난 도적질도, 살인도 하지 않았고, 그저 어린아이였을 뿐
그런데도 날 때리고 또 때리고
정말이지 알 수가 없소. 아버지, 정말 하느님이 계신다면,
내려와 보시오. 내 안에서
체념을 찾지만 그런 건 없소. 이 분노를 움켜쥐고,
날을 세워 나도 때려 보렵니다.
목구멍에 피가 차오르도록 소리칠 테요.
더 이상은 못하겠으니까, 나도 창자가 있고
나도 사람이니까.
내려와 보시오, 당신의 피조물을
어떻게들 만들어 버렸습니까, 아버지?
거리에서 돌멩이를 씹는
성난 짐승 아니오?
- 후안 헬만 시인의 시
* 출처 :『새 한 마리 내 안에 살았지』(후안 헬만 지음, 성초림 옮김, 문학의 숲 펴냄, 서기 2012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