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마(역사)

▷◁[단독]‘800년전’ 고려 증도가자에서 20세기 인공원소가 나왔다고?

개마두리 2015. 11. 16. 14:44


-『한겨레』기사


- 입력 : 2015.11.16.


- ‘고려 금속활자’ 진위 논란 빚어온 ‘증도가자’


- 1930년대 발명 인공원소 ‘테크네튬’ 성분이 검출


- 변조 여부 둘러싼 논란 더욱 거세질 것으로 예상


2010년 남권희 경북대 교수가 세계 최고의 고려 금속활자라고 주장하며 공개한 뒤 진위 논란을 빚어온 ‘증도가자’의 일부 활자에서 1930년대 발명된 인공원소인 테크네튬 성분이 검출된 사실이 밝혀졌다. 남 교수는 증도가자 활자들의 연대를 현존 세계 최고의 고려금속활자본인 <직지심체요절>(1377)보다 100년여 앞서는 13세기라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활자 일부에서 20세기 발명된 원소 성분이 확인됨에 따라 증도가자 위변조 여부를 둘러싼 의혹과 논란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이런 사실은 고려·조선 활자 전문가인 이재정 국립중앙박물관 고고역사부 학예연구관이 14일 열린 한국서지학회 가을공동학술대회(국립중앙도서관) 토론에서 올해 2월 경북대산학협력단(책임연구원 남권희 교수)이 문화재청 용역을 받아 펴낸 보고서 <증도가자 기초학술조사연구>를 검토, 평가한 내용을 공개하면서 드러났다.


이 연구관은 이 보고서에 증도가자의 선행연구 사례로 소개된 개인소장 증도가자 활자인 ‘法(법)’자를 문제 삼았다. 증도가자로 분류된 활자 중 유일하게 이 ‘法’자의 표면을 긁어 금속 성분을 분석하는 파괴검사를 벌여 분석한 결과 본래 금속활자의 주성분인 구리와 주석 외에 인공원소인 테크네튬 성분이 2. 62%검출됐다는 것이다. 이 학예관은 “보고서를 보면, 이 ‘법(法)’자의 성분 구성은 산소(O) 1.74%, 규소(Si) 0.49%, 구리(Cu) 88.5%, 테크네튬(Tc) 2.62%, 주석(Sn) 6.66%로 나와있다. 그런데 미량이 나온 테크네튬(원자번호 43)는 과학자들이 인공적으로 만든 최초의 원소로 자연상태에서는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이런 원소가 검출된다는 것은 활자를 위조한 것이던가, 아니면 분석결과를 신뢰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고 밝혔다. 테크네튬은 1937년 이탈리아 광물학자 카를로 페리에르와 이탈리아 출신의 미국 물리학자 에밀리오 세그레이가 처음 만들어낸 방사성동위원소다. 우라늄보다 가벼우며 핵의학영상검사 등에 쓰이는 소재로 알려져 있다. 연구용원자로에서 만들어내는 인공원소여서 고려활자의 옛 제조과정에서는 들어갈 수 없는 성분이라는 게 학계의 일반적인 견해다.


경북대산학협력단이 작성한 보고서에는 테크네튬이 어떤 유래를 지닌 원소인지에 대한 설명은 없고, ‘법’자의 성분 분석결과가 조선시대 활자의 구성성분과 유사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 연구관은 “보고서에서 근거로 댄 조선시대 활자들은 비교 자료로서의 유용성이 떨어지며, 문제의 활자 성분에는 다른 활자에 대부분 들어가는 납(Pb)도 포함되지 않는 등 다른 활자들과 성분 내용이 일치하지 않는 문제도 생긴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남권희 교수는 15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문제의 ‘법’ 활자는 증도가자를 다량 수집한 김종춘 다보성고미술대표의 소장품으로 10년전 김기호 충북대 신소재 공학과 교수팀이 유일하게 파괴분석 조사를 벌였으며 당시 조사경위는 나도 잘 모른다”며 “당시 조사팀에게 확인해보고 의문이 남아있다면 다시 파괴검사를 해서 진상을 가릴 수 있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증도가자의 진위 논란은 지난 5년여간 국내 문화재학계의 뜨거운 감자다. 세계 최고 고려활자설을 주장해온 남 교수팀은 지난해 문화재청의 연구용역을 맡아 올해 2월 증도가자가 진본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한 보고서를 냈으나, 되레 연구용역 선정과정에서의 편파특혜 논란을 불러일으켰고, 이후 문화재청이 문화재위원회와 함께 4월부터 각계 전문가를 동원한 종합조사에 착수한 상태다.


뒤이어 지난달 31일 열린 한국문화재보존과학회 추계 국제학술대회에서는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강태이 연구사가 증도가자로 분류됐던 청주 고인쇄박물관 소장 활자 7점을 비파괴 분석한 결과 위조 가능성이 높다는 견해를 내놓아 논란을 다시 점화시켰다.


남 교수는 이에 대해 보존과학 학술대회에서 바로 반론을 편데 이어 14일 서지학회 정기학술대회에도 원래 일정에 없던 반론을 자청해 “국과수 조사결과는 문화재 보존과학과 서지학적 지식 등에 대한 정보 부족으로 나온 잘못된 해석과 판단”이라고 주장하며 진품설을 고수했다. 이재정 연구관의 발표는 이날 남 교수 반론에 대한 질의 형식으로 이뤄진 것이다. 이 연구관은 “활자의 진위 여부를 떠나 경북대산학협력단의 보고서는 상당부분 근거가 미약한 추론으로 채워져 있다. 논란의 당사자들이 모두 한자리에 모여 활자의 성분 문제 등을 비롯한 증도가자의 쟁점을 논의하는 평가토론회가 있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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