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화

[우언]멍청이들

개마두리 2019. 6. 1. 23:23

* 우언(寓言) : 우화를 일컫는 다른 말.


대장장이와 그의 아들이 함께 검을 팔고 있었다. 그때 이웃 마을에서 온 스님이 대장간 앞을 지나갔고, 대장장이는 이때다 싶어, 스님에게 검 한 자루를 권했다.


“스님! 먼 길을 여행하시는 것 같은데, 검 하나 필요하지 않겠습니까? 언제든지 도적들의 습격에 대비하셔야죠.”


스님은 검을 보지도 않고, 대장장이에게 웃으면서 말했다.


“허허, 모든 생명은 존엄한 것인데, 어찌 제가 감히 검을 휘두를 수 있겠습니까. 불심(佛心)으로 마음을 다하면 도적들도 물러나겠지요.”


스님은 대장간을 지나 시장을 빠져나갔고, 대장장이는 아들을 향해 말했다.


“저 멍청한 중 같으니라고, 부처가 도적들의 칼을 대신 맞아 준다더냐. 저 양반은 별안간 도적에게 습격받아 죽을 것이다. 아들아, 너는 저런 생각을 절대 가지면 안 되느니라.”


대장장이는 아들의 대답을 채 듣기도 전에, 대장간 앞으로 지나가는 어느 기생에게 검 한 자루를 권하기 시작했다.


“매월이, 어딜 그리 갑니까. 잠시 이리로 와서 이 검 한 자루를 보시오. 날이 당신의 콧날처럼 예쁘지 않소.”


기생은 대장장이를 향해 웃으며 말했다.


“어머, 제가 검을 어디다 쓰겠어요, 어찌 그리 무서운 걸 제게 권하십니까.”


기생은 손을 흔들며 대장간에서 멀어졌다.


“봐라, 아들아. 저렇게 멍청하니 기생을 하는 거다. 검 쓸 일이 왜 없겠느냐. 이 멋진 검을 높으신 대감한테 선물하면 인생 비단길 아니겠느냐? 쯧쯧.”


대장장이는 이내 지나가던 농부에게도 검을 권했지만, 농부는 검 쓰는 방법도 모른다며 대장간에서 멀어졌다.


“이 마을 사람들은 정말 멍청이들밖에 없구나. 검술을 모르면 익힐 생각을 해야지, 모른다고만 하니, 한심하구나, 한심해.”


대장장이의 말을 듣던 아들이 작은 목소리로 대장장이에게 말했다.


“아버지, 만약 저 농부에게 검이 아니라 쇠스랑을 권했다면 사지 않았을까요?


아들의 말에 대장장이는 크게 화를 내며 아들을 꾸짖었다.


“이 멍청한 녀석아! 너까지 멍청하게 굴 것이냐! 이 검 하나를 팔면 쇠스랑 열 개를 판 것과 같은데, 쇠스랑 따위를 팔고 있겠느냐!”


- 이광호,『숲』, 104 ~ 107쪽 


- 우화집 『숲』(이광호 지음, ‘도서출판 별빛들’ 펴냄, 서기 2017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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