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

땅그림

개마두리 2020. 7. 4. 13:43

앞마당에 앉아
그림 그리자

돌이하고
나하고 그리자

정말은
돌이 키가 더 클지 모르지만

정말은
돌이 주먹이 더 클지 모르지만

내가 그리니까
내 맘대로

돌이는 조그맣게
나는 크게 그리자

커다란 내 옆에
조그만 돌이가
겁나는 듯 서 있다
어쩐지 안됐다

조그만 돌이 그림
다시 지우고

나하고 똑같이
그려 놓자

키도 똑같고
손도 똑같고

사이좋게
사이좋게
서 있다.

- 권정생 작가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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