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살이 어느 때 가장 가까운 것이 어느 때 가장 먼 것이 되고 어느 때 충만했던 것이 어느 때 빈 그릇이었다. 어느 때 슬펐던 순간이 어느 때 행복한 순간으로 오고 어느 때 미워하던 사람이 어느 때 사랑하는 사람이 되었다. 오늘은 어느 때 무엇으로 내게 올까 - ‘김춘성’ 시인의 시 - 단기 4357년 음력 2월 9일에, 개마두리가 올리다 시(詩) 2024.03.18
노둣돌 ▶ 노둣돌 : 말에 오르거나 내릴 때, 발돋움에 쓰려고 대문 앞에 놓은 큰 돌. 이 고비만 넘으면 되는데 아무도 혼자서는 도저히 넘어설 수 없을 때, 그때 발아래 가만히 등을 대준다 나를 밟고 가라 스스로 제 몸을 누군가 발아래 대주는 일이란 짓밟히는 것이 아니다 도저히 건너갈 수 없을 때 그때 징검다리가 되어주는 일이다 - ‘홍하영’ 님의 시 (서기 2020년 시민공모전에 나온 시) 시(詩) 2023.10.06
새들의 노래 새들의 노래가 목마른 나의 갈망에 잠시 휴식을 안겨준다 나 또한 저들처럼 이토록 황홀한데 그런데, 말이 나오지 않는구나! 오, 우주의 영혼이여 제발 나를 통해서 무슨 노래든지 불러를 다오 - ‘루미’ 시인의 시 - 『 루미 시초(詩抄) 』 ( 작은 제목 「 내가 당신이라고 말하라 」. ‘마울라나 젤랄렛딘 루미’ 지음, ‘이현주’ 옮김, ‘늘봄’ 펴냄, 서기 2014년 )에서 ▶ 루미 : 서기 1207년에 태어나 서기 1273년에 세상을 떠난 중세 페르시아의 시인이자, 법률가이자, 신학자이자, 수피 교단의 창시자. - 단기 4356년 음력 8월 22일에, 개마두리가 올리다 시(詩) 2023.10.06
사랑 도살장 사살 도살장에서, 그들은 약하거나 불구인 놈은 말고 가장 잘생긴 놈만 죽인다 이 죽음에서 달아나지 말아라 사랑으로 인하여 죽임을 당하지 않는 자, 죄다 죽은 살코기다 - ‘루미’ 시인의 시 - 『 루미 시초(詩抄) 』 ( 작은 제목 「 내가 당신이라고 말하라 」. ‘마울라나 젤랄렛딘 루미’ 지음, ‘이현주’ 옮김, ‘늘봄’ 펴냄, 서기 2014년 )에서 ▶ 루미 : 서기 1207년에 태어나 서기 1273년에 세상을 떠난 중세 페르시아의 시인이자, 법률가이자, 신학자이자, 수피 교단의 창시자. - 단기 4356년 음력 8월 22일에, 개마두리가 올리다 시(詩) 2023.10.06
‘알 파라즈다끄’ 시인의 시에서 뽑아낸 시 구절 ▶ ‘알 파라즈다끄(al-Farazdaq/알 파라즈다크)’ : 서기 7~8세기에 우마이야 왕조에서 활약한 아랍 시인. 본명은 ‘함맘 븐 갈리브’다(‘븐’은 아랍어로 ‘아들’이라는 뜻이고, 보다 정확한 형태는 ‘이븐’, 그러니까 ‘~의 아들’이라는 뜻을 지닌 말이며, 아랍 세계에서는 이름보다 ‘아무개의 아들’이라는 명칭으로 불리는 일이 흔하다). 서기 641년, 오늘날의 이라크 바스라 시에서 태어났고, 서기 732년에 세상을 떠났다. 아크탈(al-Akhtal), 자리르(Jarīr)와 함께 우마이야(Umayyad)왕조를 대표하는 최고 시인 가운데 한 사람이며, 현실을 비꼬는 시와 자랑을 하는 시와 찬양을 하는 시와 불륜을 그린 시를 썼다. 특히, 자리르 시인과는 죽을 때까지 마흔다섯 해 동안 시를 100여 .. 시(詩) 2023.09.20
방랑자 방랑자인 나는 나의 먼지를 위해 기도하고 이방인 신세인 내 영혼에게 노래한다. 그리고 나는 아직 완성되지 않은 기적을 향해, 내 노래가 불사르는 세상을 지나가고 문턱을 놓는다. - ‘아도니스(본명 )’ 시인의 시 ― 『 너의 낯섦은 나의 낯섦 』 ( ‘아도니스’ 지음, ‘김능우’ 옮김, ‘(주)민음사’ 펴냄, 서기 2020년 )에서 ---------------------------------------------------------------------------------------------------- ▶ 인용자(개마두리)의 말 : 이 시는 좋은 시고, 깔끔한 시고, 사람의 마음 깊숙한 곳에 울려 퍼지는 시다. 그러나 옮긴이인 김능우 선생이 쓴 몇몇 낱말 때문에, 나는 마음 한구석에서 어느 정도는.. 시(詩) 2023.09.01
나날 그의 두 눈은 나날에 지쳤다 그의 두 눈은 나날에 아랑곳없이 지쳤다 그는 나날의 벽면들을 뚫는가? 또 다른 하루를 찾으며 있을까? 또 다른 하루가 있을까? ― ‘아도니스( 본명 )’ 시인의 시 ― 『 너의 낯섦은 나의 낯섦 』( ‘아도니스’ 지음, ‘김능우’ 옮김, ‘(주)민음사’ 펴냄, 서기 2020년 )에서 - 단기 4356년 음력 7월 13일에, 몸과 마음이 지칠 대로 지쳤지만, 그래도 삶이나 싸움을 포기하고 싶지는 않은(그리고 ‘자고 나면 좀 낫겠지.’하고 믿어보는) 개마두리가 올리다 시(詩) 2023.08.28
반달 아무도 반달을 사랑하지 않는다면 반달이 보름달이 될 수 있겠는가 보름달이 반달이 되지 않는다면 사랑은 그 얼마나 오만할 것인가 - 정호승 시인의 시 - 단기 4355년 음력 11월 13일에, 개마두리가 올리다 시(詩) 2022.12.06
풀잎에도 상처가 있다 풀잎에도 상처가 있다 꽃잎에도 상처가 있다 너와 함께 걸었던 들길을 걸으면 들길에 앉아 저녁놀을 바라보면 상처 많은 꽃잎들이 손을 흔든다 상처 많은 꽃잎들이 가장 향기롭다 - ‘정호승’ 시인의 시 - 단기 4355년 음력 11월 13일에, 개마두리가 올리다 시(詩) 2022.1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