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리 가을은 거칠고 음울했다. 이제 곧 서러운 눈이 내릴 것 같다 된서리가 맑은 유리창을 두드린다 계절은 성마르다 은행가들과 장군들의 계절 지금 이 시대 망치로 다져진 이 추위 발광 신호등의 시대 칼의 시대 무장한 하늘에 쇳소리가 절거덕거린다 서리는 폐부(肺腑. 허파 속 - 옮긴이)를 .. 시(詩) 2014.12.21
▷◁유리 제조공 불을 일으키고 도가니 속에 투명한 용액을 끓여 피와 땀을 섞어 넣는 유리 제조공. 남은 힘으로 용액을 붓고는 매끈한 판유리를 만든다. 해가 뜨면 도시로, 작디작은 시골 마을 오두막으로 빛을 가져간다. 노동자로 불리기도 하고 시인으로 불리기도 하는 그들 - 노동자나 시인이나 매일.. 시(詩) 2014.12.21
▷◁일곱 번째 사람 이 세상에 나오면 일곱 번 다시 태어나세요 - 불난 집에서 한 번, 눈보라 치는 빙원(氷原. 얼음벌판 - 옮긴이)에서 한 번, 광란의 정신병원에서 한 번, 바람이 몰아치는 밀밭에서 한 번, 종이 울리는 수도원에서 한 번, 비명을 지르는 돼지들 가운데서 한 번, 여섯 아이가 울지만 충분하지 않.. 시(詩) 2014.12.21
▷◁「서시(序詩)」 -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詩)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점 부끄러움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 윤동주 시인의 시(서기 19.. 시(詩) 2014.09.15
▷◁산 속에서 길을 잃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르리라 터덜거리며 걸어간 길 끝에 멀리서 밝혀져 오는 불빛의 따스함을 (중략) 산속에서 밤을 맞아본 사람은 알리라 (중략) 먼 곳의 불빛은 나그네를 쉬게 하는 것이 아니라 계속 걸어갈 수 있게 해 준다는 것을. - 나희덕 시인의 시 시(詩) 2014.08.10
▷◁칠석(七夕) - 정양 시인의 시 하늘 아래 잃어버린 길 있고 저지르고 싶은 일 있고 돌이킬 수 없는 죄 있고 하늘 두 쪽 나도 감쪽같이 만날 사람 있고 (서울 지하철의 올림픽 공원 역 안전벽에 붙어있는 시를 옮겨 적다) * 옮긴이의 말 : 이 시는 견우와 직녀의 이야기(우리네 옛 별자리인 견우성[牽牛星].. 시(詩) 2014.07.15
▷◁새 붉은 피에 휩싸인 날개로 추락한 새여. 슬피 울지 마라. 눈물 흘리지 마라. 붕대를 감고 때를 기다려라. 새 살이 돋는다. 새 날개가 돋는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 배주현 시인의 시 (서기 2014년 5월 23일에 지하철 역 안전문[스크린도어]에 붙어있던 시를 읽고 이곳에 그대로 올린다 - 잉걸/.. 시(詩) 2014.05.24
▷◁구룡폭포 돌아올 수 없는 경계를 넘을 때는 누구도 소리 내어 울지 않는다 새들도 상수리나무도 침묵하는 온 세상 자신의 성(城)을 허물며 떠나가는 저 물결을 봐 폭포는 경계를 뛰어 넘고서야 비로소 그 사랑을 깨달아 큰 소리 내어 통곡할 줄 안다 - 이명혜 시인의 시 (서기 2014년 5월 3일, 잠실 역 .. 시(詩) 2014.05.05
▩무제 - ‘양창근’ 씨가 지은 시 그 누구도 원치 않았고 누구라도 원하는 밤이었다 말을 하고 싶었고 나를 쏟아내고 싶었다 혼자만의 시간이 길어지면 나의 탑은 점점 높아져만 가고 내려오는 것은 점점 힘들어져 갔다 그 누구도 원치 않았고 누구라도 원하는 밤이었다 -『빅 이슈(Big Issue)』한.. 시(詩) 2014.04.18
▩이름 없는 시 삶은 아름답다고 믿으리라. 과거로 흘러간 절망과 지금 싸우고 견디는 모든 것과 미래에 꿈꿀 수 없는 것에도 그 믿음이 없었다면 모두 견딜 수 없는 것들임을. 그래서 삶은 아름다운 것이라고 말하리라. 따뜻한 심장의 눈물을 흘리고 모든 것을 잊지 않는 것이라고 언제나 조용히 웃으며.. 시(詩) 2014.03.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