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빙산 - 오정국 시인의 시 빙산은 그 밑에 거대한 얼음덩이를 감춰둬야 한다 얼음의 뿌리를 보여줘선 안 된다 빙산은 얼음 골짜기로 추락하지 않는다 햇빛 속으로의 비상을 꿈꾸지도 않는다 빙산은 빙산을 밀고 나간다 쇄빙선의(‘쇄빙선<이라는>’이 잘못 쓰인 게 아닌가 한다 - 옮긴이) .. 시(詩) 2014.02.12
▩[시]담쟁이 - 권갑하 시인의 시 삶은, 가파른 벽을 온몸으로 오르는 것 무성한 잎을 드리워 속내는 숨기는 것 비워도 돋는 슬픔은 벽화로 그려낼 뿐 (지난 주에 지하철 역에서 우연히 본 시를 그대로 옮겨 적었다 : 잉걸) 시(詩) 2014.02.12
▩어느 실직자의 기도 아버지, 하늘 높은 곳에서 내려와 보시오. 할머니, 그 가엾은 분이 가르쳐 주신 기도는 잊어버렸소. 그분은 이제 편히 쉬신다오. 빨래도 청소도 안 해도 되고, 종일 입을 거리 걱정도 안 해도 되고, 밤새워 애닯게 애닯게 기도할 일도, 아버지에게 애원하고, 슬며서 투덜거릴 일도 없소. 하.. 시(詩) 2013.09.26
▩묘비명 새 한 마리 내 안에 살았다. 꽃 한 송이 내 피를 떠돌았다. 내 마음은 바이올린이었다. 사랑했다, 사랑하지 않았다. 하지만 때로 나를 사랑해 주었다. 봄, 맞잡은 두 손, 행복함에 나도 즐거웠다. 내 말은 사람은 그래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 새 한 마리 눕는다. 꽃 한 송이. 바이올린 하나.) .. 시(詩) 2013.09.04
▩피의 추수 주린 배에 총 밖에 가진 것이 없는 사람들에게 죽음과 죽어감 밖에 생각할 수 없는 사람들에게 이 지상의 재화를 쓰게 하자 전쟁터의 피를 추수하게 하자 그자들의 자식과 그 자식의 자식의 피로 마지막 축제를 즐기게 하자. - 코피 아니도호 시인의 시 * 코피 아니도호 (Kofi Anyidoho) : 가나(.. 시(詩) 2013.08.18
▩경계선 누가 말한 적 있나, 여기까지가 목마름, 여기까지가 물이라고? 누가 말한 적 있나, 여기까지가 공기, 여기까지가 불이라고? 누가 말한 적 있나, 여기까지가 사랑, 여기까지가 증오라고? 누가 말한 적 있나, 여기까지가 사람, 여기까지는 아니라고? 희망만이 말끔한 무릎을 가지고 있다. 그 .. 시(詩) 2013.07.08
▩확신 테이블에 앉아 이렇게 쓴다 <이 시로 네가 권력을 잡을 순 없다>고 <이 시구로 네가 혁명을 이룰 수는 없다>고 <수천 개의 시구로도 혁명은 이룰 수 없다>고 또 있다. 이 시들이 짐꾼, 선생님, 벌채꾼들이 더 잘 먹고 더 잘살게 할 리가 없다. 아니면 시인 혼자라도 잘 먹고 잘살.. 시(詩) 2013.07.07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지금은 남의 땅 -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나는 온몸에 햇살을 받고 푸른 하늘 푸른 들이 맞붙은 곳으로 가르마 같은 논길을 따라 꿈속을 가듯 걸어만 간다. 입술을 다문 하늘아, 들아 내 맘에는 내 혼자 온 것 같지를 않구나! 네가 끌었느냐? 누가 부르더냐? 답답하여라, 말을 해 다오. .. 시(詩) 2013.05.11
▩[시]후손들에게 참으로, 나는 암울한 시대에 살고 있구나! 악의없는 언어는 어리석게 여겨진다. 주름살없는 이마는 무감각을 나타내게 되었다. 웃는 사람은 끔찍한 소식을 아직 듣지 못했을 따름이다. 나무에 관한 이야기가 곧 그 많은 범죄행위에 관한 침묵을 내포하므로 거의 범죄나 다름없으니, 이 시.. 시(詩) 2013.01.31
▩금요일 적막한 금요일 아득한 금요일 낡은 골목처럼 슬픔 간직한 금요일 게으르고 병든 생각 간직한 금요일 교활함이 하품하며 기지개를 켜는 금요일 기약이 없는 금요일 체념의 금요일 텅 빈 집 우울한 집 젊음의 물결에 맞서 문을 닫아 건 집 태양을 꿈꾸는 어두운 집 의혹과 불길함이 깃든 외.. 시(詩) 2013.0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