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나비 금빛 별 가루 반짝이며 난다 검은 아이 스르르 나비는 따로 앉지 않는다 꽃으로 피고 싶은 모든 이름 위에 부드럽게 앉으며 꽃이 된다 - ‘박수빈’ 시인의 시 시(詩) 2020.09.23
나이테 그저 굵직한 주름 하나 늘어나는 것 같아 보여도 더 큰 나무가 되어가고 있음을 그대여 잊지 마시게. - ‘위은총’ 님의 시 (서기 2018년 시민 공모작) 시(詩) 2020.08.13
땅그림 앞마당에 앉아 그림 그리자 돌이하고 나하고 그리자 정말은 돌이 키가 더 클지 모르지만 정말은 돌이 주먹이 더 클지 모르지만 내가 그리니까 내 맘대로 돌이는 조그맣게 나는 크게 그리자 커다란 내 옆에 조그만 돌이가 겁나는 듯 서 있다 어쩐지 안됐다 조그만 돌이 그림 다시 지우고 나하고 똑같이 그려 놓자 키도 똑같고 손도 똑같고 사이좋게 사이좋게 서 있다. - 권정생 작가의 시 시(詩) 2020.07.04
사랑을 노래한 루미(Rumi) 시인의 시 나의 어머니는 사랑 나의 아버지도 사랑 나의 예언자도 사랑 나의 신(神)도 사랑 나는 사랑의 자식 오로지 사랑을 말하고자 내가 왔음이라. - 『수피즘 : 실크로드를 읽는 문화코드』(김중순/이희수/오명석/신규섭/압두라흐만 쉔 지음, ‘소통’ 펴냄, 서기 2016년)에 실린 ‘메블라나 루미(Rumi)’ 시인의 시 시(詩) 2020.06.05
바닥꽃 모두를 떠나보내고 난 뒤에야 앉은 자리에서 싹을 내민다. 모든 걸 놓아 버리고 난 뒤에야 슬그머니 손 내밀어 핀다. 잃을 것, 가진 것 없어 두 손 털어 버리고 가는 뒷모습에서 푸른 현기증처럼 아른대며 피어나는 바닥이라는 꽃 한 송이 바닥을 치고서야 꽃으로 피는 그 눈물 꽃의 꽃말은 일어서야지 일어서야지. - ‘김인구’ 시인의 시 시(詩) 2020.05.30
무등산 한 몸이 되기도 전에 두 팔 벌려 어깨를 꼈다 흩어졌는가 하면 다시 모이고 모였다간 다시 흩어진다 높지도 얕지도 않게 그러나 모두는 평등하게 이 하늘 아래 뿌리박고 서서 아, 이것을 지키기 위해 그처럼 오랜 세월 견디었구나 - 김규동 시인의 시 시(詩) 2020.02.22
봄날도 환한 봄날 봄날도 환한 봄날 자벌레 한 마리가 호연정(浩然亭) 대청마루를 자질하며 건너간다 우주의 넓이가 문득, 궁금했던 모양이다 봄날도 환한 봄날 자벌레 한 마리가 호연정(浩然亭) 대청마루를 자질하다 돌아온다 그런데, 왜 돌아오나 아마 다시 재나 보다 - ‘이종문’ 시인의 시 시(詩) 2020.02.20
사랑 나무의 가슴 속에 새가 살고 있었네 깊고 오래된 상처 안에 어린 생명이 자라고 있었네 숲 속에 울려 퍼지던 아름다운 노랫소리는 나무의 눈물이었네 어둠이 내리면 더욱 포근한 둥지 속 사랑은 가슴 한편을 내주는 것이었네 - ‘김장식’ 님의 시 (서기 2018년, 시민이 쓴 시) 시(詩) 2020.0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