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머니즘 어느 날 짐승들의 말을 알아들을 줄 아는 사람이 길을 가고 있었다. 그런데 당나귀 한 마리가 시끄럽게 히힝거리고, 그 옆에서는 개 한 마리가 기를 쓰고 짖고 있었다. 그가 가까이 다가가서 들어보니까, 개가 이런 얘기를 하는 거였다. “이 모두가 풀과 풀잎에 대한 얘기야. 난 고기와 뼈.. 우화 2013.10.21
▩자신의 마음을 해치는 것은 독선(獨善)이다 해와 달이 서로 각자 자신들이 세상에서 본 것들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었다. 먼저 해가 바다의 빛깔이 파란색이라고 말하자 달이 바다는 은빛이라고 우겼고, (달이 - 옮긴이) 사람들은 언제나 잠만 잔다고 말하자 이번에는 해가 사람들은 언제나 바쁘게 돌아다니느라 한시도 쉴 .. 우화 2013.10.21
▩돌과 꽃 한 수도승이 이단자로 몰려 군중에게 둘러싸인 채 고초를 겪고 있었다. 사람들이 그를 치고 박더니 마침내 한쪽 팔을 잘라버렸다. 그런데도 그는 조금도 아픈 내색을 하지 않았다. 그는 사람들이 돌을 집어던지고 몽둥이로 두들겨 패도 전혀 아픈 표정을 짓지 않았다. 이를 지켜보고 있던.. 우화 2013.10.19
▩감정 거침이 없는 한 수도승이 전통적인 학자에게 물었다. “내적(內的)인 앎을 어떻게 보십니까?” “딱 질색이오.” “그리고 또요?” “(그것이 나를 - 인용자) 열나게 하더군요.” “또요?” “(그것을 받아들인 자들은 - 인용자) 반란을 일으켜요!” “재미있군요. 논리적으로 훈련된 사람.. 우화 2013.10.19
▩바보의 조롱박 한 바보가 복잡한 도시에 들어섰는데, 거리의 무수한 사람들 때문에 여간 혼란스러운 게 아니었다. 바보는 우선 잠을 자야겠기에 여관을 찾아 들어갔다. 거기에도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그런데 막상 잠을 자려니까, 잠이 들었다가 깨어났을 때 저 수많은 사람들 속에서 자기 자신을 찾지.. 우화 2013.10.19
▩버리기 위대한 학자가 있었다. 그는 거믄(1만을 일컫는 순우리말 : 인용자)명이나 되는 제자들을 거느린 학계의 거목(巨木)이었다. 그는 언제가 제자들에 둘러싸여 있었고, 그의 집에는 수많은 경전들과 귀한 책들이 가득하였다. 어느 날 깜빡 잠이 든 그는 꿈에 뭔가를 보았는데, 너무 생생해서 .. 우화 2013.10.19
▩폭군 한 폭군이 수도승(아마도 수피Sufi - 인용자)에게 물었다. “어떤 방식으로 (신께) 비는 게 가장 좋겠소?” 수도승이 대답했다. "빌고 싶을 때마다 주무십시오.“ - 출처 :『동냥그릇』(박상준 엮음, 장원 펴냄, 서기 1991년) * 엮은이의 말 : 폭력적인 사람의 기도는 우리를 긴장시킨다. 떨게 .. 우화 2013.10.19
▩책임 한 스승이 제자 한 명과 함께 여행을 떠났다. 제자는 낙타를 돌보기로 하였다. 날이 저물고, 지친 두 사람은 사막에 천막을 치고 쉬기로 하였다. 제자는 낙타를 잘 돌볼 의무가 있었다. 그러나 제자는 낙타를 그냥 놔둔 채 신(神)에게 빌기만 하였다. “신이시여, 낙타를 돌봐 주소서.” 그.. 우화 2013.10.16
▩괴물 언제부터인가 괴물들은 사람들 사이에 섞여 살고 있었다. 그것들이 어디에서 왔는지 왔는지, 왜 마을을 어슬렁거리게 되었는지는 아무도 알지 못했다. 그것들은 추악한 몰골에 걸맞게 하는 짓이 거칠고 시끄럽고 볼썽사나웠다. 하지만 무엇보다 사람들을 분노하게 만드는 것은 괴물들이.. 우화 2013.10.08
▩미친 사람들, 탈출하다 아리손토폴리스의 공영 라디오는 저녁 방송 시간에 아래와 같은 뉴스를 내보냈다. “존경하는 청취자 여러분! 방금 들어온 소식에 의하면, 이 도시의 가장 큰 정신 병원에서 오십 명 가량의 환자들이 탈출하였다고 합니다. 경찰과 군대가 합동으로 수색을 벌였지만 아직까지 한 명도 잡.. 우화 2013.1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