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마(역사)

거름과 죄수들의 식사에서 부자들의 고급 식재료로 - 미국인의 바다가재 인식이 바뀐 과정

개마두리 2017. 5. 19. 23:10

바다가재는 태평양과 인도양과 대서양, 더 정확히 말하면 그 바다들 가운데 육지와 가까운 바다에 살고 있는 갑각류다. 바다가재를 영어로는 ‘랍스터(Lobster)'로 부르는데, 이 녀석들은 새우의 일종이다.


보통 열다섯 해 정도를 살지만, 일부 종들은 쉰 해 이상 살기도 하고, 아주 오래 산 바다가재는 온(100) 해를 살았다.


바다가재의 살은 콜레스테롤과 지방함량이 적고 비타민과 미네랄을 공급해 준다. 사람들은 바다가재를 쪄 먹기도 하고, 삶아 먹기도 하며, 구워 먹기도 한다. 미국에서는 바다가재의 살을 삶은 것을 녹은 버터에 찍어 먹거나, 그것에 레몬즙을 뿌려서 먹는다.


오늘날, 사람들은 바다가재 요리를 사 먹는 일을 돈 많은 부자들이 하는 일로 여기며, (채식주의자가 아니고, 수산물을 먹지 못하는 체질이 아니고, 수산물보다 고기나 유제품을 더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바다가재 요리를 ‘맛있는 고급 요리’로 부르며 군침을 삼킨다. 하지만 바다가재는 처음부터 훌륭한 먹을거리로 여겨지지는 않았고, 오히려 푸대접을 받았다.


미국의 바다가재가 사람들에게 어떤 대접을 받았는지를 살펴보자. 미국 북동부와 남동부는 대서양을 끼고 있다. 그리고 그곳 바닷가에는 유럽인들이 오기 1만 2500년 전부터 원주민(이들을 일컫는 가장 올바른 전문 용어는 ‘아메리카 인종’이라는 뜻인 ‘아메린드[Amerind]'고, 그런대로 쓸 만한 이름은 ’북미 원주민‘이나 ’미국 원주민‘이다)들이 살고 있었다.


이들은 고기잡이로 동물성 단백질을 보충했는데, 대서양에도 바다가재가 사는지라 이들의 그물에도 바다가재가 걸렸고, 이들이 던지는 작살에 바다가재가 맞기도 했다.


이들은 바다가재를 귀한 식재료로 다루지 않았으며, 그것을 옥수수 밭이나 호박 밭이나 콩밭에 주는 거름으로 썼다.


(만약 이 글을 읽은 사람이 미국 원주민들이 식재료가 아까운 줄을 모른다고 화를 내고 싶다면, 조선왕조의 어민들이 했던 일을 돌이켜 보기 바란다.


조선왕조의 문인들이 남긴 기록에 따르면, 조선왕조의 바닷가에 살던 사람들은 새우를 잡아서 거름으로 썼다. 먹을 것이 남아돌아서 그랬던 것이 아니라, 바닷가에 살다 보니 해산물을 구하기가 쉬웠고, 그래서 굳이 새우를 귀한 것으로 여기거나 아낄 필요를 느끼지 못했던 것이다.


같은 조선왕조의 백성이라도 농촌이나 산촌에서 살던 사람들은 [고기는 말할 것도 없고] 해산물을 구하는 것이 쉽지 않았고, 그래서 어촌 사람들처럼 새우를 거름으로 쓰는 일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미국 동부 바닷가의 원주민들이 한 일도 마찬가지다. 환경에 따라 대처하는 방법이 달랐기 때문에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이지, 먹을거리가 아까운 줄 몰라서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이 아니다.


게다가 미국 원주민들은 바다가재를 밭에 “거름”으로 줌으로써, 옥수수나 콩처럼 자신이 먹을 수 있는 곡식과 푸성귀를 길렀다. 그들은 해산물을 자신이 먹을 식물을 기르는 데 쓴 것이다. 이것은 낭비가 아니라 여름지이의 일환 이다)

                     
한참 뒤에 북아메리카에 들어온 백인들도 바다가재를 귀하게 여기지 않았다. 미국 정부는 바다가재를 대충 요리해 죄수들의 식사로 주었고, 따라서 고급 식당에서 바다가재를 요리해 먹는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었다(이는 서기 19세기 말, 햄버거, 아니 함부르크 스테이크가 미국 사회에 처음 들어왔을 때, 미국 백인 언론인이 “햄버거를 먹는다는 것은, 쓰레기통에서 버려진 고기를 꺼내서 먹는 것과 같다.”고 말하며 혐오감을 드러낸 것과 같다).


미국 백인들이 바다가재를 싫어했던 까닭은 바다가재의 생김새가 괴이하고, 도저히 ‘먹을 수 있는 바다생물’로 보이지 않았기 때문인데, 그 때문에 미국의 바다가재는 잉글랜드 사람들이 미국 북동부 바닷가에 식민지를 세운 뒤(이 식민지가 나중에 독립해서 미합중국이 된다) 3세기 동안 푸대접을 받았다.


그러다가 서기 20세기 초,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약 1세기 전, 미국에서 여행과 관광 산업이 발달하고 부자들이 별장이나 바닷가로 여행을 가서 며칠 동안 푹 쉬는(그리고 목적지까지 가는 데 기차를 타고 가는) 문화가 나타났는데, 이 때 식당들이 바다가재를 요리해서 통째로 내놓았고, 미국 부자들은 이 요리를 맛있게 먹었다.


이때부터 미국 사회는 바다가재 요리를 ‘부자들이 즐기는 요리’로 여기기 시작했고, 바다가재 요리는 ‘맛있는 고급 요리’로 탈바꿈했으며, 이 새로운 관념은 미국 문화를 받아들인 다른 나라에도 건너가 오늘날 우리가 되뇌는 ‘바다가재 요리 = 고급 요리’라는 인식이 뿌리내린 것이다. 


이처럼 한 때는 푸대접을 받았던 문화가 나중에는 ‘고급문화’로 대접받을 수 있고, 사람들이 무엇인가를 좋아하고 싫어하는 마음은 얼마든지 바뀔 수 있으며, 문화를 인식하는 틀은 그 문화가 있는 사회의 윗사람들이 그 문화를 좋아하느냐, 싫어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 참고 자료 : 위성 방송의 다큐멘터리/음식/요리 전문 채널인 ‘넷 지오 피플(Net Geo People)’의 다큐멘터리인 <먹다 : 음식 이야기(Eat : Story of Foo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