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마(역사)

대왕과 죄인

개마두리 2017. 7. 16. 21:38


서기 18세기에 프로이센(오늘날의 독일 북부에 있던 왕국)을 다스렸던 프리드리히 2세(시호 ‘프리드리히 대왕’)라는 임금의 이야기다.


하루는 프리드리히 2세가 ‘포츠담’ 형무소를 시찰했다. 그곳에 갇혀있던 죄수들은 저마다 모함에 걸렸거나, 경찰이 잘못 판단해서 ‘억울하게’ 갇혔다고 주장했다.


임금(프리드리히 2세)은 “아니, 그렇다면 이 감옥에 갇혀있는 자들은 모두 죄가 없단 말이냐?”하고 한탄했고, 죄수들은 입을 모아 “네, 그렇습니다! 저희는 정말 억울합니다!”하고 대답했다.


그런데 한 죄수만은 울면서 이렇게 말했다.


“전하! 저는 죄를 지은 몸이라, 마땅히 이런 벌을 받아야 하옵니다.”


이상하게 여긴 임금은 그에게로 고개를 돌렸고, 이렇게 물어보았다.​


“너는 왜 그런 말을 하느냐? 왜 감옥에 들어왔지?”


죄수는 대답했다.


“다른 사람들은 다 죄를 짓지 않고 들어왔지만, 저는 그렇지 않사옵니다. 그래서 울었사옵니다.”


“무슨 죄를 지었느냐?”


죄수는 다시 대답했다.


“저는 너무 배가 고파서, 칼을 들고 다른 사람의 돈을 빼앗았습니다.”


그러자 임금은 일부러 큰 소리로 화를 냈다.


“이 나쁜 놈아! 넌 정말 죄인이로구나!”


다른 죄수들도 그 말에 화답했다.


“그렇사옵니다. 그 놈은 정말 나쁜 놈이니, 벌을 받아도 쌉니다!”


죄수는 그 말에 반박하지 않고 이렇게 말했다.


“전하, 그렇사옵니다. 저는 벌을 받아 마땅한 죄인입니다.”


그는 머리를 조아리며 죄인임을 거듭 고백했다.


죄수를 유심히 지켜보던 임금은 신하들에게 엄하게 명령했다.


“여봐라! 저 ‘고약한 죄인’을 즉시 이 감옥에서 내보내도록 하여라. 모두 죄가 없다는데, 이 사람만이 죄인이라니까, 다른 사람들과 함께 갇혀 있으면 다른 사람들이 죄로 물들 염려가 있다. 그러므로 저 자를 즉시 풀어주도록 하라!”


그 죄인은 풀려나자, 그 길로 자기 고향으로 돌아가 남은 삶을 남을 위해 헌신하며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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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리드리히 2세 : 서기 1712년에 태어나 서기 1786년에 세상을 떠난 프로이센의 임금. 관료체제의 근대화와 종교적 관용의 증진에 기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