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나라의 모순들

[스브스타]샘 오취리 '발끈'하도록 만든 강남의 질문…"가나에 TV 있어?"

개마두리 2017. 10. 23. 19:50

* 가나 : 서(西)아프리카에 있는 공화국.


가수 강남이 아프리카 가나 출신 방송인 샘 오취리를 발끈하게 했습니다.


지난 22일 방송된 SBS '미운 우리 새끼'에서는 토니안과 강남이 샘 오취리의 집을 방문해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모습이 그려졌습니다.


이날 방송에서 토니안과 강남, 샘 오취리는 명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고, 토니는 샘 오취리에게 "어머니가 (가나로) 오라고 하지 않냐"고 물었습니다.


이에 샘 오취리는 "가나로 와서 교수가 되라고 하신다. 매일 연락한다."며 "가나에 가면 스케줄이 많다. 인터뷰도 하고 그런다."고 답하면서 어머니의 사진을 공개하는 등, 자신의 나라 가나에 대해 자랑스러운 감정을 드러냈습니다.


옆에서 이를 듣던 강남은 "가나에도 TV가 있냐"고 묻더니 "방송국 있냐. 공중파, 케이블 다 있어? 지하철도 다녀?"라고 질문 공세를 펼쳐 샘 오취리를 당황케 했습니다.


강남의 발언에 샘 오취리는 "TV에서 요즘 한국 드라마도 다 튼다!"며 "지하철은 없지만 버스, 비행기 다 있다. 나도 ‘도시 놈’이고, 동물원을 가야 사자를 볼 수 있다. 서울과 비슷한 느낌"이라고 발끈했습니다.


방송 이후 강남의 발언을 두고 솔직하고 순수했다는 반응이 나오는 한편 일부 누리꾼들은 "강남이 가나를 무시하는 것 같았다." , "샘 오취리를 향한 배려가 없었다."고 지적했습니다.


앞서 지난 8월 강남은 '글로벌 워킹 데이 - 뭔들 투어' 출연 당시 그룹 나인뮤지스 경리를 향해 "죽도록 패라고 하면 팰 수 있다"는 발언을 해 구설에 오른 바 있습니다.


(구성 = 오기쁨 작가, 사진 = SBS '미운 우리 새끼' 화면 캡처)


(SBS 스브스타)


- 기사 원문 :


http://zum.com/#!/k=39547648&kt=2&v=2&news=0432017102340996674


* 옮긴이(잉걸)의 말 :


너무나 부끄럽다. 강남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가나에 대한 나쁜 선입견을 드러냈다. 그는 비판받아 마땅하다. ‘몰라서 그랬어요.’하는 말은 받아들일 수 없다. ‘모르고’ 한 모욕이라고 해서 그것이 ‘모욕’이 아닌 ‘순진함’이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그렇다면 내가 강남과 <미운 우리 새끼>를 본 한국인 시청자들을 위해 보충설명을 해야겠다.


강남은 가나 사람들이 서구 문물이나 현대 문명에 익숙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 듯한데, 그건 사실과 다르다.


가나 사람들은 지금으로부터 535년 전인 서기 1482년 포르투갈 사람들과 만났고, 그 뒤 네덜란드인이나 영국인과 만나 금과 노예를 거래하였다. 그리고 서기 1874년 영국의 식민지가 되었다가, 서기 1920년대부터 독립투쟁을 시작하여 서기 1957년에 독립하였다.


그러니까 가나는 조선보다 2세기 전에 서유럽 사람들을 만났고, 3세기동안 그들과 교류했고, 여든 세 해 동안 영국의 식민지였던 것이다. 이런 나라가 서양의 문물을 모르거나 현대 문명에서 벗어나 있다고 여기는 건 말이 안 된다(덧붙이자면, 예순 해 전, 그러니까 서기 1950년대에는 가나가 한국보다 국민소득이 더 높았다!).


그리고 가나는 아니지만 역시 서(西)아프리카에 있는 공화국인 코트디부아르의 현대사를 살펴보아도, 강남의 선입견이 사실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코트디부아르 출신으로 프랑스에서 살고 있는 흑인 여성 ‘마르그리트 아부에’는 『요푸공의 아야』라는, 사실상 자서전인 만화를 내놓았는데(배달말로 옮겨진 단행본이 있으니, 찾아서 읽어볼 것을 권한다), 그 만화에 따르면 서기 1991년,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스물여섯 해 전 코트디부아르 도시의 중산층 가정에서는 “힘이 센 남자가 나오는 맥주 광고”를 “총천연색 TV"로 보는 것이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코트디부아르에는 그 때도 ”TV"가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같은 서아프리카 국가인 가나에도 “TV”가 있다고 추측하는 것은 당연하지 아닌가? 스물여섯 해 전에도 “TV”가 있었다면, 무역이 늘어나고, 국민소득이 더 늘어나고, 투자가 더 활발해진 오늘날(서기 2017년 현재)의 “가나”에는 “TV"와 ”방송국“이 더 많아야 정상 아닌가? 왜 그런 생각을 못 하는가?    

 
나는 그 때문에라도 강남과 한국 시청자들의 선입견을 도저히 너그럽게 보아줄 수 없으며, 비판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아, 그리고 한마디만 더. 오취리 씨가 “나도 ‘도시 놈’이고, 동물원을 가야 사자를 볼 수 있다.”고 말한 것에 보충설명을 해야겠다. 많은 한국 시민들은 ‘(사하라 이남의) 아프리카는 “동물의 왕국”이니, 모든 사람들이 동물과 자연 곁에서 살 거야.’하고 생각한다.


그러나 냉정하게 생각해 보자. 사람들이 몰려와 좁은 곳에서 북적대며 살고 있는 곳(그러니까 도시)에 야생동물(예를 들면 물소나 얼룩말)이 자리를 잡을 ‘여유 공간’이 있을까? 사람을 위한 공간도 모자란데, 그곳에 동물들이 돌아다니도록 내버려 둘 수 있을까? 사람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사자나 코끼리나 표범이나 멧돼지는 못 들어오게 막아야 하지 않을까? 이건 가나의 도시도 한국의 도시와 다를 바 없다. 야생동물을 보려면 사람이 적은 곳이나, 아니면 시골 근처로 가야 한다는 건 가나도 마찬가지라는 이야기다.


그러니까 오취리 씨가 한 말은 옳은 말이고, 오히려 그런 당연한 이치를 생각하지 않은 한국인 시청자들에게 문제가 있다.


나는 이번 일은 가나를 향한, 서(西)아프리카를 향한, 나아가 모든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를 향한 한국인의 인종주의와 오리엔탈리즘이 드러난 사례라고 생각하며, 이것은 고치고 버려야 할 것이지, ‘순진함’이나 ‘모름’이라는 말로 넘어갈 문제는 아님을 덧붙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