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적이(일기장) 13

※ 내가 서기 2023년 양력 6월 22일에 다 읽은 책 - 『 제왕의 책 』

( ‘윤희진’ 지음, ‘황소자리’ 펴냄 ) ‘임금이 읽은 책과 그 책이 선택된 까닭, 그리고 그것이 현실 정치에 끼친 영향’이라는 열쇠말(‘키워드’)로 갈마(‘역사’)를 파헤친 책. 갈마에 대한 접근 방식이 색다르고 처음 접하는 이야기가 많아서 재미있게 읽었던 책이다.  먼저 후기 고리(高麗)의 임금인 광종이『 정관정요 』를 읽고 그것을 개혁의 교과서로 삼았다는 이야기가 흥미로웠으며, 근세조선의 임금들 가운데 선조는 임진왜란 이후『 주역 』에 푹 빠졌다는 사실, 선조가 허준에게『 동의보감 』을 쓰라고 명령했다는 사실, 고종황제가 소설『 삼국지연의 』를 읽었을 수더 있다는 추측, 고종이 다산 선생의 책과 글들을 읽고 그가 자신과 같은 시대의 사람이 아님을 안타까워했다는 이야기는 생전 처음 듣는 이야기라 뒷..

※ 내가 서기 2023년 양력 6월 18일에 다 읽은 책 - 『 규원사화 』

(‘북애자’ 지음, ‘민영순’ 옮김, ‘도서출판 다운샘’ 펴냄) 20대인가 30대일 때 처음 읽어보고, 그 뒤 제대로 옮겨진 단행본을 구해 다시 한 번 처음부터 끝까지 읽은 책. 내가 서기 1979년(내가 태어난 해이기도 하다) 이후 세상에 나온 상고사 서적들(예를 들면,『 환단고기 』나『 단기고사 』) 가운데 유일하게 ‘진서’로 인정하는 책이기도 하다.  이 책은 첫머리를 빼면 본향풀이(‘신화’)적 요소가 거의 없고, 치수나 교화나 영토 확장이나 반란이나 전쟁 같은 갈마(‘역사’)에 나오는 일들로 가득 차 있으며, 단순히 사실만 늘어놓은 것이 아니라 북애자가 느낀 점이나 생각한 것이나 평가한 것을 따로 적어놓았고, 그런 북애자의 ‘보충설명’이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도 깊은 울림을 주는 좋은 글이었기 때문..

※ 내가 서기 2023년 양력 6월 14일에 다 읽은 책 -『 일본산고 』

( 작은 제목「 역사를 부정하는 일본에게 미래는 없다 」. ‘박경리’ 지음, ‘다산책방’ 펴냄 )  마치 ‘파스칼’ 선생의 유고집인『 팡세 』같은 책이었다. 둘 다 작가가 평소에 생각했던 것들을 쓴 짧은 글들을 모은 책이고, 원래는 작가가 한 권의 완성된 책으로 만들려고 했으나 그러지 못했기 때문이다. 각설하고 이 책 자체에만 집중하자면, 왜국(倭國)의 숨겨진 얼굴/왜국의 대중문화와 왜국 정부의 선전과 친일 국가의 학자들이 기를 쓰고 숨겼던 왜국의 더러운/위험한 얼굴을 고발하는 일만큼은 아주 잘 한 책이라고 말하고 싶다. 그러나 난데없이(그리고 뜬금없이) ‘생명’ 사상이나 ‘자연’ 사상이 튀어나와, ‘왜국을 파헤친다.’는 본래의 목적을 손상시키고 글의 흐름을 끊는 것은 아쉬운 점으로 남는다. (평점 : ..

※ 내가 서기 2023년 양력 5월 23일에 다 읽은 책 -『 호치민 평전 』

( ‘찰스 펜[Charles Fenn]’ 지음, ‘김기태’ 옮김, ‘자인’ 펴냄 )  비엣남(Vietnam)을 좀 더 잘 이해하고 싶어서 읽은 책. 책 본문에 나오는 ‘비엣남’을 ‘한국’으로, ‘프랑스’를 왜국(倭國)으로 바꿔서 읽어보니 더더욱 이해가 잘 되었던 책이기도 했다. (나는 공산주의자가 아니지만) 프랑스로부터 목숨 걸고 독립을 얻어내려고 했던 ‘응우옌 아이 꾸옥(훗날의 호치민)’이 한국의 독립투사들과 비슷한 일을 했다는 생각이 들어 그를 더 친근하게 여기게 되었고, 프랑스 제국주의를 타도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프랑스로부터 배울 것은 배우자고 생각하며 프랑스 유학을 결심한 대목에서는 호치민의 고뇌와 갈등이 고스란히 배어나와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결론은 추천할 만한 책. 비엣남의 근대사를 ..

※ 내가 서기 2023년 양력 4월 16일에 다 읽은 책 - 『 철학의 위안 』

( ‘보에티우스’ 지음, ‘박문재’ 옮김, ‘현대지성’ 펴냄) 서로마 제국의 마지막 철학자가 감옥에 갇혀 있을 때 쓴 책.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삶이란 무엇이고 참된 행복이란 무엇이며 옳고 그름이란 건 무엇인지를 진지하게 파헤쳤다는 것이 드러나는 책이다. 재물도, 권력도, 쾌락도, 심지어는 저술 활동이나 학술도 삶에서 행복을 보장해 주지는 않는다는 가르침이 – 나는 적어도 글을 쓰거나 학문을 추구하면 그건 ‘고상한 행복을 보장해 주는 길’이라고 여겼으므로 – 큰 충격으로 다가오나, 한편으로는 그 말을 들으며 수긍하게 된다. 그러니 나는 ‘그렇다면 참된 행복이란 무엇이며, 옳고 그름이란 무엇일까?’를 고민하면서 이 책을 한 번 더 읽어볼 것이며, 그 두 가지를 깨달을 때까지는 이 책을 외면하지 않겠다. - ..

※ 내가 서기 2023년 양력 3월 28일에 다 읽은 책 -『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

( ‘루이스 캐럴’ 글, ‘존 테니얼’ 그림, ‘손영미’ 옮김 )  어린 시절의 기억을 믿고 집어들었다가 실망한 책. 『 오즈의 마법사 』 와는 달리, 도대체 무엇을 말하려고 했는지 모르겠고, 감동이나 깨달음도 없다. 유일하게 건질 만한 건 약을 마시고 몸의 크기가 바뀌는 이야기처럼 상식을 뛰어넘어 재미를 추구하는 이야기들뿐이다.  - 평점 : ★★☆ ( 100점 만점에 50점 )

※ 내가 서기 2023년 양력 3월 23일에 다 읽은 책 - 『 체수유병집 』

( 작은 제목 「 글밭의 이삭줍기 」. ‘정민’ 지음, ‘김영사’ 펴냄 )  ‘고전을 읽고 받아들이는 것을 무작정 해서는 안 된다. 현실에 맞게, 시대에 맞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충고하는 수필집이자, 연암 박지원 선생의 글들이 가슴을 후벼파는 것처럼 날카롭다고 평가하는 책.  이지성 선생(이자 형제님)의 책과 글을 읽었을 때는 고전은 다 좋고 고전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도 좋다고 생각했는데, 정민 교수님의 이 책을 읽고 나니, 그건 위험천만한 일이고 고전이라 해도 비판할 것은 비판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덧붙이자면 나는 이 글을 읽고 연암 선생의 책들을(이번에는 완역본으로) 다시 한 번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언제 한 번 그 다짐을 실천해야겠다.  나를 좀 더 신중하게 만들어 주고 나에게 ..

※ 내가 서기 2023년 양력 3월 18일에 다 읽은 책 - 『 계몽사상가들의 눈에 비친 유교문명 』

(‘고바야시 타이치로’ 지음, ‘김경용’ 역주, ‘박영 story’ 펴냄)  유럽의 계몽사상이 유교, 특히 원시 유가(儒家)의 영향을 받았다고 주장하는 책이다. 근대/현대 유럽의 공무원 선발 시험도, 그 밖의 다른 것들도 유가에 바탕을 두고 있다는 이 주장(이자 설명)은 ‘서양의 계몽과 교화로 더 나은 삶을 살게 된 동아시아’라는 기존의 고정관념이 과연 옳은 것인지 의문을 품게 한다. 다른 한편으로는, 이런 의문도 든다. 똑같은 유가사상을 담은 책들인데, 도대체 왜 동아시아에서는 답답하고 고루한 인습과 악습을 뒷받침하는 ‘교재’가 되어버리고 서양에서는 계몽사상이라는 변화를 불러오는 기폭제가 되었단 말인가? 사상이 문제가 되는 게 아니라 그 사상이 심어진 환경이 문제라는 것인가? 아니면 다른 까닭이 있는 ..

※ 내가 서기 2023년 양력 2월 25일에 다 읽은 책 - 『 미국 흑인의 역사 』

( ‘혼다 소조’ 지음, ‘김효진’ 옮김, ‘AK’ 펴냄 ) 작은 제목 「 진정한 해방을 위한 발자취 」.  이 책에서 가장 흥미롭고 큰 충격을 안겨 준 대목은 조지 워싱턴이 일으킨 미국의 독립전쟁(다른 이름은 ‘미국 혁명’) 때, 영국 정부와 군대가 북아메리카의 흑인들(그리고 흑백 혼혈인들)에게 “너희를 해방시켜 주고, 자유인으로 만들어 줄 테니, 워싱턴을 편들지 말고 우리를 위해 싸워다오.”하고 부탁했다는 대목이었다. 그리고 그 부탁을 받아들여 북아메리카의 흑인들이 영국군을 위해 싸웠다는 대목이었다. 나는 미국의 남북전쟁 때 링컨 대통령이 서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을 노예에서 해방시키겠다고 발표하면서 그들에게 북군을 돕고, 북군에 입대하고, 북군을 위해 싸우라고 요구했다는 사실과, 그에 호응하여 수많은 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