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 실화

눈을 감고 세상을 보다

개마두리 2018. 3. 18. 01:14

캔버스 위에 연필이 아니라 명주실을 붙여 밑그림을 그리고, 핀을 꽃아 구도를 잡습니다. 이제 그 명주실과 핀을 손으로 더듬거리며, 캔버스에 나무껍질을 붙여 나갑니다. 긴 시간이 흐르고 나면, 어느새 캔버스 위에 당당한 소나무가 그려져 있습니다.


화가 ‘박환(60세)’ 씨는 이렇게 그림을 그립니다. 그는 앞이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는 촉망받는 화가였습니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교통사고는 그의 시력과 함께 많은 것을 앗아갔습니다.


화가에게 눈은 무엇보다 소중한 신체지만, 그는 시각장애 1급이라는 판정을 받을 정도로 눈이 나빠져서, 눈앞을 비추는 전등 불빛도 보지 못하게 되어 버린 것입니다.


절망한 그는 몇 번이나 삶을 포기하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용기를 내어 다시 그림을 그렸습니다. 그렇게 시력을 잃고 처음으로 그린 그림은 삐뚤삐뚤한 동그라미였습니다.


그리고 그는 계속 그렸습니다. 손끝의 감각만 이용해서 텅 빈 캔버스를 악착같이 채워가며, 본인만의 새로운 그림을 그렸습니다.


2017년 1월, '눈을 감고 세상을 보다'는 제목으로 개인전을 열었습니다. 관람객들 가운데 대부분은 시각장애인이 그린 그림이라는 사실을 모르고 왔습니다.


관객들은 작품을 보며 눈물을 흘리거나, 대단하다는 말을 하며, 그를 붙잡고 희망을 줘서 고맙다고 했습니다.


그는 ‘남들보다 몇 배는 더딘 작업이 힘들지 않느냐?’는 물음에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예전에는 유명해지고, 부유해지고 싶어서 그림을 그렸어요. 하지만, 지금은 숨 쉬며 살아갈 수 있는 것이 감사하고, 그것만으로도 삶을 살아갈 까닭은 충분하다고 생각해요. 나는 그림으로 희망을 전달할 수 있다고 믿어요. 작업 내용도 행복과 희망에 관한 내용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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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굴의 정신을 가지고, 역경에 굴하지 않고, 자기 뜻을 이루는 사람은 언제나 존경받기 마련입니다. 그리고 절망에 지지 않고 자신의 희망을 잃지 않는 사람은, 타인에게 그 희망을 나누어 줄 수도 있습니다.


- <따뜻한 하루>의「따뜻한 편지」제 1025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