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희망

▩팔레스타인 선수, 올림픽 첫 자력 진출

개마두리 2012. 7. 3. 11:15

 

- 입력 : 2012.07.02

 

- 유도 출전 아부 르메일레

 

마허 아부 르메일레(28·사진)는 팔레스타인 유도 국가대표이다. 그러나 본업은 스카프 장수다. 평소 그는 예루살렘 구시가지에 위치한 스카프 가게에서 하루 종일 손님들과 씨름한다. 그가 유도를 할 수 있는 시간은 가게에 가기 전과 일을 마친 뒤다.

 

출근 전 그는 인근 YMCA체육관에서 달리기와 수영을 한다. 가게 일을 마치면 생계를 위해 예식장으로 사용하는 집 별채 바닥에 매트를 깔고 연습생 5명과 훈련을 한다. 그러나 유도 연습을 할 수 있는 날도 주중에 예식장이 쉬는 이틀뿐이다.

 

아버지에게 유도를 배우기 시작한 지 20년. 지난달 그는 국제올림픽위원회로부터 꿈 같은 소식을 들었다. 영국 런던올림픽 팔레스타인 유도 대표로 선발됐다는 소식이었다. 이보다 그를 더 기쁘게 한 것은 팔레스타인 선수 최초로 올림픽 자력 출전권을 따냈다는 자부심이다.

 

2일 BBC방송에 따르면 아부 르메일레는 초청선수 4명과 함께 런던올림픽에 팔레스타인 대표로 참가한다. 팔레스타인은 1996년 미국 애틀랜타올림픽부터 출전해왔지만, 초청국 자격이었다. 아부 르메일레는 지난해 일본에서 열린 대회에서 홍콩 선수를 이김으로써 자력 출전에 필요한 점수 20포인트를 얻었다.

 

아부 르메일레는 올림픽 출전 소식을 들은 지난달 22일 AF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꿈이 이루어졌다”는 소박한 소감을 밝혔다. 그는 “팔레스타인, 특별히 미래의 수도 예루살렘을 대표해 올림픽에 출전하게 돼서 행복하다”고 말했다.

 

그가 출전하는 종목은 남자 73㎏급이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은메달리스트 왕기춘 선수가 세계랭킹 1위를 지키고 있는 체급이다. 현실적으로는 오는 30일 펼쳐질 1라운드 64강전 통과도 장담할 수 없다. 하지만 그는 지난달 “단순히 개인의 명예를 위해서가 아니라 팔레스타인의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아부 르메일레는 올림픽이라는 큰 대회를 앞두고도 이스라엘의 삼엄한 경비 때문에 가자지구나 요르단 서안지구 선수들과 만나지 못해 혼자 훈련을 해왔다. 그의 외로운 싸움은 올림픽 경기 때도 이어지게 됐다. 그의 출전이 뒤늦게 결정돼 가족들이 올림픽 표를 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는 “어차피 대회 기간이 올해 라마단 기간과 겹친다. 라마단은 우리 가게의 최고 성수기”라며 웃었다.

 

<배문규 기자 sobbel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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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옮긴이의 말 : 아부 르메일레 씨가 꼭 이기기를 빈다. 그렇지 않더라도 여러 나라의 언론사가 그의 경기를 소개하고, 팔레스타인 사람이 아닌(그리고 아랍인도 무슬림도 아닌) 사람들이 그를 응원했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