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워낙에 학교시스템하고는 맞질 않았다. 초등학교 조회시간 때 교장은 우리를 운동장에 한 시간씩 세워놓고 박정희를 찬양하고 데모(시위 - 옮긴이)가 나쁘다는 이야기를 했다. 이런 학교시스템과 맞을 수가 없었다. 선생들은 세상이 얼마나 살벌한 줄 아느냐, 경쟁이다! 다 적이다! 이런 이야기들을 했다. 이것이 교육자 입에서 나온 말이다. 학교 선생에게 나는 단 한 번도 감동을 느껴본 적이 없다.
내가 감동을 느꼈던 것은 과외선생에게서였다. 내가 하도 공부를 안 하니까 집에서 불법과외를 딱 한 달 시킨 적이 있다. 나는 과외선생에게 학교선생에게는 할 수 없었던 질문들을 퍼부었다. “지수와 로그는 왜 배웁니까?” 학교에서 했다가는 수업시간에 끌려나가 얻어터지기 십상인 질문이었다. 하지만 이것이 얼마나 정당한 질문인가. 학문의 목적과 배우는 이유를 알고 싶다는 것이 맞을 일인가. 당시 서울대 수학과에 다니던 과외선생이 대답해줬다.
“야, 우리가 원시인일 때는 숫자를 하나 둘, 많다 적다 이렇게만 다루면 되잖아. 3이면 다 해결되는 거잖아. 하지만 하늘을 올려다보면 별의 숫자를 다루어야 하고 상상 너머의 수많은 숫자들을 다루어야 할 필요가 생기잖아. 그러니까 숫자들을 좀 더 세밀하게 통제할 필요가 있었던 거지. 로그나 지수는 그렇게 크고 작은 숫자들을 잘 다루기 위해서 고안한 방식이란 말야.”
이 이야기를 들으면서 가슴이 뻥 뚫리는 기분이었다. 내가 지금 하고 있는 공부가 왜 필요한지 설명해주고 가르치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 일인가.
- 가수 신해철 씨의 말(서기 2009년 9월 22일에 열린, 교육방송[EBS]의 프로그램인 ‘EBS 지식채널 ⓔ’와의 인터뷰에서)
- 출처 : 『지식 ⓔ 5』(EBS 지식채널 ⓔ 지음, (주)북하우스 퍼블리셔스 펴냄, 서기 200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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