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어느 나라에 관청 안의 창고를 관리하는 벼슬아치가 살았는데, 곧고 올바른 됨됨이로 일을 했다.
하루는 그가 창고 안에서 윗사람인 다른 벼슬아치와 함께 은 덩어리의 수를 세고 있었는데, 문득 윗사람을 보니, 그가 왼손으로 오른쪽 소맷자락을 잡아 아래로 당긴 뒤 오른손으로는 은 덩어리 한 개를 쓸어 소매 안으로 집어넣는 게 아닌가? 깜짝 놀란 벼슬아치는 윗사람에게 이렇게 말했다.
“아니, 선배님! 도대체 뭘 하시는 겁니까?”
그러자 윗사람은 벼슬아치를 돌아보며 이맛살을 찌푸린 뒤, 입술을 깨물었다가 입을 열어 대답했다.
“날 막지 말게. 은 한 덩이만 실례해야겠네. 내 녹봉(祿俸. 오늘날의 월급)으로 세금을 내고, 물건을 사면 남는 게 없어. 게다가 어머니를 모셔야 하고 아내와 자식까지 먹여 살려야 하는데, 그게 얼마나 힘든지 아는가? 어차피 은 한 덩이니 창고 안에 있는 수많은 은들이 있는 한 티도 안 날 걸세.”
벼슬아치는 그 말을 듣고 잠시 동안 아무 말도 안 하고 윗사람을 쳐다보다가, 갑자기 은덩이들을 모아둔 곳으로 가서 은 두 덩이를 집더니 왼쪽 소매 안으로 던져 넣었다. 이번에는 윗사람이 그에게 물었다.
“자네 지금 뭐 하는 건가?”
벼슬아치는 윗사람을 돌아보지도 않고 대답했다.
“선배님, 절 막지 마십시오. 저도 은 두 덩이를 실례해야겠습니다. 선배님은 어머님과 부인과 아드님만 먹여 살리시면 되지만, 저는 어버이와 아내 뿐 아니라 자식 세 명을 먹여 살려야 하니, 더 많은 은이 필요합니다. 저도 녹봉만으로는 살기 힘들고, 세금과 물건 값 때문에 늘 쪼들립니다. 어차피 은 두 덩이니 창고 안에 있는 수많은 은들이 있는 한 티도 안 날 거예요. 게다가 제가 모시는 윗분께서 모범을 보이셨으니, 저는 그걸 따라야 하지 않겠습니까?”
윗사람은 벼슬아치를 바라보더니, 한숨을 쉬고 오른쪽 소매에 왼손을 넣어 은덩이를 꺼내 제자리에 갖다놓았다. 그러고는 이렇게 말했다.
“자네가 무엇을 말하려고 했는지 알겠네. 내가 잘못 생각했네. 이 은을 훔치면 안 되지. 그러니 자네도 그 은덩이들을 제자리에 갖다 놓게.”
벼슬아치는 그제야 씩 웃고, 풀어진 표정으로 윗사람을 돌아보며 왼쪽 소매에서 은덩이를 꺼낸 뒤 그것들을 제자리에 갖다놓았다. 그러고는 이렇게 말했다.
“선배님, 그 말씀을 기다렸습니다. 저도 은을 훔치고 싶지는 않았어요. 이 일은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겠습니다.”
이후 윗사람은 창고에서 무엇을 훔치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고 한다.
- 19년 전, 어느 만화에서 읽은 이야기를 바탕으로 만들어낸 이야기(‘고쳐 씀’이나 ‘다시 만듦’인 셈인가?)
'낙서장'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스크랩] "코카콜라 마신 뒤 60분간 내 몸은 이렇게 변한다" (0) | 2015.07.30 |
|---|---|
| [스크랩] "수면부족, 흡연만큼 건강에 나쁘다" (0) | 2015.07.28 |
| ▷◁[창작 글]물과 돌멩이 (0) | 2015.07.26 |
| [스크랩] 뚱뚱하면, 암까지 걸린다고? (0) | 2015.07.24 |
| ▷◁우리가 꼭 알아야 할 건강격언 한마디 (0) | 2015.07.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