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문화

▷◁나라와 지역마다 다르게 나타나는 주거

개마두리 2015. 8. 27. 10:28

 

우리나라(한국 - 옮긴이)의 전통적인 가옥으로 흔히 볼 수 있었던 것은 초가집(‘초가 草家라는 말을 써야 한다. ‘에는 이라는 뜻이 있어, 굳이 이라는 말을 따로 붙이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 옮긴이)이다. 우리나라는 전통적인 벼 재배 지역이므로, 볏짚을 흔히 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개마고원이나 태백산맥, 울릉도 등과 같이 나무가 많은 곳에서는 통나무를 이용한 가옥(- 옮긴이)도 발달하였다.

 

그런데 최근(서기 1994- 옮긴이)에 통나무집이 수명이 길고, 쾌적한 분위기가 돋보이며, 습도 조절이 필요 없고, 여름에 시원하다는 이유로 일부 돈 있는 사람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는 기사는 우리를 슬프게 한다. 그 통나무집의 원료가 되는 통나무는 주로 냉대 침엽수림 지대인 알래스카 지방에서 수입하여, 건축비가 너무 비싸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나지 않는 대리석을 매우 비싼 가격으로 수입하여 건축한 건물을 우리 주위에서 많이 볼 수 있다. 이제는 통나무까지 수입한다니, 우리의 의식에 어떤 문제점은 없는지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겠다.

 

한때 백인들에게 오랫동안 지배를 받아 왔던 흑인들 사이에 백인을 흉내 내는 풍조가 유행한 적이 있었다. 곱슬머리를 펴기 위해 독한 약품을 사용하고, 검은 피부를 숨기기 위하여 짙은 화장품을 사용하였으며, (백인의 얼굴 모양을 본뜨려고 - 옮긴이) 성형 수술을 받기도 하였다.

 

(서기 1960년대부터는 이런 풍조에 반기를 들고,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이 검은 것은 아름답다!”는 구호를 내걸고 자신의 생김새와 문화를 소중하게 여기자.’는 운동을 펼치기 시작했다. 오늘날에도 아프리카계 아메리카 인과 아프리카 흑인들은 백인처럼 생긴 사람이 되고 싶고, 다 백인을 따라하고 싶어!’라는 생각과 맞서 싸우고 있다.

 

물론 그 싸움은 쉽지 않다. 흑인이 아닌 사람들의 선입견과 편견과 고정관념, 분노, 증오와 싸워야 하고, 심지어는 오늘날의 서아프리카나 중부아프리카/동부아프리카에도 백인처럼 하얗게 만들어 주는 수술’ - 독한 화학약품을 쓰며, 따라서 얼굴이 망가지거나 약품의 독 때문에 죽을 가능성이 높다 - 이 사라지지 않는 것처럼 흑인 사이에도 흑인에 대한 선입견이 강하게 뿌리박혀 있기 때문이다.

 

내가 15년 전에 읽은 책에 따르면, 동부 아프리카에 속하는 우간다에서는 흑인 여성들이 백인 여자처럼 보이려고곧은 머리카락으로 만든 가발을 쓰고 다녔다고 한다. 영국 식민지 시절이 아니라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뒤에 그랬다고 하니, ‘정신의 식민화가 얼마나 집요하고 끈질긴지 알 수 있다 - 옮긴이).

 

이와 같이 흑인들이 백인처럼 되기 위해 저질렀던 잘못을 우리(한국인 - 옮긴이)가 되풀이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반성할 필요가 있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아름다움과 생활의 기준이 어느새 미국이나 유럽 지역의 백인이 가지고 있는 아름다움과 생활의 기준에 맞추어지게 되었다.

 

대리석 건물이 아름답다거나, 통나무집이 운치가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면 말이다. 그러나 그리스(정식 국호 헬라스’ - 옮긴이)나 로마의 신전이 대리석으로 되어 있는 것은 그 나라에서는 대리석을 쉽게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우리나라 경복궁의 주춧돌이 화강암인 것과 같다. 캐나다나 미국 등 삼림 지역에 통나무집이 많이 나타나는 것은 그 지역에서 통나무를 쉽게 구할 수 있는 자연적인 조건 때문이다.

 

우리 선조들은 각 지역의 특성을 정확히 인식하고, 그 지역의 특성에 따라 자연환경과 주위의 재료를 보다 효과적으로 이용하는 지혜를 가지고 있었다. 우리나라에 대리석 건물이나 통나무집이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은 우리 선조들의 지혜에 비추어 매우 부끄러운 일이다. 우리는 우리의 자연 환경에 맞는 음식/주택/옷을 선택하고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중략)

 

통나무집이나 대리석 건물뿐만 아니라 다른 많은 서구 문물에 대한 단순한 모방과 무조건적인 추종은 삼가야 할 것이다. 우리 것에 대한 분명한 이해와 애정을 갖고, 우리의 특성에 맞도록 서구 문물을 변형시키는 노력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 출처 :교실 밖 지리여행(노웅희/박병석 지음, 사계절 펴냄, 서기 19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