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서장

▷◁좋은 소금을 충분히 먹자

개마두리 2016. 6. 13. 17:14


한 끼만 걸러도 손이 떨리고, 정신이 몽롱해지면서 짜증이 나고 신경질적이 된다고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다. 당뇨 진단을 받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니다. 젊은 사람들 중에서도 이런 증상을 호소하는 사람이 많다. 이런 반응은 뇌가 쓰는 에너지인 혈당이 부족해 생긴다. 저혈당증이라 부르기도 하는데, 매일 매 끼니 식사를 꼬박꼬박 하는데도 왜 저혈당증에 빠질까?


▶ 저혈당증에 빠지는 이유


우리가 섭취한 음식이 장에서 천천히 흡수되고 혈당도 천천히 올라갔다가 천천히 떨어진다면 저혈당증에 빠지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어떤 음식을 먹느냐에 따라 이 과정은 많이 달라진다.


혈당을 빨리 올리는 음식으로는 흰쌀밥, 밀가루 음식(더 정확히는 우리밀이 아니라 외국산 밀가루로 만든 음식 - 옮긴이), 가공식품, 패스트푸드(즉석식품 - 옮긴이), 음료수 등이 있다. 몸이 저혈당증이 되어 머리가 맑지 못하고, 기운이 빠지고, 정서적으로 불안정할 때 특히 더 당기는 음식이다.


흰밥으로 점심을 빠르게 해치우고 식당 입구에 놓여 있는 믹스 커피나 사탕을 물고 나와서는 오후 3~4시경이 되면 머리가 무거워지고 다시 피로감이 극에 달해 달콤한 간식이나 믹스 커피 한 잔으로 몸을 또다시 가동시킨다(움직인다 - 옮긴이).


이런 사람들은 달콤한 음식에 중독되는 경우가 많은데, 흔히 이를 탄수화물 중독이라고도 한다. 최근에 밝혀진 사실에 따르면, 이런 식습관은 혈당만을 에너지로 쓰는 뇌에 부담을 줄 수 있어 뇌 기능이 저하되면서(떨어지면서 - 옮긴이) 건망증이나 초기 치매, 파킨슨 병 등으로 진행될 수 있다고 한다(‘~ 파킨슨 병 따위에 걸릴 수 있다고 한다.’로 고쳐야 한다 - 옮긴이).


이런 식생활을 바꾸기 위해 필요한 것이 바로 좋은 소금이다. 소금 섭취는 질 낮은 단맛에 길든 우리의 입맛을 바꾸고 우리 몸을 건강하게 만들어줄 수 있다.


예로부터 소금은 바닷물을 증발시켜 만드는 것이 가장 좋다고 여겨졌다. 이런 소금을 천일염(天日鹽)이라고 하는데, 천일염은 생산과정과 형태가 비위생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고, 생산량에도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기계로 만든 싸고 깨끗한 소금이라는 이미지로 기계염, 즉 정제염(精製鹽)이 보급되었다. 심지어 법적으로도 식품 가공과 식당에서 사용하는 소금은 정제염만을 인정했다. 그러다 보니 정제염 섭취가 늘어나면서 건강에 문제가 생겨 의학적으로 소금 섭취가 위험하다는 결론을 내리게 된 것이다.


우리나라(한국 - 옮긴이)는 양질의 염전(‘질 높은 소금밭/좋은 소금밭’ - 옮긴이)을 갖고 있어 좋은 소금을 섭취해왔음에도 아쉽게도 현대에 오면서 소금을 홀대하게 되었다(그러나 내가 접한 역사책에 따르면, 소금밭에서 바닷물을 말려서 만드는 소금도 한국의 전통 소금은 아니다. 한국은 일본에 점령당하기 전까지는 소금을 ‘말려서’ 만들지 않고 불에 ‘구워서’ 만들었다. 이는 옛 기록으로도 알아낼 수 있는 사실이다 - 옮긴이).


▶ 좋은 소금으로 건강한 식생활


소금을 멀리하면서 생긴 가장 심각한 문제는 우리 몸에 최악인 설탕을 가까이하게 된 것이다. 소금을 적게 먹어야 한다는 신념으로 사람들은 자꾸 힘이 빠지고 무기력해지는 문제를 질 낮은 탄수화물과 설탕을 섭취하는 것으로 해결하고 있다. 그 결과 고혈압, 당뇨병 환자가 급격히 늘어가고 있으며, 그에 따른 합병증(어떤 병과 관련해서 일어나는 다른 병 - 옮긴이)으로 뇌졸중, 심근경색, 말초혈관 질환자들이 셀 수 없을 정도로 늘고 있다.


설탕이 보편화된 것은 불과 몇 십 년밖에 되지 않았다. 얼마 전까지 식탁(밥상 - 옮긴이)에서 ‘반찬이 맛있다.’는 표현은 ‘간이 맞네.’였다. 간이 맞는다는 것은 음식의 짭짤한 정도가 적당하다는 것이고, 이것이 맛의 기준이었다. 반찬에서 단맛이 느껴지는 것은 특별한 경우였다.


곡물을 졸여 은근한 단맛을 내기도 했지만(예 : 조청 - 옮긴이), 당장의 먹고사는 게 풍부하지 않던 시절에는 그마저 소수의 이야기고, 감이나 대추 등 말린 과일을 이용해 단맛을 내는 게 전부였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소금과 소금으로 만든 장으로 음식의 맛을 내기보다 설탕, 대체 감미료 등을 더 많이 사용하고 있다(오늘날 한국에서는 떡이나 된장이나 고추장을 만들 때에도 설탕을 집어넣는다! - 옮긴이).


좋은 소금으로 간을 해서 밥을 짓고 반찬을 만들어 먹기 시작하면 단 것은 자연스레 멀어진다. 병원을 찾은 어머니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해주고 집에 가서 아이들에게 한번 실험해보라고 권할 때가 있다. 아이들이 자유롭게 먹을 수 있도록 천일염이나 죽염을 식탁에 놓아두면, 아이들은 어른들보다 훨씬 맛있게 소금을 먹는데, 그러고 나면 과자나 초콜릿, 사탕을 손에 쥐어줘도 잘 안 먹는 것을 볼 수 있다.


이제부터 집 안의 소금을 자연 소금으로 바꾸고 충분히 간을 해서 음식을 만들어 먹어보자. 현미밥이 이렇게 맛있는 줄 처음 알게 될 것이다. 밥이 맛있어야 많이 먹게 되고, 그러면 충분한 에너지를 만들게 되어 식사 후 두어 시간 뒤에 생겼던 헛헛함이 사라지면서 힘을 얻게 될 것이다.


- 신우섭의 글


* 신우섭 : 약보다는 올바른 식사를 통해 환자 스스로 병을 치유하게 도와주는 의사. ‘건강하려면 병원과 약을 버려라.’라는 신조로『의사들의 반란』을 출간했다.


-『빅 이슈 코리아(Big Issue Korea)』지 제 117호(서기 2015년 10월 1일에 펴냄)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