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나라의 모순들

다르지 않다는 것에서부터

개마두리 2017. 6. 7. 23:40

아현이는 이번 포럼 활동을 하면서 평소 친하게 지내는 친구들이 가지고 있는 다문화에 대한 생각이 궁금해서 물어봤다. 친구들이 보다 쉽고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도록 외국인이나 다문화인과의 ‘결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봤다. 친구들은 너무도 쉽게 “상관없다.”는 대답을 들려줬다. 그러나 단서가 붙었다. 선진국에서 왔거나 백인이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아현이는 아주 가까운 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차별에 대해 놀랐지만, 친구들을 탓할 수는 없었다. 이런 인식의 기초가 궁금해서 다문화와 관련된 거의 모든 TV 프로그램을 살펴보았다. 주로 예능과 교양 프로에서 다문화에 대해 많이 다뤄지고 있었다. 그런데 이런 프로그램에서도 다문화 문제에 대해 언급할 때는 주로 후진국에서 온 사람이 출연했고, 문화의 우수성이나 다문화의 장점을 소개할 때는 선진국에서 온 사람이 출연한다는 걸 알게 됐다. 친구들의 생각이 놀라운 게 아니라 사회가 이미 그렇게 만들어 가고 있기 때문에 그 영향을 그대로 받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이런 결과는 우리 사회가 만들어 놓은 이면의 합의처럼 존재하고 있다. 다양한 인종, 다양한 국적을 가진 사람을 만나 보지 못했으면서도 피부색과 출신 국적이 차별의 기준이 될 수 있다는 아주 깊고 오래된 인식이 모든 사람의 의식 속에 잠재되어 있는 것이다. 우리와 ‘다른’ 게 ‘틀린’ 것이 아니라는 인식의 전환이 시급해 보였다.


-『나는 어느 나라 사람인가요?』(김미현/박산하/홍상만 지음, ‘꿈결’ 펴냄, 서기 2016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