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서장

▷◁신들은 옥수수로 인간을 만들었다 - 마야 신화

개마두리 2014. 8. 12. 20:58

“세상이 깊은 잠에서 깨어나기를 원치 않았을 때, 위대한 신(神)들은 회의를 열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의논했다네. 그 자리에서 신들은 세상을 창조하고 남자와 여자를 빚기로 했지. 드디어 신들이 이 세상과 사람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하게 된 것이지.

 

신들은, 이왕 인간을 만들기로 했으니 훌륭하고 튼튼하게 만들자고 생각했지. 그렇게 해서 최초의 인간들을 금(金)으로 만들었네. 신들은 그 인간들이 눈부시게 반짝거리고 튼튼했기 때문에 아주 만족했지.

 

그러나 신들은 금 인간들이 움직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금세 알게 되었네. 열심히 일하기는커녕, 꼼짝도 않고 앉아서는 도무지 움직이려 들지 않았다네. 금 인간의 몸이 너무 무거웠기 때문이었네.

 

신들의 공동체는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논의하기 위해 다시 회의를 소집했네. 그 회의에서 신들은 금 인간과는 다른 나무 인간들을 새로 만들자고 합의했다네. 나무 인간들은 나무 빛깔(갈색? - 옮긴이)을 띠었네. 그들은 열심히 일하고 부지런히 걸어 다녔지. 신들은 나무 인간들이 일하고 걷는 것을 보자 흐뭇해졌다네.

 

신들은 기쁨을 확인하고자 며칠 뒤에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가 보았지. 그런데 신들은 금 인간이 나무 인간에게 자신들을 업으라고 명령하고, 자신들을 위해 일하라고 강요하는 것을 보았지. 신들은 인간들 사이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네. 그래서 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고민하기 시작했지. 그들은 새로운 인간을 창조하기로 결정했다네.

 

마침내 신들은 훗날 훌륭한 사람들이라 불리게 될 진실한 인간들, 옥수수 인간들을 창조했다네. (마야의 신들은 - 옮긴이) 옥수수 반죽으로 살을 빚고, 옥수수 음료로 피를 만들었다네. 신들은 할 일이 모두 끝나자 잠을 자기 위해 떠나버렸지.

 

신들이 떠나버렸기 때문에 진실한 옥수수 인간들은 이제부터 자신들의 상황을 스스로 개선해야 한다고 생각했네. 옥수수 인간들은 의견을 모으기 위해 진실한 언어로 대화했네. 그러고 나서 모든 이들에게 길을 만들어주고자 산(山)으로 떠났다네.”

 

(메히코의 마야인인 - 옮긴이) 안토니오 할아버지는 나(마르코스 - 옮긴이)에게 금 인간과 나무 인간에 대해 말해주었다.

 

“금 인간은 백색 피부인 부자(에스파냐계 백인이나 미국 백인 - 옮긴이)고, 나무 인간은 갈색 피부인 가난한 이(메스티소나 원주민 - 옮긴이)라네. 나무 인간들은 부유한 사람들을 위해 일하고, 그들을 늘 업고 다닌다네. 금 인간과 나무 인간은 옥수수 인간의 도래를 기다리고 있었지. 가장 먼저 세상에 태어난 금 인간들은 두려움에 떨고 초조함에 안절부절 못하며 기다렸고, 그 다음에 세상에 태어난 나무 인간들은 희망을 갖고서 기다렸다지.”

 

나는 그에게 옥수수 인간의 피부색이 어떤지를 물었다.

 

“옥수수 인간은 종류도 다양하고 피부색도 다채롭다네. 옥수수 인간들은 아주 다양한 피부색을 가지고 있지. 그러나 어느 누구도 이 사실을 제대로 알지 못하네. 그 이유는 진실한 옥수수 인간들은 얼굴이 없기 때문이야.”

 

-『마르코스와 안토니오 할아버지』(마르코스 지음, 박정훈 옮김, 현실문화 펴냄, 서기 2008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