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나라의 모순들

▷◁"관광객들, 공부 안하면 괭이부리말처럼 산다며…"

개마두리 2015. 7. 13. 12:28

 

- <노컷뉴스> 기사

 

- 입력 :2015.07.13.

 

- CBS 박재홍의 뉴스쇼

 

방송 : CBS 라디오 <박재홍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진행 : 박재홍 앵커

대담 : 임종연 (괭이부리마을 '기찻길옆 작은학교' 상근교사)

 

소설 '괭이부리말 아이들'의 배경으로도 유명한 인천 만석동의 괭이부리마을. 좁은 골목길 사이사이로 가난과 빈곤이 묻은 오래된 쪽방촌 입니다. 비록 낡고 허름할지언정 마을 주민들에게는 소중한 삶의 공간이죠. 그런데 이 마을에 인천 지자체에서 하루 1만원이면 숙박 가능한 생활 체험관을 운영하겠다고 해서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마을 주민들은 쪽방촌의 가난까지 상품화하는 것이냐면서 거세게 반발하고 있는데요. 괭이부리마을의 공부방인 '기찻길옆 작은학교'의 임종연 선생님을 연결해 얘기나눠 보겠습니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임종연> , 안녕하세요.

 

박재홍> 인천 동구청이 괭이부리마을에 옛 생활 체험관을 운영하겠다, 이런 내용의 조례안 입법을 발표했는데요. 누가 어떤 목적으로 와서 체험을 하겠다는 거죠?

 

임종연> 그게 좀 명확하지 않은데요. 조례안에 목적을 보면 옛 사람들의 생활공간을 재현해서 생활 체험의 장소로 활용하겠다고 나와 있고요. 그래서 옛 생활모습에 대해서 자녀의 학습교육효과를 기대하고 유년 시절에 대한 부모들의 추억체험을 하겠다는 게 동구청의 의도입니다. 이 괭이부리마을 안에 있는 가옥구조들이 옛날 집들이고, 일제 시대부터 지어진 건물도 있고 역사성을 지니고 있어요. 그런 것들을 관광자원으로 활용을 하겠다는 의도인 것 같은데요.

 

주민들이 얘기하는 것은, 마을에 그런 모습뿐만 아니라, 여기 살고 있는 주민들의 삶 자체도 존중받아야 될 권리가 있는데 주민들하고 아무런 상의 없이 이렇게 진행하는 것에 대해서 분노하고 있는 것이죠.

 

박재홍> 마을 한복판에 체험관이 지어진다고 하는데 다닥다닥 붙어 있는 건물 중 하나인거죠?

 

임종연> 그렇죠.

 

 

노컷뉴스

 

괭이부리마을, 인천 동구에서 체험관으로 활용 예정인 갈색 건물, (사진=임종연 씨 제공)

 

박재홍> 그러면 옆에 살고 계신 주민들의 삶도 보호되기 쉽지 않을 것 같은데요.

 

임종연> 동네 특성상 담벼락이 있거나 대문이 있는 구도가 아니라, 집 문을 열면 맞은 편 안에 있는 풍경들이 그대로 드러나고 공개되는 그런 구조입니다. 마을을 체험을 하는 숙박 장소로 이용되고 관광하는 사람들이나 체험객들이 오게 되면, 주민들의 삶이나 생활 모습 자체가 고스란히 공개 되는 거죠.

 

박재홍> 그리고 이미 예전부터 생활 체험관이 만들어진다는 소식이 있기 전부터, 외부인들의 방문 때문에 마을 주민들이 불편하셨다던데요. 실제로 그랬습니까?

 

임종연> 관광버스를 타고 견학을 온 유치원 학생들이 지나가다가, 동네 어른들이 계시는 곳에서 '공부 안 하고, 그리고 게으르게 살면 이 사람들처럼 산다, 이런 곳에서 이 사람들처럼 산다.' 이런 말을 하고 지나갔다고 해요.

 

박재홍> 이게 무슨 말입니까? 공부를 안 하면 이런 데서 살아야 한다?

 

임종연> 그런데 그게 어린 아이 입에서 자기 스스로 판단해서 나왔다기보다는 어른에게서 그런 얘기를 들었겠죠. 동네 분들이 이 얘기를 듣고 온 동네에 소문이 퍼지고 너무나 허탈해하시는 거죠. 해방 이후부터 마을에 정착하셔서 50, 60년 동안 이 마을을 일구고 가꾸고 살아오셨던 어르신들 삶의 자존감에 엄청난 상처를 입게 되는 그런 경험들을 하신 거죠. 그런데, 구에서 공식적으로 관광을 시켜서 사람들이 찾아오게 하겠다는 거니까 체험관 자체가 주민들은 커다란 충격이 되는 거죠.

 

박재홍> 상처를 받을 수 있는 상황들이 더 많이 생길 수 있겠네요.

 

임종연> 그렇죠. 마을의 특수성 때문에 실제로는 지금도 주민들이 원하지 않는 상태에서 공개되는 것들이 되게 많거든요.

 

박재홍> 그렇군요. 인천 동구청에 항의를 하셨을 텐데, 뭐라고 답변 하던가요?

 

임종연> 일반적인 답변, 무책임한 답변을 얻었고요. 이런 식의 답변이었습니다. '행정이 하는 일이 모든 주민들을 다 만족시킬 수는 없고, 이것이 설치가 되고 나서 나중에 좋아지면 주민들한테도 좋은 것이 아니냐'는 답변이었는데요. 그러니까 결과에 대한 어떤 확신이라기보다는, 일단 해놓고 아니면 말고 식의 그런 반응이었고요.

 

더욱 더 놀라운 건이런 식이예요, 유동 인구가 늘어나면 공예품이라든가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물건을 판다든가 해서 자연적으로 하나하나씩 마을이 변화되고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거라는 주장인데요. 주민들의 삶 자체를 구청에서 재단하겠다는 이야기거든요. 공예품을 파는 사람쯤으로요

 

그리고 동구청에서도 이런 인터뷰를 했던데요. '대통령직속 지역발전위원회가 주거환경개선우수사례로 선정한 곳인 만큼 국·시비 매칭사업으로 2억원 가량의 예산을 투입해 예정대로 추진하겠다'라는 겁니다. 구청에서 책임 있는 사람들이 인터뷰를 하면서도 주민에 대한 말이 한마디도 없어요. 그러니까 윗선에 보여주기 위해서 추진한 사업을 계속 연장해서, 주민들의 삶을 주민들 스스로가 아닌 구청이 재단하고, 주민들의 삶 자체를 관광객들에게 공개하는 결정을 마음대로 하고 있거든요.

 

박재홍> 유명 관광지가 되면 그곳에서 장사를 하시는 주민들은 일정의 혜택을 볼 수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그러면, 그 마을에 계신 분들이 그런 업종에 종사하는 분들이 많이 계신가요?

 

임종연> 없습니다.

 

박재홍> 아하, 그래요?

 

임종연> 장사를 하시거나 이런 분들은 없고요. 가난하고고단한 노동을 통해서 자기 삶을 이어가시는 분들이 대다수고요. 그리고 연령대가 고령인 분들이 많아서 거동이 불편하신 분도 있고요. 삶 자체가 너무나도 고단하신 분들이 많은데, 그분들이 어떻게 나가서 관광객들을 상대로 장사를 하고이렇게 바꾸라는 동구청의 의도에 대해서 동의할 수 있겠습니까?

 

박재홍> 그래도 새로운 프로젝트도 만들어주시고 또 그 수익이 마을환경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다면 장기적으로도 괭이부리마을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할 수 있는 여지는 없을까요?

 

임종연> 주민들 모두가 어쨌든 관광화 되는 것들에 대해서 반대를 하고 계시고요.

 

박재홍> 그렇군요.

 

임종연> 이유는, 자신의 삶이 존중받고 싶은 그런 욕구죠. 그건 기본적인 권리고, 사람으로서 당연히 가져야 할 몫이라고 생각하는데 그 몫이 분명히 침해받고 있다는 것 때문에 반대를 하시는 거죠.

 

박재홍> 가난과 빈곤이 있지만 소중한 우리들의 삶이 있는 곳. 괭이부리마을. 주민들의 삶이 더욱더 존중되는 방향으로 결정이 되면 좋겠습니다. 선생님, 말씀 잘 들었습니다.

 

임종연> 감사합니다.

 

박재홍> 괭이부리마을의 공부방 '기찻길옆 작은학교'의 임종연 선생님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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