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나라의 모순들

▷◁[신율의 출발 새아침] '너희도 공부 못하면 이런데서 살아야 해' 빈민체험 논란

개마두리 2015. 7. 13. 12:38

 

- YTN 라디오 뉴스

 

- 입력 : 2015.07.13.

 

YTN라디오(FM 94.5) [신율의 출발 새아침]

 

방송일시 : 2015713(월요일)

출연자 : 김중미 작가

 

- 빈민체험 하룻밤에 1만원?

 

- 다닥다닥 붙어있는 판자촌 한가운데 체험관 추진

 

- ‘너희들도 공부 못하면 이렇게 살게 된다' 주민들이 듣고...

 

- 화장실도 안에 있는 사랑방에 체험관이라니 주민들 상대적 박탈감

 

신율 앵커(이하 신율): 소설 <괭이부리말 아이들>의 배경이 된 곳이죠. 인천 동구의 달동네, 괭이부리마을을 아십니까? 일제강점기 때 잠수함을 만들던 인부들과 6.25 전쟁 피난민들이 정착했던 곳이라고 하는데요. 이 괭이부리마을 한가운데에 지방자치단체가 외부인을 위한 생활체험관을 만들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여러분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누군가의 삶과 가난을 돈을 내고 구경해도 될까요? 소설 <괭이부리말 아이들>의 저자, 김중미 작가 연결해서 자세한 얘기 들어보겠습니다. 안녕하십니까?

 

김중미 작가(이하 김중미): , 안녕하세요.

 

신율: 괭이부리마을, 김 작가님과 특별한 인연이 있는 마을인가요?

 

김중미: 제가 거기에 1987년에 들어갔고, 88년부터 거기서 기찻길 옆 공부방을 했고요.

 

신율: 공부방이요?

 

김중미: , 기찻길 옆 공부방이라고, 지금은 그렇게 아이들이 많은 곳은 아니지만, 예전에는 가난한 집 아이들이 좁은 집에서 살고 있으니까, 또 맞벌이 부부가 대부분이어서, 공부방이 필요했고, 그곳에서 공부방을 하면서 결혼하고, 아이 낳고 살았고, 후배들도 똑같이 자원교사로 왔다가 거기 정착해서 함께 공부방을 하고 있습니다.

 

신율: , 지금도 하고 계시는군요?

 

김중미: .

 

신율: 그러니까 80년대의 야학이랑 비슷한 건가요? 물론 야학은 노동자들이 대상이지만요.

 

김중미: , 저희들은 초중고 아이들하고 공부도 하고, 여러 가지를 하는 거죠. 입시지도까지 하고, 계속 생활도 같이 하고요.

 

신율: 그런데 지금 어떻습니까? 거기가 개발이 되고 있나요?

 

김중미: 여기가 전 구청장 때부터, 시장님께서도 그랬고, 원도심 재개발을 하면서, 원주민 정착을 목표로 재개발을 추진했고요. 지금 마무리가 된 상태예요. 그런데 처음에는 주민들이 참여하는, 민관협동으로,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추진하는 재개발 사업이라고 했는데, 실제로 막상 착수해 들어갔을 때는 저희들이 들러리여서 나왔고, 어쨌든 지금 임대주택은 완성이 된 상태이고, 여기에 180여 억 원이 들어갔다고 해요. 그런데 임대주택 외에는 사실 주민들의 생활 개선이 된 것이 없는 거죠. 여전히 임대주택 건너편이나, 저희 공부방이 있는 곳 주변은 여전히 열악한 주거환경 그대로이고요. 그리고 몇 가지 시설들을 해 놨는데, 그 시설들은 실제 주민들의 편의를 위해서 사용하게 되지는 않고, 거의 문이 닫혀 있다가 이번에 사랑방이라고 했던 곳이 옛 생활 체험관으로 바뀌게 된 거죠. 거의 문이 닫혀 있던 공간이, 어느 날 외부인들을 위한 숙박시설이 된다고 하는 거죠.

 

신율: 옛 생활 체험관이라는 이야기는, 결국 지금 거기에 사시는 분들의 삶 자체를 관광상품화 해서, 그걸 체험해보라는 이야기 아닌가요?

 

김중미: 그런 거죠. 그러니까 처음에는 여기에 빈집을 이용해서 게스트 하우스나 빈민 체험장을 만들겠다고 했어요. 그런데 그거에 대한 반발이 크니까, 이걸 옛 생활 체험관이라는 말로 슬쩍 바꾼 거죠.

 

신율: 빈민 체험관, 그러니까 주민들의 입장에서는 상당히 당황스러웠을 것 같은데요.

 

김중미: , 일단 빈민 체험관에는 반대를 했고, 시장님이 오셨을 때도 그건 저도 반대한다고 확실하게 말씀도 하셨는데, 이게 얼렁뚱땅 이렇게 된 건데요. 이게 주민들도 몰랐고, 저희들도 전혀 알지 못했어요. 그런데 이게 동구에 배다리라는 곳이 있는데, 거기에서 마을 공동체나 문화운동을 하시는 분이 계세요. 그런데 구청 담당자가 어느 날 거기 가서 옛날 시계나 생활용품들을 혹시 구할 수 있냐고 물어보셨다는 거예요. 그래서 왜 그러냐고 물었더니, 만석동에다가 옛 생활 체험관을 만들 건데, 거기에 들어갈 물건이 필요하다고 했다는 거죠. 그래서 그분을 통해서 저희가 이게 추진된다는 걸 알게 되었고요. 그래서 이걸 주민들에게 알리기 위해서 저희가 만들고 있는 만석신문에 알렸고, 주민들에게 알리려 다니다 보니까, 주민들은 노발대발하시는 거죠. 어떻게 주민들 동의도 없이 우리를 원숭이로 만들겠다는 것이냐? 이렇게 저희들이 반발을 하게 된 것이고요. 그런데 이게 이슈화 되고, 언론에서 관심을 가지니까 동구청에서 변명하듯 말하는 게, 주민 협의체에서 논의를 했다고 말하거든요. 그런데 주민 협의체에 들어가 있는 분들은 전혀 듣지를 못했고요.

 

신율: 그러니까 자기네들이 인정은 한 거네요.

 

김중미: , 인정은 하는데, 주민들한테는 말 안 해놓고, ‘주민협의체에서 말했다’, 이렇게 말을 하는 거예요. 그런데 실제 주민협의체에 들어가신 분들은 이걸 나중에 듣고, 마지막 주민협의체 모임에서 동구청 직원들에게 물은 거죠. ‘이런 소문이 있는데 이게 사실이냐?’ 그런데 거기서 오히려 대답도 안 하고 얼버무린 거죠. 그래놓고서는 방송 인터뷰나 언론에다가는 우리는 주민들에게 공고는 안 했지만 협의체에서는 말했다이렇게 말한 거죠.

 

신율: 동구청 측에서 그랬다는 말씀이시죠?

 

김중미: , 그런데 이게 관련 조례안을 보면, 주민에 관한 것은 전혀 없어요. 옛 생활 모습에 대한 자녀의 학습효과, 유년시절에 대한 부모님들의 추억 재현, 그런데 실제로 우리 마을, 마을 주민에 대한 이야기는 없는 거죠.

 

신율: 저희가 동구청 쪽의 입장을 들어보겠습니다만, 어쨌든 주민들의 입장에서 볼 때는 우리와 전혀 의견교환이 없었다. 이런 말씀이시네요. 그런데 지금도 동네를 둘러보는 관광객들이 있으신가요?

 

김중미: 앞서 말씀하셨듯이 여기가 일제 강점기 때 만들어 진 곳이라, 지금은 남아 있지 않은 예전 판자촌의 모습이 곳곳에 남아 있으니까, 사진기를 들고 오시는 분들이 간혹 계세요. 그것도 마을 주민들이 아주 불편해 하시는데, 어린이 날, 저희는 저희 공부방 아이들하고 어린이 날 행사를 하러 외부에 나갔다가 왔는데, 주민들한테 저희도 들은 거죠. 어린이 날 관광 버스 4대가 마을에 들어와서, 사람들이 동네 골목을 다니면서 하는 말이, 어린 아이들에게 너희들도 공부 못하면 이렇게 살게 된다. 그러니까 공부 열심히 해라’, 이러고 관광객들이 다녔다는 거예요. 그러니 노인들이나 공부방에 오는 아이들이 그런 소리를 들었을 때 기분이 어땠겠어요.

 

신율: , 그런 이야기를 누가 하셨는지 모르겠지만, 그런 이야기를 하셨다면 참 할 말이 없네요.

 

김중미: , 그래서 주민들이 격하게 반응하실 수밖에 없는 거죠. 이미 그런 일을 경험하고 계시기 때문에요.

 

신율: 그런데 앞서 이야기했던 옛 생활 체험관은 언제 만들겠다는 건가요?

 

김중미: 지금 동구 의회에 조례안이 넘어가 있고, 오늘 심의를 합니다. 그런데 동구청에서는 그게 통과 되든 안 되든 추진하겠다고 이야기하고 있는 거예요.

 

신율: 굉장히 그 사업에 애착을 가지고 있는 모양이네요.

 

김중미: 그러니까 이걸 치적으로 삼는 거죠. 이게 실제로 마을 경제에 얼마나 도움이 되겠어요?

 

신율: 바로 그 점인데요. 사실 경제적 도움이라는 것은 2차적인 문제예요. 제가 생각할 때 1차적인 것은 뭐냐면, 본인의 삶에 대한 권리에 대한 문제, 그래서 넓게 보면 인권에 관한 문제거든요.

 

김중미: 그렇죠. 이건 인권의 문제이죠.

 

신율: , 이게 첫 번째 문제이고, 두 번째로 나올 수 있는게 경제적 도움이 되느냐, 안 되느냐, 이건 부차적인 문제라고 생각하거든요.

 

김중미: , 저도 동의합니다.

 

신율: 그런데 어쨌든 저쪽에서는 경제적 도움이 될 것이다. 이런 입장인 것 같은데요.

 

김중미: 아니요. 그런 말도 하지 않고요. 왜냐면 이게 1박에 만 원입니다. 그리고 저희 마을은 집이 다닥다닥 붙어 있어요. 옆집이랑 공간이 없이, 그런 곳에 한 곳을 체험관으로 만드는 것이니까, 큰 시설도 아니고, 하루에 한 가족이 와봤자 얼마가 되겠어요? 그러니까 주민들에게 어떤 도움도 안 되는 거죠. 그런데 이게 지자체장에게는 치적이 될 수는 있겠죠. ‘나는 여기를 이렇게 바꿨다.’

 

신율: 그러니까 체험관이라는 집 자체가 거기에 생활하는 집하고 똑같은 집이라는 거죠?

 

김중미: 외부는 똑같고요. 곶방(사랑방)을 만들겠다고 하면서, 다른 집들과 달리 이 안에 화장실도 만들고, 나름 리모델링을 한 거죠. 그러니까 주민들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이유 중에 하나가, 임대주택을 제외하고는 주거환경이 나아지지 않았어요. 그런데 여기에 들어선 시설 몇 개는 어른들 말씀으로 우리집보다 좋아, 그런데 저기는 내내 문 잠겨 있어이렇게 말씀하시는 거죠. 그럴만큼 내부는 리모델링을 한 거죠. 싱크대도 좋은 것 갖다 놓고, 화장실도 만들어놓고요.

 

신율: , 잘 알겠습니다. 오늘 심의를 한다고 하셨는데요. 심의 결과와 상관없이 동구청 측에서는 계속 만들겠다는 입장이고요.

 

김중미: .

 

신율: 잘 알겠습니다. 저희가 동구청의 입장을 꼭 한 번 들어보겠습니다.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고맙습니다.

 

김중미: . 감사합니다.

 

신율: 지금까지 김중미 작가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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