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체험 없이도 충분한 동물 교육

개마두리 2016. 6. 26. 14:54


▶“거기 서서 한번 만져봐.”


초등학생 어린이들이 줄을 서서 차례차례 무대에 올라가 나란히 선다. 테이블(탁자 - 옮긴이) 위에 길게 고정해놓은 뱀에 손을 올리면, 무대 앞에서 카메라(사진기 - 옮긴이)를 들고 대기하던 학부모들이 여기를 보라고 소리 지르며 사진을 찍는다.


전시 관계자들은 뱀과 깊이 교감할 수 있는 체험 이벤트라며 시끄럽게 홍보하고, 그 소리에 이끌려 아이와 엄마도 줄을 선다. 겁이 많은 아이는 뱀을 만지는 것이 무서웠지만, 다른 애들도 다 한다는 엄마의 말에 겁쟁이가 되기 싫어서 무대로 올라간다.


그때 뱀의 기분은 어떨까? 뱀은 냉혈동물로 체내의 물질대사가 외계의 온도에 영향을 받는다. 즉 사람의 체온이 닿은 후에 물질대사가 정상으로 돌아올 때까지 휴식이 필요하다. 하지만 체험 이벤트 내내 뱀은 수많은 사람이 있는 낯선 환경에 강제로 나와 사람들의 체온에 스트레스를 받는다. 전시 관계자들의 말처럼 ‘체험’이 아이 인생에 큰 변화라도 가져오는 것일까?


어릴 적 동물원에서 뱀을 만지는 체험은 엄마가 시켜서 한, 또 남들이 하기에 따라 한 수많은 행동 중 하나였을 뿐이었다. 그 뒤로 생물학에 관심을 갖기는커녕 여전히 뱀을 무서워한다. 뱀은 그저 몇 권이나 되는 사진첩 중 한 장의 사진이 되기 위해 그 모진 시간들을 견뎌야 했던 것이다.


▶체험은 교육이 될 수 있을까?


요즘 체험 동물원이 인기다. 방학 때가 되면 이런 동물 체험 프로그램은 더욱 성수기를 맞는다.


얼마 전 어린이 체험 행사가 끝나자, 살아 있는 작은 동물들을 폐기물로 처리했다는 충격적인 기사를 접했다. 기사의 내용은 아이들의 호기심을 잠깐 채워주기 위해 동물들을 일회용품처럼 사용하고 버린다는 것이었다.


종종 체험 동물로 공개되는 새끼 야생동물의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모성애가 강한 야생동물에게서 새끼를 빼앗아오기 위해 수많은 어른 동물을 죽여야 한다. 새끼 야생동물은 눈앞에서 자신의 엄마, 아빠, 이모, 삼촌이 사람들에게 죽임당하는 기억을 간직한 채 사람들 앞에 공개된다.


체험 동물원을 찾는 부모들은 모두 아이가 동물학자나 생물학자가 되길 바라는 걸까? 이렇게 동물을 만지거나 가까이에서 사진을 찍는 경험이 과연 교육이 될 수 있을까?


유명한 침팬지 연구가인 제인 구달이 동물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를 들어보자. 제인 구달은 다섯 살 때 고향인 런던을 떠나 동물이 많은 시골로 갈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시골에 살면서 문득 이런 생각을 했다.


“손안의 이 달걀은 대체 어디서 오는 걸까?”


제인 구달의 어머니는 닭이 어떻게 알을 낳는지 아주 자세히 가르쳐주었고, 이것이 제인 구달을 과학자로 이끈 첫걸음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열한 살 때 침팬지에 대한 책을 읽었는데, 이를 계기로 아프리카에 가서 연구하겠다는 꿈을 꾸었다. 제인 구달의 삶을 움직인 교육은 한 번의 체험이 아니라 일상에서 동물과 가까이 살며 나눈 교감, 그리고 진짜 동물의 삶을 알려주는 책과 멘토(어머니)였던 것이다.


▶ 호기심보다 중요한 것 


사실 동물원에서 우리가 알 수 있는 동물의 몸 크기와 모양, 색깔 등은 동물 관련 책이나 인터넷(순우리말로는 ‘누리그물’ - 옮긴이)으로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오히려 행동이 제한된 동물원의 동물보다 책이나 영상 자료의 동물이 그들의 실제 삶을 더 잘 알려준다. 제인 구달도 처음엔 침팬지를 그렇게 만났다.


만약 아이가 동물 체험에 호기심을 보인다면 진실을 알려주고 스스로 선택하게 해야 하지 않을까? 체험 동물원은 마치 ‘궁금하면 동물을 만져도 되는 것’이라고 잘못 가르치고 있는 듯하다.


이렇게 자신의 호기심을 최우선으로 하는 태도는 동물을 위해서도, 아이들의 사회성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아이가 호기심을 보일 때 무조건 행동으로 옮겨 손을 뻗게 하기보다 타자가 나와의 접촉을 원하는지(바라는지 - 옮긴이) 관찰하고, 그 행동이 옳은지 고민하는 배려 깊은 사람으로 성장하도록 도와주어야 하지 않을까?


체험에 알맞은 ‘아기 동물’을 얻으려면 그 아기를 지키려는 어른 동물을 얼마나 많이 죽여야 하는지, 체험에 사용할 수 없을 만큼 자라면 이 동물들은 어디로 보내는지, 눈앞의 동물을 만지는 것이 꼭 옳은지 설명해줄 필요가 있다.


그렇게 진실을 자세히 알려주면 아이들은 아마도 이 같은 동물의 일생에 슬퍼하며 체험 동물원을 통해 가르쳐줄 수 없었던 진정한 교감을 보여줄 것이다.


- 유다희(동물 보호 시민단체 ‘카라’의 홍보 담당 활동가)의 글


-『빅 이슈 코리아(Big Issue Korea)』지 제 134호(서기 2016년 6월 15일에 펴냄)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