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천하의 멸망과 나라의 멸망을 다룬 학자의 말

개마두리 2016. 12. 22. 22:07


(전략)


명나라의 멸망을 목도한 학자 중에 고염무(顧炎武)가 있었다. 그는 위충현의 국정 농단도 경험했고, 동림당의 폐해도 지켜봤다. 명나라의 멸망을 받아들이기 어려웠겠지만 오랑캐로 여겼던 청나라의 건국은 더욱 더 인정할 수 없었을 것이다. 반청 운동에 가담했다가 실패한 후 연구와 저술에만 몰두하다 생을 마쳤다. 그의 저술 중에 가장 유명한 <일지록(日知錄)>을 보면 망국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자고이래로 나라가 망하는 일도 있고, 천하가 망하는 일도 있었다. 나라가 망하는 것과 천하가 망하는 것의 차이는 다음과 같다. 성을 바꾸고 국호를 바꾸는 것을 나라가 망한다고 하고, 인의도덕이 사라져서 짐승들이 사람을 잡아먹고, 사람끼리도 서로 잡아먹게 되면 천하가 망한 것이다. 우선 천하를 지킬 줄 알아야 하고, 그 다음 나라를 지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나라를 지키는 것은 군왕과 신하의 위치에 있는 통치자들이 고려해야 하는 것이고, 천하를 지키는 것은 지위가 낮은 일반 백성들에게도 책임이 있는 것이다."


고염무의 입장에서 보면 그저 왕조가 바뀌는 것은 나라가 망하는 것이고, 공자의 가르침을 지키는 명나라가 오랑캐 만주족에게 멸망한 것은 천하가 망한 것이다.


이것을 현대적 관점에서 보면 정권이 바뀌는 것은 정치인들의 문제이지만 국가의 정의가 무너지는 것은 필부필녀, 남녀노소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민주주의를 지키고 정의를 바로 세우는 것은 우리 모두의 책임인 것이다.


- 최성흠(한국외국어대학교 중국연구소 연구위원)의 글인「나라 말아먹은 환관 정치, 최후는?」(작은 제목 <[최성흠의 문화로 읽는 중국 정치] 환관 정치의 말로>)에서


* 원문 :


http://www.pressian.com/news/article.html?no=143857


(<프레시안>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