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이상한 구멍이 있어요!"
2015년 4월, 석촌동 고분군에서 구덩이가 하나 발견됐습니다.
"석촌동 고분군 구덩이도 싱크홀일까?"
당시 송파구 일대에는 싱크홀이 자주 발생했기에 다들 걱정했습니다.
사적 243호 석촌동 고분군은 백제의 숨결이 담긴 유산이기 때문입니다.
석촌동 고분군 1호분과 2호분 사이 푸른 잔디밭에 생긴 직경 50cm 남짓의 구덩이.
그 정체를 알아내기 위해 긴급 시굴조사를 시작했습니다.
"싱크홀은 아니네요."
학예사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구덩이는 원래 우물이었던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구덩이 안에는 나무로 짠 구조물이 있었습니다.
세월이 흘러 우물이 함몰되며 구덩이가 드러난 것이죠.
(*학예사 : 유물을 조사, 연구 관리하며 전시기획과 교육을 담당하는 직업)
원인은 밝혀졌지만, 조사는 계속됐습니다.
구덩이를 파다 보니 수십 점의 토기와 기와, 유리구슬 등 백제 유물이 쏟아져나왔기 때문입니다.
약 2천 년간 잠들어있던 '돌무지무덤'이 깨어나는 순간이었습니다.
돌무지무덤이란 돌을 쌓아 만든 무덤으로 백제의 초기 무덤 양식입니다.
그해 10월, 만반의 준비 후 다시 조사가 시작됐습니다.
원인 모를 구덩이는 파헤칠수록 경탄을 자아냈습니다.
백제 왕실의 진귀한 유물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백제의 고분이 확실했습니다.
다음 해 8월, 조사팀은 놀랐습니다.
조사구역의 남쪽에서 작고 노란 고리 하나가 나왔기 때문입니다.
그 영롱한 자태는 '금동 귀걸이'였습니다.
백제 왕실의 대표 유물로,
백제의 기술력이 얼마나 뛰어났는지 잘 보여줍니다.
"꼭 선조들이 구덩이를 만들어준 것 같아요. 잠들어있던 유산, 후손들이 발견할 수 있게요."
구덩이 하나로 시작된 발굴은 계속 이어졌습니다.
올해 4월 또 한 차례의 발굴이 시작됐습니다.
"무너진 돌 틈에서 우리는 많은 걸 찾아내요.
유물만 찾아내는 게 아니죠.
우리의 뿌리가 얼마나 위대한지…. 우리는 자부심을 발굴하는 거에요"(석촌동 고분군 발굴팀)
우리네 자부심을 찾아내는 새로운 발굴의 여정.
그 여정을 응원합니다.
(서울=연합뉴스)
- 성연재 기자/조은솔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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