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문화·풍습

세배

개마두리 2018. 4. 21. 21:05

* 세배(歲拜) :


‘세알’이라고도 한다. 섣달그믐(음력으로 ‘한 해의 마지막 날’, 그러니까 음력 12월 30일을 일컫는 말)이나 새해 첫날(그러니까 음력으로 설날[한자로는 ‘정초正初’나 ‘구정舊正’])에 나이 어린 사람이 어른을 찾아뵙고 절을 하며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하고 말씀드리는 풍습이다.


섣달그믐에 세배를 하기도 한 까닭은, 배달민족은 한 해의 마지막 날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라고 여겼기 때문이었다.


세(歲)는 원래 ‘해’, 그러니까 년(年)과 같은 뜻이지만, ‘새해’라는 뜻도 있고, 배(拜)는 ‘절/절하다’는 뜻이 있으므로, ‘세배’는 ‘새해 (첫날에 하는) 절’이라는 뜻이 된다.

      
그럼 ‘세알’은 뭐냐고 물어볼 것이다. 세알(歲謁)은 세배의 다른 말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예전에 섣달그믐이나 설날에 사당(祠堂)에 가서 인사드리던 일’을 일컫는 말이기도 하다.


세알의 ‘세(歲)’는 ‘새해’라는 뜻이고, ‘알(謁)’은 ‘아뢰다/알리다/뵙다/사당을 참배하다’는 뜻이니, 글자 뜻으로는 ‘새해에 사당을 참배함’이나, ‘새해에 (윗분인 조상들에게) 아룀’/‘새해에 (조상들에게 자신들이 사당에 왔음을) 알림’/‘새해에 (조상들을) 뵘’이라는 뜻이 된다(참고로 “지체 높은 사람/귀한 사람을 찾아가서 뵘”이라는 뜻을 지닌, 알현[謁見]이라는 옛 한자말에도 알[謁]자가 쓰인다. 이 때의 謁은 ‘신분이 높은 사람을 만나다.’는 뜻이다).


오늘날 한국 사람들은 ‘세배’하면 ‘돈을 받으려고 어른들을 찾아다니며 절하는 일’을 떠올리나, 원래 “세배는 ‘지난 세월에 감사한다.’는 의미(류 완 선생의 말)”를 담은 일이며, “새해 첫 날, 힘든 세월을 묵묵히 이겨내신 어르신들에게 존경의 의미로 찾아가 문안을 드리는 전통(류 완 선생)”이고, 세배를 받은 어른들이 “세뱃돈”이나 “음식”을 내어주시는 것은 어디까지나 그것들을 받은 사람들(어린 아이나 손아랫사람)이 “한 해의 건강”을 챙기고 그 해를 “풍요”롭게 보내기를 바라는 “축복의 의미(류 완 선생)”일 뿐이다.


따라서, 세배를 한 사람이 세뱃돈 액수가 너무 적다고 불평하는 것은 예의에 어긋나는 일이다.


이 글을 읽는 한국인이 미성년자라면, 미리 ‘실망’할 이야기를 덧붙이자. 배달민족의 풍습에 따르면, 세배는 어른이 되어서도 자신의 부모님이나 친척 어른들이나 동네 어른들이나 스승님한테 해야 하지만, 대신 스무 살이 넘으면(또는 일자리를 얻어 홀로 서면[독립獨立하면]), 그때부터는 세배를 한 다음 어른들에게 세뱃돈을 받는 게 아니라, 대신 세배는 세배대로 하고, 봉투에 돈을 담아 자신이 세배를 한 어른에게 드려야 한다. 나아가 그때부터는 조카들의 세배를 받은 뒤, 그들에게도 세뱃돈을 따로 줘야 한다. 이 사실을 꼭 기억하고, 착오를 일으키지 않도록!    


(내가 이 글을 올릴 수 있는 까닭은, 오늘이 설날이 아니라, 명절 증후군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양력 4월 21일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글을 올린다고 해서 한국 시민들이 자극을 받아 분통을 터뜨릴 가능성은 낮다)


# 덧붙이는 글 : 내가 이 글을 올린 다른 까닭이 있다. 40대 이하인 한국 사람들(참고로 나는 마흔 살인 한국 남성이다)이나 해외동포가 이 글을 읽고, 배달민족의 문화와 풍습을 보다 더 잘 이해하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나아가 어쩌면 이 블로그에 한국으로 유학 온 외국인 학생이나, 한국에 살면서 배달민족의 문화와 풍습을 배우려는(또는 이해하거나 더 잘 알고 싶어하는) 외국인(그가 케냐 사람이건, 쿠바 사람이건, 자메이카 사람이건, 필리스틴 사람이건 상관없이 말이다!)이 들어와서 글을 읽을 수도 있으니, 이 글이 그들에게 '정보'가 되고 '유익한 자료'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부디 이 글이 그들에게 도움이 되기를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