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제안]‘동해’의 새로운 이름을 ‘청해(靑海)’로 정하자

개마두리 2019. 6. 21. 14:46

* 옮긴이(잉걸)의 말 :


나는 ‘일본’, 아니 왜국(倭國)의 정부와 대다수 ‘왜인(倭人)’들을 좋아하지 않는다(그들이 ‘조센징’이라는 말을 쓰기를 고집하는 한, 나도 ‘왜인’이라는 말을 내다 버리지 않고 계속 쓰겠다!). 서른 해 전에도 그랬고, (40대가 된) 지금도 그건 마찬가지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그들이 귀를 기울이거나 진지하게 받아들일 만한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그것이 제 3자가 보기에도 그럴싸해야 한다는 생각도 한다.


그래서 (설령 받아들여지지 않더라도) 내가 싫어하지 않고 제 3자와 그들(‘왜인’)도 받아들일 수 있는 이름을 소개하며, 나는 어느 한 쪽으로 기울지 않고, 냉정하고 공정한 이름을 소개했으니, 설령 왜인들이 이 글에 나온 제안을 뿌리친다 하더라도, 그건 내 책임이 아님을 분명히 밝힌다.


(“일본해”라는 이름은 왜 안 되냐고? 그 바다는 왜국만의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 바다는 한국/로[Ro]시야/조선 공화국[수도 평양]/왜국을 끼고 있는데, 만약 어느 한 나라의 이름을 따서 바다의 이름을 짓는다면, ‘한국해’나 ‘로시야 해’나 ‘조선해’라는 이름도 괜찮다고 말해야 할 것이다. 왜인들이 그 이름을 받아들일 수 없다면, 나 또한 ‘일본해’를 받아들일 수가 없다. 설령 왜인이나 제 3국의 시민/국민이 ‘일본해’로 적힌 지도를 가져와서 내 앞에서 펼쳐 보인다 하더라도, 나는 펜을 들고 ‘일본해’라는 이름에 가위표/곱표[X표]를 칠 것이다.


서아시아와 북아프리카와 남유럽을 둘러싸고 있는 바다를 ‘이탈리아 해’나 ‘헬라스 해’로 부르던가? 그 대신, ‘땅이 둘러싸고 있는 한가운데에 있는 바다’라고 해서 ‘지중해[地中海]’로 부르지 않던가? 그래서 그 바다를 둘러싸고 있는 모든 나라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이름인 ‘지중해’가 문제없이 쓰이고 있지 않은가? 아시아와 오세아니아와 아메리카를 둘러싼 큰 바다를 ‘캐나다 해’나 ‘페루 해’나 ‘메히코[“멕시코”의 바른 이름] 해’나 ‘파나마 해’나 ‘뉴질랜드 해’나 ‘오스트레일리아 해’나 ‘로[Ro]시야 해’나 ‘미국 해’로 부르던가? 아니다. 그 바다의 이름은 나라나 민족의 이름을 따지 않은, ‘태평양’이다. 이 이름도 아무런 문제없이 잘 쓰이고 있다. 이는 서아프리카와 아메리카와 서유럽을 둘러싼 큰 바다의 이름이 ‘나이지리아 해’나 ‘모로코 해’나 ‘브라실[브라<질>의 바른 이름] 해’나 ‘에이레[Eire] 해’나 ‘아이슬란드 해’나 ‘포르투갈 해’가 아니라, ‘대서양[大西洋]’인 것과 같다.


상황이 이렇다면, 한국은 ‘동해’로 부르고, 왜국은 ‘일본해’로 부르기를 고집하는 바다에 같은 기준을 적용하지 않으면 안 될 까닭이 뭐란 말인가?[그러니까 어느 한 방향에 치우치지 않고, 특정 나라/민족의 이름이 들어가지도 않은 바다 이름을 붙이는 일을 하자는 이야기다]


나는 그 때문에, 비록 이 주장이 외교관이나 정부 관리에게서 나온 것이 아니고, 나온 지 스물일곱 해는 넘었지만, - 그리고 별 주목을 못 받았지만 - 일리가 있다고 생각해서 여러분에게 소개한다. 나는 비록 이것이 ‘해결책’은 아니더라도, ‘여러 처방[대안]들 가운데 하나’는 될 수 있다고 여기며, 그것이 옳은 생각인지 아닌지는 여러분의 판단에 맡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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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용 시작)


우리(한국인 - 옮긴이 잉걸. 아래 ‘옮긴이’)는 인천 앞바다를 ‘서해’라고 부른다. 그래서 ‘서해안 시대’라는 말이 나왔다. 과연 서해인가? 우리가 서해안 시대라고 하면 중국 사람들은 한참 생각해야 그 뜻을 안다. (왜냐하면 한국의 ‘서해’는 - 옮긴이) 그들에게는 ‘동해’이니까. 그래서 우리가 ‘서해’라고 하면 그들(‘중국’의 한족[漢族] - 옮긴이)은 열심히 ‘동해’라고 우길 것이다. 그러다간 백년하청(百年河淸)이 되고 만다.


또 있다. 우리의 <애국가>(나는 몇 해 전부터 이 노래를 싫어하게 되었다. 이 노래를 부르느니, 차라리 대한제국의 애국가나 ‘올드 랭 사인’을 바탕으로 만든 <독립군 애국가>를 부르는 편이 낫다. 그 까닭은 안익태를 다룬 글에서 자세히 이야기하고자 한다 - 옮긴이)에도 나오는 동해는 일본 사람들에게는 영락 없는 서해다(더 정확히는, ‘서북해[西北海]’다 - 옮긴이). 싸워보았자 결론은 나지 않는다.


그러나 결론을  낼 수도 있다. 중국 사람들과 서해니 동해니 싸우지 말자. 그 물을 보자. 흐리지 않은가? 그래서 ‘황해(黃海)’라고 하면 우리도 “좋다!” 할 것이고, 그들도 하오(好 : 한어[漢語]인 북경어로 ‘좋다!’는 뜻이다 - 옮긴이)라고 할 것이다(실제로, 요즘은 ‘황해’라는 말을 많이 쓴다 - 옮긴이).


일본과는 어떤가? 자기들은 우리의 동해를 서해 또는 일본해라고 부른다. 세계지도에도 ‘동해(East Sea)’가 아니고 ‘일본해(Sea of Japan)’로 되어 있다. 우리가 받아들일 수 있는가?


싸우지 말고, 물이 푸르니 ‘청해(靑海)’라고 부르기를 제안한다.


- 정석원,『불가사의한 중국인 -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1』, 63쪽


→ 『불가사의한 중국인 -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1』(정석원 지음, ‘도서출판 대흥’ 펴냄, 서기 1992년)에서


* 정석원 : 서기 1992년 현재 한양대학교 중문과 교수


(인용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