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서장

한글날에 태극기를 내걸다

개마두리 2023. 10. 9. 23:26

오늘은 한글날이고, 그래서 나는 오늘 오전에 우리 집 국기 게양대에 태극기를 내걸었다(사실, 원래는 아침에 걸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해서 부끄럽다!). 그리고 오후 6시가 되기 3분 전에, 해가 막 지기 시작했을 때 태극기를 빼내 국기를 담는 통에 담았다.

 

나는 오후 6시 이전에 우리 아파트 밖으로 나와서 잠시 우리 동을 올려다 봤는데, 그 수많은 집 가운데 우리 집을 빼면 딱 세 집만 국기 게양대에 태극기를 꽂았고, 나머지 집들에는 태극기가 (게양대에) 꽂혀 있지 않았다.

 

순간, 나는 우리 동네에, 나 말고도 한글날을 기억하고 기리는 사람이 세 사람이나 있구나!’하는 걸 깨달아 기뻐했지만, 동시에 그런데 나머지는 왜 한글날을 안 기리는 거야?’ 하는 생각이 들어 슬퍼졌다.

 

솔직히 말하라면, 우리 집도 나 말고는 한글날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사람이 없는데, 우리 어머니가 오늘 내 앞에서 도대체 한글날이 왜 쉬는 날이어야 해?”하고 별 생각 없는 목소리로 물어보았기 때문이다(나는 아무 대답도 못하고 입을 다물어야 했지만, 너무나도 기분이 안 좋았다!).

 

이제 한글날은 한국에서는 70대 노인조차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날이 된 건가? 정음(‘한글을 일컫는, 또 다른 공식 명칭. ‘훈민정음을 줄인 말이다. 십수 년 전에 남북과 외국 동포들[그러니까, 코리아(Corea)계 민족들]이 함께 쓰는 명칭으로 합의가 되었던 이름이다)이 라틴 알파벳보다 못한 대접을 받는 이 나라의 현실이 여기서도 드러나는가?

 

(지금 종일[從日. 왜국()을 좇는(. ‘좇는남의 말이나 뜻을 따르는이라는 뜻이다) 왜국을 따르는. 이완용 같은 자들의 성향을 설명할 때에는 친일보다도 이 말을 쓰는 것이 더 정확하다고 한다] 세력이 날뛰는 현실을 보면, 정음은 이제 라틴 알파벳 뿐 아니라 히라가나와 가타가나와 왜국식 한자[예를 들면, ‘이나 화전을 뜻하는 []’이라는 한자]의 공격도 받을 것 같고, 그럼으로써 한구석으로 밀려나거나, 천대받거나, 푸대접을 받을 것 같아, 두렵다!)

 

그래도 포기할 순 없고, 나는 배달민족뿐 아니라 온 누리의 글자가 필요한 겨레들(예를 들면, 찌아찌아족이나 아이마라족이나 솔로몬 군도의 원주민이나 라후족이나 바카[‘피그미’])을 위해서라도 정음을 지키고, 살리고, 아끼고, 다듬어야겠다고 다짐한다.

 

- 단기 4356년 음력 825일에, ‘한국인 가운데 대다수가 정음을 소홀하게 다루면, 나라도 그 글자를 아끼겠다.’고 다짐하며, 정음이 대접받는 날이 꼭 오늘이 아니어도 좋다.”고 덧붙이는 개마두리가 올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