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한 가지만 묻자. 오늘날 (한국인을 비롯한) 배달민족은 ‘바닷가에 있는, 배가 드나드는 곳’을 ‘항구(港口)’로 부른다. 그렇다면 고대나 중세에 살았던 배달민족의 조상들도 ‘항구’라는 말을 썼을까? 그렇지는 않다. 근대 이전에는 ‘도시’나 ‘시(市)’ 대신에 ‘부(府)’라는 말을 썼고, ‘백과사전’ 대신에 ‘유서(類書)’라는 말을 쓴 것처럼, 고대나 중세에는 ‘항구’라는 말 대신에 다른 낱말을 썼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항구’는 한자말이고, 배달민족은 과거로 거슬러 올라갈수록 한자말 보다는 순수한 배달말로 된 낱말/표현을 많이 썼기 때문에(예를 들면, 한국인들이 한 세대 전인 서른 해 전에는 ‘넓을 광[廣]’자가 들어간 한자말인 ‘광어[廣魚]’ 대신에 순수한 배달말 낱말인 ‘넙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