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서장

▩조시마 장로의 말

개마두리 2012. 10. 7. 17:11

 

“여러분, 서로서로 사랑하십시오. 그리고 신(神)의 아이들인 백성들을 사랑하십시오. 우리가 여기(수도원 - 옮긴이), 이 울타리 안에 틀어박혀 있다고 해서 속세에 있는 사람들보다 더 거룩하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아니, 오히려 여기 온 사람은 누구나 이곳에 왔다는 사실만으로도 자기가 속세의 누구보다도, 또 땅 위에 사는 누구보다도 못하다는 것을 스스로 깨달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이 안에 있는 사람들은 이 울타리 속에서 오래 살면 살수록 그것을 더욱 뼈저리게 깨달아야 합니다. 만일 그렇지 않다면, 여러분이 이런 곳에 올 필요가 어디 있겠습니까?

 

자기가 속세의 사람보다도 못하다는 것 뿐 아니라 자기는 모든 사람들에게 죄를 지었다는 사실 - 그러니까 자기가 모든 인간의 죄, 누리(세계世界)의 죄, 개인의 죄를 책임져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그때 비로소 ‘하나 됨’이라는 우리의 목적은 달성될 것입니다.

 

왜냐하면 - 친애하는 이들이여, 알아 두십시오 - 우리 개개인은 모두 땅 위의 모든 사람들과 모든 것들에 대해 틀림없이 죄를 지었으며, 그것도 보편적이고 세계적인 차원의 죄에서뿐만 아니라, 이 땅의 모든 사람들, 각각의 사람에 대해 개별적으로도 죄를 지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의식이야말로 수도승의 길은 말할 것도 없고, 땅 위의 온갖 사람들이 걷는 길이 다다라야 할 월계관(月桂冠. 월계수라는 나무의 가지를 - 잎이 달린 채로 - 구부려서 만든 U자형 관. 고대 헬라스나 로마에서 우승한 운동선수에게 씌워주는 관이었다. 그러니까 ‘이김’과 ‘명예로운 포상’과 ‘경기의 목표’를 상징하는 물건이었다. 그래서 서기 1세기에 바울은 기독교도에게 “[신앙생활을 경건하게 함으로써 신에게] 승리의 월계관을 받기 위해 힘쓰십시오.”고 충고했다. 이 글에서 장로는 ‘이상적인 상태’나 ‘목표 지점’을 은유하려고 이 말을 썼다 : 옮긴이)인 것입니다. 왜냐하면 수도승은 ‘뭔가 다른 사람’이 아니라, 그저 ‘속세의 모든 사람들이 응당 되어야 할 그런 사람’일 뿐이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마음은 그때야 비로소 한계가 없는 우주적인 사랑에 취하게 될 겁니다. … 다들 자신의 마음 주위를 빙빙 돌면서 자기 자신에게 끊임없이 자신의 죄를 털어놓으십시오. 자신의 죄를 두려워하지 말 것이며, 죄를 안 순간 곧 뉘우쳐야 할 것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신(神) 앞에 (죄를 뉘우치는 - 옮긴이) 어떤 조건을 내걸지는 마십시오.

 

다시 말하건대, 오만하게 굴지 마십시오. 약한 사람 앞에서 오만하게 굴지 말 것이며, 위대한 사람들 앞에서도 오만하게 굴지 마십시오. 여러분을 싫어하고 물리치는 자들, 여러분을 모욕하는 자들, 여러분을 헐뜯는 자들, 여러분을 중상모략하는 자들도 싫어하지 마십시오.

 

신이 없다고 주장하는 자들, 악을 부추기고 나쁜 짓을 하게 꼬드기는 자들, 모든 것은 물질일 뿐이라고 주장하는 자들, 그들 가운데 착한 자들은 말할 것도 없고 이른바 ‘나쁜’ 자들도 싫어하지 말지어니, 왜냐하면 후자 가운데도 실제로는 착한 자들이 많기 때문이며 우리 시대에는 더더욱 그러하기 때문입니다.

 

그런 이들을 위해서는 다음과 같이 비십시오. ‘아무도 자신을 위해 빌어주지 않는 모든 사람들을 구해 주시옵소서. 주님, 주님께 빌기를 바라지 않는 사람들도 구해 주시옵소서.’ 그리고 곧바로 이렇게 덧붙이십시오. ‘주님, 이렇게 비는 까닭은 제 자신의 오만함 때문이 아니니, 왜냐하면 제 자신이 그 어떤 사람들, 그 어떤 것들보다 더 추악하고 잡스럽기 때문입니다.’

 

… 신의 아이들인 백성을 사랑하고 침입자들이 그 양떼들을 빼앗도록 내버려 두지 말 것이니, 왜냐하면 여러분이 게으름을 피우고 까다로운 오만에, 무엇보다도 사리사욕 속에 빠져 잠들어 버리면 사람들이 사방팔방(四方八方. 동서남북이라는 네 방향과 동북쪽/동남쪽 같은 방향까지 다 포함한 여덟 방향. 그러니까 ‘모든 방향’ - 옮긴이)에서 몰려와 여러분의 양떼를 빼앗아 갈 것이기 때문입니다.

 

백성에게 끊임없이 복된 소식을 퍼뜨려 주십시오. … 백성을 쥐어짜지 마십시오. … 금과 은과 보석과 돈은 탐내지도, 갖고 있지도 마십시오. … 믿음을 키우면서 깃발을 쥐십시오. 그것을 높이 들어 올리십시오 ….”

 

―『카라마조프 가문의 형제들』에 나오는 ‘조시마’ 장로가 세상을 떠나기 전에, 자신을 만나러 모여든 수도사들에게 한 말.

 

* 옮긴이(잉걸)의 생각 : 장로의 말은 오늘날의 한국 개신교 목사/집사들이 귀담아 들어야 할 말이다. 그들이 이 말을 실천하기만 해도 ‘개독교’라는 말을 하는 사람이 3분의 1로 줄어들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