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

▷◁[시]무서운 시간

개마두리 2016. 3. 27. 00:57


거, 나를 부르는 것이 누구요.


가랑잎 이파리 푸르러 나오는 그늘인데,
나, 아직 여기 호흡이 남아 있소.


한 번도 손들어 보지 못한 나를
손들어 표할 하늘도 없는 나를


어디에 내 한 몸 둘 하늘이 있어
나를 부르는 것이오.


일을 마치고 내 죽는 날 아침에는
서럽지도 않은 가랑잎이 떨어질 텐데 ……


나를 부르지 마오.


- 윤동주 시인의 시(서기 1941년 2월 7일에 쓰다)


* 나온 곳(나는 ‘출처[出處]’라는 한자말 대신, 뜻이 비슷한 우리말 “나온 곳”/“퍼온 곳”을 쓰기로 했다 - 옮긴이 잉걸) :


『동주/육사/상화』(박시교 엮음, 삼중당 펴냄, 서기 1984년)


(‘영화 <동주>를 보고 싶어. 꼭 보고 말 거야!’라고 벼르면서,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줌 부끄럼도 없기를” 빌었던 윤 시인의 시를 싣는다)



 

'시(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의심을 찬양함  (0) 2016.06.25
▷◁[시]숨 쉬게 하라!  (0) 2016.04.24
▷◁감사합니다 하느님  (0) 2016.02.26
[스크랩] 눈물을 닦아라, 아프리카여!/좋은 시/  (0) 2016.02.26
▷◁너에게 묻는다  (0) 2016.0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