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 나를 부르는 것이 누구요.
가랑잎 이파리 푸르러 나오는 그늘인데,
나, 아직 여기 호흡이 남아 있소.
한 번도 손들어 보지 못한 나를
손들어 표할 하늘도 없는 나를
어디에 내 한 몸 둘 하늘이 있어
나를 부르는 것이오.
일을 마치고 내 죽는 날 아침에는
서럽지도 않은 가랑잎이 떨어질 텐데 ……
나를 부르지 마오.
- 윤동주 시인의 시(서기 1941년 2월 7일에 쓰다)
* 나온 곳(나는 ‘출처[出處]’라는 한자말 대신, 뜻이 비슷한 우리말 “나온 곳”/“퍼온 곳”을 쓰기로 했다 - 옮긴이 잉걸) :
『동주/육사/상화』(박시교 엮음, 삼중당 펴냄, 서기 1984년)
(‘영화 <동주>를 보고 싶어. 꼭 보고 말 거야!’라고 벼르면서,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줌 부끄럼도 없기를” 빌었던 윤 시인의 시를 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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