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은둔마왕과 검의 공주』3권 - 악마의 ‘낙원’과 인간의 ‘현실’ 사이에서

개마두리 2016. 7. 2. 22:54


(비에이 지음, Lpip 그림, (주)디앤씨미디어[시드노벨], 서기 2016년, 7,000원) - 시드노벨의 경소설(輕小說)


이 책은 후반부로 갈수록 나를 무겁게 짓눌렀다. 다루고 있는 주제가 묵직했기 때문이다.


여기 ‘가난도, 굶주림도, 폭동도, 차별도 없는 도시’, 한 해 내내 축제만 벌이는 도시, 그래서 얼핏 보면 ‘낙원’으로 보이는 도시가 있다. 그런데 이 도시는 전염병이 휩쓸고 악마가 찾아오고 난 뒤 지금 보이는 그 모습으로 탈바꿈했다.


과연 이곳이 낙원인가? 혹시 이곳에는 사람들이 모르는 사실이 숨겨져 있는 건 아닐까?


만약 내가 이 도시에 온다면, 나는 어떤 삶을 골라야 할까? 자유의지를 갖다 바치고 축제와 화려함을 즐겨야 하는가, 아니면 설령 그것이 쓰라리고 듣기 싫고 보기 싫은 진실이라 하더라도 그것을 고르고 자유의지를 지켜야 할까?


그 문제를 곱씹을수록, 요나 마리온(내가 볼 때는 3권의 진짜 주인공인 사람)이 겪은 문제가 더욱 심각하게 다가왔다. ‘독이 든 사탕’을 고를 것이냐, 아니면 ‘먹기 싫을 정도로 쓰지만 나를 살리는 약’을 고를 것이냐 하는 문제에서 정답을 고를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대부분은 남들에게는 “약을 고르라.”고 말하고 정작 자신은 ‘악마의 낙원’이라는 독이 든 사탕을 고르지 않을까? 만약 내가 같은 상황에 처하면, 나는 무엇을 고를까? 이런 생각을 하다 보면 요나를 헐뜯거나 욕할 순 없었다.


이 문제는 4권이 나올 때까지 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을 것이다. 진지한 문제를 재미있게 다뤄 준 작가에게 감사한다.


- 평점 : ★★★☆ (100점 만점에 75점


- 덧붙이는 글 1 :


이번 단행본에서는 좋은 대사가 많이 나왔다. “제일 나쁜 놈은 실수하는 놈이 아니라, 시작해 놓은 일을 끝내지 않는 놈”이라는 가로의 말이나, “귀찮은 일은 하나든 둘이든 큰 차이가 없죠.”라는 요나의 말, “어쩔 땐 자신이 불리하다는 걸 알아도 할 수밖에 없는 일이 있잖아.”라는 마왕의 말이 내 마음을 붙들어 맸다. 앞으로 나올 단행본에도 이처럼 좋은 대사가 나오기를!


- 덧붙이는 글 2 :


내가 너무 신경 쓰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어째 마왕성에 늘어나는 새 식구가 여성밖에 없다는 게 마음에 걸린다.


이런 식으로 가다가는 이 소설이 ‘하렘’을 합리화하는 소설이 아니냐는 물음에 부딪칠 텐데, 하렘을 좋아하지 않고(오해를 사지 않기 위해 덧붙이자면, 나는 ‘역逆 하렘’도 싫어한다) 성비 균형이 맞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나 같은 사람은 읽기가 거북해서 문제인 것이다(2권에서 마왕의 동료가 될 뻔 했던 소년이 사라져 버린 건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젊은 남성은 아니더라도, 10대 소년이 마왕의 새 동료가 되는 건 ‘이룰 수 없는 꿈’인가? 앞으로는 이런 문제점이 고쳐지기를 바랄 뿐이다(사실, 이 문제 때문에 별점을 깎아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