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은둔 마왕과 검의 공주』2권 - 본격적인 모험의 시작?

개마두리 2016. 3. 10. 00:06


(비에이 지음, Lpip 일러스트, (주) 디앤씨미디어[시드노벨] 펴냄, 서기 2016년, 7000원)


뭐랄까 … 이 책은 내 기대를 ‘배반했다.’ 무슨 말이냐 하면, 1권에서 마왕과 공주의 ‘목적’이 정해졌으니, 이제 마왕도 툭툭 털고 일어나서 세상 밖으로 나갈 거라고 믿었던 것까지는 맞았는데, 그게 세계를 여행하는 것이 아니라서 살짝 실망했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오해는 하지 마시길! 그렇다고 이 책이 재미가 없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꽤 재미있다.


“악당의 ‘식구들’(왜 따옴표가 붙었는지는 책을 읽어보면 알게 된다)을 찾아가서 그들의 얼어붙은 마음을 따뜻하게 녹이고, 그들을 설득해서 정보를 얻어야 한다.”는 마왕과 공주의 새로운 ‘임무’는 흥미진진했고, 마왕 일행과 아스테리아의 쌍둥이 남매가 마음의 벽을 조금씩 허무는 과정은 자연스러우면서도 짠했다(마왕이 쌍둥이 남매 가운데 오빠인 ‘헤이젤’을 보며, 공주를 만나기 전의 자신을 떠올리고 한숨을 쉬는 대목도 공감이 가는 대목이었다).


쌍둥이 남매 가운데 동생인 소녀 ‘로로나’가 잘못된 방식으로 판정한 경기에서 승자로 인정받는 대신, 차라리 자리를 박차고 나가는 쪽을 고른 대목을 읽을 때, 나는 그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은 심정이었고, ‘얘가 삐딱해서 그렇지 사람 됨됨이가 나쁜 건 아니었구나.’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헤이젤이 막판에 마왕과 새로 나타난 악당(1권에 나온 악당 왕자의 누나) 가운데 누구를 도울지 고민하다가 내린 결정은 … 오랜만에 내 콧등을 시큰하게 만들었다는 것을 말하고자 한다. 그게 무슨 소리냐고? 그냥 퉁명스럽고 삐딱한 소년이 마침내는 결단을 내렸다는 것만 말해두자.


한 마디로 줄여서 말하라면, 이 소설을 읽은 보람이 있다. 3권이 나온다면 또 어떤 이야기로 나를 즐겁게 해 줄지 기대된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소통’이나 ‘마음의 벽 허물기’, 그리고 ‘팍팍한 현실에서도 사람의 정(情) - 아니 “따뜻한 마음”이라고 해야 하나? - 은 돈독해진다.’는 것을 말해준 작가에게 박수를!


평점 : ★★★☆(100점 만 점에 75점. ☆은 별 반)


- 덧붙이는 글 1 :


노브 신녀의 꿈과 예언이 마음에 걸린다. 도대체 마왕에게 어떤 앞날이 기다리고 있는 거지? 비극적인 앞날? 아니면 ….


- 덧붙이는 글 2 :


새 악당(디란도의 누나)이 왜 키이리를 질투하는지 모르겠다. 자기도 가질 건 다 가졌으면서, 왜 그렇게 질투심이 강할까? 1권에 나온 이브는 삐뚤어질 이유라도 있었지, 이 악당은 그렇지도 않잖아? 이것도 3권을 기다려야 풀 수 있는 의문일까? (이 악당이 하는 말을 들으며, ‘이익이나 권력은 피보다도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달았다. 이 피도 눈물도 없는 악당이 앞으로 얼마나 더 나쁜 짓을 할지 지켜봐야겠다)


- 덧붙이는 글 3 :


아스테리아, 아니 이브의 집념을 보며 경악할 따름이다. 이 악당이 디란도의 누나를 만났으니, 이제는 ‘판’이 커질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과연 마왕과 공주는 이 악당들에게서 벗어나 바라는 바를 이룰 수 있을까?


- 덧붙이는 글 4 :


이 책을 산 뒤, 별책부록으로 얻은 소책자 (『데이트를 시작하는 은둔형 백수를 위한 안내서』)가 마음에 든다. 앞부분에는 만화가 실려 있고, 뒷부분에는 단편소설이 실려 있다. 후자에 대해서만 말하라면, 이 단편(「오늘의 이상 기후」)을 읽고 눈매가 부드러워지고 입 꼬리가 올라갔다는 것만 말하고 싶다. 나는 이 단편을 읽고 꿀을 무서워하게 되었으며(농담이다!), 인간다운 마왕에게 공감했고, ‘인간은 알고 보면 별 것도 아닌 일을 가지고 엄청난 오해를 하는 족속이다.’라는 것도 다시 한 번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