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희망

▷◁강정 만드는 청년들의 진심

개마두리 2016. 12. 24. 12:54


전통 식품으로 창업을 했다. 전통을 지키는 것도, 창업에 성공하는 것도 쉽지 않은 시대에 겁도 없이 도전장을 낸 강정 전문점 ‘강정이 넘치는 집’. 닭강정이 아니라 우리나라(한국/조선 공화국 - 옮긴이) 전통 과자 ‘강정’이다. 2012년과 2015년에 각각 문을 연 서울 광장동과 대치동 매장엔 ‘젊은 전통’이 살아 숨 쉰다. 강정 만드는 이들의 마음이 궁금해 광장동 매장에 들렀다. 강정에 대한 호기심은 어떻게 진심이 되었을까.


▶ “전통의 가치를 알아가는 젊은이들입니다”


‘강정이 넘치는 집’ 황인택 대표의 아버지는 강정 만드는 일을 했다. 특별히 영향을 받고 있다고 생각하진 않았는데, 어느새 아들도 강정을 만들게 되었다. 사부라 부르던 인사동의 강정 전문가로부터 강정 만드는 법을 배워 2010년 강정 장사를 처음 시작했다. 이름 없이 바자회 현장이나 길거리, 아파트 단지 등을 다니며 강정을 팔았고, 장사를 하면 할수록 강정에 대한 애정이 더욱 커졌다. 매장이 반드시 있어야겠다고 판단한 황 대표는 2012년 서울 광장동에 ‘강정이 넘치는 집’이라는 매장을 오픈했다(가게를 열었다 - 옮긴이).


강정을 만드는 데 필요한 재료, 레시피(조리법 - 옮긴이) 등 모든 것이 매력적이었다. 그러나 주위를 둘러보니 우리나라 전통 식품인 강정의 명맥을 이어가려는 노력이 잘 보이지 않았다. 매장을 연 황 대표는 ‘젊은이들이 만드는 건강 먹거리’를 콘셉트([주요] 개념 - 옮긴이)으로 (내걸고 - 옮긴이) 매장을 운영하기(꾸려나가기 - 옮긴이) 시작했다.


지금, ‘강정이 넘치는 집’은 젊음이 넘치는 집이 됐다. 식품을 만들어 파는 단순한 매장이 아니라 젊은 친구들에게 새로운 진로까지 제시하고(내보이고 - 옮긴이) 있다.


이문규 팀장 역시 그런 젊은이들 중 한 사람이다. 그는 근처 매장에서 근무하며(일하며 - 옮긴이) ‘강정이 넘치는 집’과 교류해왔고, 2013년 11월에 합류하며 흐릿했던 꿈을 구체화할 수 있었다고 한다.


“진로에 대한 고민이 많던 저에게 비슷한 또래가 강정을 만드는 모습이 신선하게 다가왔어요. ‘나도 진짜 잘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죠. 다행히도 일을 하면서 점점 전통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한과 장인이 되어 강정을 적극적으로(적극 - 옮긴이) 알리는 날을 꿈꾸죠. 대한민국 전통 디저트(입가심/후식 - 옮긴이)인 강정이 초콜릿이나 빵에 비해(초콜릿이나 빵과 ‘달리’ - 옮긴이) 너무 저평가되어 있는(너무 낮게 평가받는 - 옮긴이)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에요.”


▶ “신선하면서도 깊이 있는 아이디어가 무기예요”  


20대라면 최근 유행하는 서양 디저트(예컨대 초콜릿 - 옮긴이)에 한창 관심이 많을 나이. 그럼에도 이들이 강정에 매료된 이유(까닭 - 옮긴이)는 무엇일까. 잠깐의 호기심으로 그치지 않는 이유가 대체 무어란 말인가. 김세진 매니저는 끊임없이 강정을 발전시키다 보니 조금씩 고객의 인식(생각 - 옮긴이)이 변하는(바뀌는 - 옮긴이) 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한 번 방문했던(왔던 - 옮긴이) 고객(손님 - 옮긴이)은 단골이 되고, 선물로 강정을 받았던 고객이 누군가에게 (강정을 - 옮긴이) 선물하기 위해(선물하려고 - 옮긴이) ‘강정이 넘치는 집’을 찾는다.


“강정이 어르신들만 좋아하는 것이라거나, 명절 때만 먹는 음식이라는 선입견을 깨는 것이 우선이에요. 이를 위해 재료와 레시피를 개발하며 맛과 식감을 다양화하고 언제든 부담 없이 드실 수 있도록 포장에도 신경 쓰고 있죠. 커피처럼, 다른 디저트처럼 일상 속에 스며들게 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요즘 다양한 연령의 고객들이 방문하고, 명절이 아닌데도 선물용으로 많이 찾는 것을 보면 ‘우리 노력이 헛되지 않았구나.’하는 생각이 들어요.”


더없이 화려한 디저트 전성시대에 이들의 노력은 끝이 없다. 소포장(작게 포장한 - 옮긴이) 견과류를 즐겨 먹는 트렌드(추세 - 옮긴이)에 발맞춰 다양한  견과류를 활용한 강정을 개발했고(만들어냈고 - 옮긴이), 베리류 등 건과일(말린 과일 - 옮긴이)로 자연스러운 단맛을 추구하고(내고 - 옮긴이) 있다. 주머니에 쏙 넣고 다닐 수 있는, 바(짧은 막대기 - 옮긴이) 형태의(모양인 - 옮긴이) 강정도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 말이 쉽지, 하나의 새로운 강정이 완성되기까지는(만들어지기까지는 - 옮긴이) 수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


“천 번쯤 생각하고 수십(몇십 - 옮긴이) 번을 만들어봐요. 대표적으로 단감 말랭이의 경우 최종 레시피가 나오기까지 3개월 정도 걸렸어요. 단감이라는 재료의 가능성을 발견했다면 그와 어울릴 만한 부재료를 배합(이것저것을 일정한 비율로 한데 섞어서 합침 - 옮긴이)하고, 재료들의 크기도 달리해 최상의(가장 뛰어난 - 옮긴이) 맛과 식감을 잡아냅니다. 강정을 만드는 직원들에게 자신의 아이디어(생각 - 옮긴이)가 제품으로 탄생되는(탄생하는 - 옮긴이) 것은 꿈같은 일이에요.”


▶ “끝없이 배우며 성장할 거예요”


너무나 빠르고 세련된, 아니 세련되어 보이는 요즘 같은 세상에서 온고지신(溫故知新. 옛 것[故]을 익히고[溫] 미루어 새 것[新]을 앎[知] - 옮긴이)이라는 말을 입 밖으로 내는 것 자체가 촌스럽게 느껴지지만, 결국 우리는 과거로부터 온 존재다. 전통을 몸에 익히고 일상 속으로 들여온 젊은이들의 동행이 그래서 더 대단하게 느껴진다.


“친절한 태도로 고객을 응대하는 것은 어렵지 않아요. 그렇지만 젊은 사람이 강정을 배운다는 것은 그 자체로 큰 결심이 필요해요. 견과류, 과일, 곡류, 소스 같은 강정 만드는 데 필요한 각종 재료와 레시피, 재료 공수 과정, 신선도 등 알아야 할 것이 끝이 없어요. 여기에 창의적인 생각(창의성 - 옮긴이)이 더해져야 하고요. 기본적으로 꼭 배워보고 싶다는 마음이 있어야 신뢰를 쌓고 레시피를 전수받을(물려받을/이어받을 - 옮긴이) 수 있으며, 궁극적으로 동료들과 함께 오랫동안 ‘강정이 넘치는 집’에서 함께할 수 있겠죠.”


이상적이라고 해야 할까, 아니면 현실적이라고 해야 할까. 아무래도 좋다. 평균 연령 25세의 젊은이들이 만드는 강정엔 진심이 담겨 있으므로.


-『빅 이슈 코리아(Big Issue Korea)』제 125호 기사(서기 2016년 2월 1일에 나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