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껌이란 것을 구경도 못 할 때였습니다(서기 1960년대 이전인가? - 옮긴이 ‘잉걸’. 아래 ‘옮긴이’).
우리 할아버지께서 껌 한 통을 주셨고, 그 분은 그것을 식구들과 하나씩 나누셨습니다.
나는 내 몫으로 주어진 껌 한 개를 들고 나와 동무들에게 자랑했습니다.
아이들이 내 주변으로 모여들었습니다. 나는 껌을 가봇(반[半])으로 뚝 잘라 가장 친한 동무한테 주었고, 나머지 가봇은 냉큼 입에 넣었습니다.
그러나 내 동무는 주변을 한 번 빙 둘러 보더니, 껌을 아주 조금씩 떼어 모두에게 나눠주었습니다. 입에 넣어도 무엇을 넣었는지조차 모를 것 같은 아주 작은 크기로 껌을 떼서 나눠주는 것이었습니다. 그래도 그 자리에 모인 아이들은 너무너무 좋아했고, 환하게 웃으며 껌을 씹었습니다.
나는 그 날에 느꼈던 부끄러움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그 날, 그 동무는 나보다 열 곱절은 더 커 보였습니다.
그리고 그 일로 나누면 작아지는 것이 아니라, 나눈 만큼 더 커진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요즘처럼 각박한 시대에도, 그 동무를 생각하면 마음이 밝아오는 아침처럼 밝아집니다.
어쩌면 세상은 그와 같은 사람들이 있기에, 희망이 있는 것은 아닐까요?
기쁨을 주는 사람들이 세상에 가득하기를 바라며, 오늘도 제 동무를 본받으며 한 걸음 더 나아가겠습니다.
- 최원현(수필가/칼럼니스트) 선생의 글
- 지하철 역 벽에 붙어있던 글인 <사랑의 편지>에서
(* 옮긴이의 말 : 원문에서 문법/어법에 어긋나는 부분을 고쳤고, 바깥말[외래어]이나 한자말로 된 부분을 배달말로 바꿔 썼으나, 글의 내용 자체는 바꾸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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