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마(역사)

홍차와 커피를 마시고 의사보다 더 오래 살았던 두 죄수

개마두리 2018. 9. 17. 23:12

“18세기 유럽에서 있었던 일이다. 한창 인기를 끌던 커피의 유해성을 두고 논란이 일자 스웨덴 국왕 구스타프 3세는 한 살인범에게 죽을 때까지 날마다 커피를 마시도록 하고, 다른 살인범은 차를 마시도록 했다. 누가 먼저 죽나 비교해 커피의 독성을 증명하기 위해서였다.


이를 감독하기 위해 두 명의 의사가 임명되었는데 이 긴 실험 동안 가장 먼저 죽은 사람은 두 의사였다. 다음으로는 1792년 왕이 암살되었고, 그 뒤 수년이 지나 두 살인범 중 한 사람이 먼저 죽었다. 83세였는데 차를 마셔온 쪽이었다.


이건 『세계 상식 백과』(리더스 다이제스트)에 나오는 이야기인데 커피 논란과 관련해 종종 이야기되는 일화다. 물론 일상에서 늘 주고받는 인사말, “차나 한잔할까” 하면 으레 커피를 떠올리는 우리나라에선 더는 커피의 유해 여부가 사회적 논란거리가 되지 않지만 말이다.”


- 김성희 선생의 글인「커피가 나쁠까 차가 나쁠까, 죄수에게 매일 먹였더니」에서


* 옮긴이(잉걸)의 말 :


이 실험은 홍차와 커피가 건강에 좋다는 것을 입증했다(솔직히 말하라면, 이 글을 읽으면서 웃음이 터져 나오는 것을 참을 수 없었다. 의사가 일찍 죽고, 의사에게 명령을 내렸던 국왕은 그 다음에 죽고, 정작 일찍 죽을 거라고 예상한, 홍차를 오랫동안 마신 죄수가 그 다음에 죽고, 커피를 마신 죄수가 맨 나중에 죽다니!).


(이 글에 나오는 죄수가 마신 “차”가 홍차인 걸 어떻게 아느냐고 물으신다면, 당시 유럽에서 ‘차’는 녹차가 아니라 홍차였고, 녹차는 서기 20세기 후반에야 들어오기 시작했다는 사실을 지적할 수밖에 없다.


말할 것도 없는 이야기지만, 지금으로부터 226년 전, 유럽에서는 설탕이 왕과 왕족과 귀족과 부자들만 사 먹을 수 있는 사치품이었고, 그래서 신분이 낮고, ‘인간 이하’로 여겨진 죄수에게는 설탕을 타지 않은 홍차와 커피가 주어졌다.


[아마 “이건 ‘독약’이니까, 마시고 일찍 죽어버려!”하는 심리도 반영되었으리라]


당시 스웨덴 사람들은 몰랐지만, 오히려 이 때문에 죄수들에게 건강에 좋은 음료수가 주어졌고, 죄수들은 의사들과 국왕과 스웨덴 국민들의 예상을 깨고 노인이 될 때까지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었다)


단, 설탕과 우유와 시럽과 크림을 타지 않은 홍차/커피만 건강에 좋다는 걸(그러니까 순수하고, ‘쓰며’, 달지 않은 홍차/커피가 이롭다는 걸) 명심해야 하고, 카페인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체질을 지닌 사람에게는 홍차/커피가 ‘독’이며, 미성년자에게도 홍차/커피는 ‘독’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참고로 설탕과 우유를 타지 않은 홍차의 열량은 0 킬로칼로리고[그러니까 열량이 아예 없고], 설탕과 크림이 없는 블랙커피도 열량이 없다. 녹차와 홍차에는 스트레스를 풀어주는 성분도 있으니, 스트레스는 많은데 술을 끊어야 하는 사람이라면 대신 녹차나 홍차를 마시는 게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