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오리진 ② - 에티켓』에서『예언자』를 보다

개마두리 2018. 11. 13. 00:00

얼마 전, 윤태호 화백이 그림을 그린 만화인『오리진(Origin) ② - 에티켓』(‘(주) 위즈덤하우스’ 펴냄. 아래[이하以下]『에티켓』)을 다 읽었다.


나는 이 만화를 읽은 뒤, 칼릴 지브란 선생의 시집(詩集)인『예언자』에 실린 시(詩) 한 편을 떠올렸고, 어쩌면『에티켓』은 그 시를 알기 쉽게 풀어 쓴 만화가 아니겠느냐고 생각했다.


『예언자』에는「결혼에 대하여」하는 시가 실려 있는데(이 시가 서기 2018년이 아니라 지금으로부터 아흔다섯 해 전인 서기 1923년에 발표된 것임을 염두에 두고, 부디 너그럽게 이해해 주시기 바란다!), 그 시에 나오는 시 구절들이『에티켓』과 딱 맞아 떨어졌던 것이다.


이를테면 “결합되어 있을 때에는 거리를 두어라.”는 시구(詩句)나,


“서로 사랑하되, 사랑을 속박으로 만들지 말라./차라리 그대들 넋의 기슭 사이에, 출렁이는 바다가 있게 하라./서로 잔을 채워주되, 같은 잔으로 마시지 말라./서로 빵을 주되 같은 빵을 먹지 말라./함께 노래하고, 춤추며 즐기되, 그대들은 각자 혼자라는 걸 잊지 말라./비록 같은 가락을 울릴지라도, 류트(현악기 - 옮긴이)의 현(줄 - 옮긴이)들이 따로 떨어져 있는 것처럼.”하는 시구나,


“마음을 주되, 다른 이의 마음을 붙잡아두려고 하지 말라.”는 시구나, “함께 서 있되, 너무 가까이 있지는 말라./사원의 기둥들은 서로 떨어져서 서 있고,/참나무와 사이프러스 나무(편백나무 과에 속하는 늘 푸른 침엽수 - 옮긴이)는 서로의 그늘 속에서 자랄 수 없다.”는 시구는『에티켓』이 설명하는 사실 - 그러니까 “인간다움”을 유지하려면 서로 적당한 “거리”를 두어야 한다는 가르침 - 의 ‘뼈대’이자 ‘기본 틀’로 보였고,『에티켓』의 글(이야기)을 쓴 사람이『예언자』를 참고했을 리가 없는데도, 나는 그 사람과 지브란 선생이 똑같은 이야기를 다른 방식으로 하고 있다고 느꼈다.


어쩌면『에티켓』은『예언자』를 쉽게 풀어쓴 작품인지도 모르며, 나는『예언자』를 읽고도「결혼에 대하여」를(아니, 더 정확히 말하자면 “함께 서 있되, 너무 가까이 있지는 말라.” ― 또는 “함께 있되, 거리를 두라.” ― 는 시구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에게, 그러니까 “아니, 가까우면 찰싹 달라붙어서 숨기는 것 없이 가깝게 지내야지, 왜 거리를 둬?”하고 묻는 사람에게, “그렇다면, 이 만화를 읽고 나서 다시 한 번「결혼에 대하여」를 읽어보는 건 어때요? 그 시와 이 만화를 꼭 ”결혼“에만 적용하지 않으셔도 돼요. 전자는 그 이름을「관계에 대하여」나「연애에 대하여」나「우정에 대하여」로 고쳐서 읽어도 되니까요. 그리고 이 만화는 그 네 가지를 모두 아울러서 설명할 수 있는 작품이니까요.”하고 말하면서『에티켓』을 내밀고 싶다.


비록 일부러 그런 것은 아니지만, 만화가 문학을 알기 쉽게 설명한다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며, 아주 유익한 일이기도 하다. 말할 것도 없이, 그 반대도 가능해야 한다.


- 음력 10월 5일에, 난생 처음 나라 밖으로 소포를 부쳐본(그래서 멍하기도 하고, 색다른 경험을 했다고도 생각하는) 잉걸이 쓰다


(그런데, 이 글이 '꿈보다 더 좋은 꿈풀이[해몽]'면 어떡한다?)


* 덧붙이는 글 :


사실, 나는 윤태호 화백(아래 '윤 화백')과 홍기빈 '칼 폴라니 사회경제연구소 연구위원장' 겸 '글로벌 정치경제연구소 소장'(아래 '홍 위원장')의 합작품인『오리진 3 - 화폐』('(주)위즈덤하우스' 펴냄, 서기 2018년)도 다 읽었다(이 책은 직접 사서 읽었다). 이 만화에 나오는 명대사들도 여러분에게 소개하고 싶은데, 그건 다음 기회를 노려야겠다. 부디 너그럽게 이해해 주시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