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마(역사)

아르메니아 왕을 구한 빵, 라바쉬

개마두리 2019. 5. 10. 22:09

* 아르메니아 : 공식 국호는 ‘하야스탄’. 서(西)아시아의 공화국이다. 수도는 '예레반'이다. 서기 1991년에 소련에서 떨어져 나와 독립했다. 이 민족 자체는 3천년(또는 5천년) 동안 존재했고, 고대와 중세시대에 왕국을 세워 다스렸으며, 튀르크 사람들이 서아시아를 침략/점령/정복하기 2천 년 전에도 오늘날의 하야스탄 땅에서 살고 있었다.


* 라바쉬(Lavash) : 하야스탄 사람들이 만들어 먹는 납작한 빵. 종이처럼 얇다. 밀가루에 천연 효모와 물만 넣은 뒤 화덕에서 구워서 만듦으로, 콜레스테롤과 기름기가 없고 열량이 낮으며, 철분과 칼슘이 풍부한 먹을거리다.


이 빵 안에 좋아하는 재료를 속에 넣고 말아서 어디에서나 먹을 수 있기 때문에, 하야스탄에서 가장 많이 먹는 음식이기도 하다.


하야스탄 사람들은 결혼식 때 결혼으로 새롭게 만들어지는 가정이 많은 먹을거리를 얻는 은총을 받도록, 신랑/신부의 어깨에 라바쉬를 얹어 축하한다.


서기 2014년에는 유네스코 무형문화재산으로 등록되었는데, 이는 그 모양/만드는 법/발달 방법이 매우 독특했기 때문이다.


만드는 방법은 이렇다. 먼저 창고에 둥그런 구멍을 파서 점토로 표면을 바른 뒤 그것을 가마(‘토닐’)로 삼는데, 그 뒤 푹신한 면이 붙은 가로 60cm, 세로 4cm 정도인 판자 표면에 얇게 편 라바쉬 반죽을 바르고, 그 다음 토닐에 불을 붙인다. 이 판자를 불을 붙인 토닐의 벽을 향해 펑 하고 가볍게 밀어 붙이면, 반죽만이 토닐에 달라붙어 단 몇 초만에 잘 구워진다. 그래서 라바쉬는 토닐이 없으면 만들 수가 없고, 토닐을 보기 힘든 다른 나라에서는 막 구운 라바쉬를 보기 힘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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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용 시작)


옛날 옛적, 대지가 열리자, 인간은 (대지 위에 - 인용자) 여러 왕국을 세웠다. 그리고 각 왕국만의 음식과 의복 문화가 생겼다(원래 번역문은 “음식과 의복에 각 왕국만의 문화가 생겼다.”지만, 문맥이 안 맞고 문법에도 안 맞아서, 이렇게 고쳐야 했다 - 인용자 잉걸. 아래 ‘인용자’).


그러던 어느 날, 아르메니아 왕의 ‘아람’ 왕국과, 아시리아의 주인인 ‘노솔’ 대왕과의 우호관계에 금이 가, 양국 간의(두 나라 사이의 - 인용자) 국경에서는 전쟁이 일어났다. 왕국 간의 관계는 악화되어만 갔다(나빠지기만 했다 - 인용자).


그러던 어느 날, (두 나라 사이에 - 인용자) 벌어진 전쟁에서, 아르메니아는 아시리아에 패배하여 아람 국왕은 노솔 대왕에게 붙잡혀 감금됐다. 패배한 나라의 왕(임금 - 인용자)을 즉각 처형하는 것은 간단한 일이지만, 한 나라의 주인이 가진 자존심까지 내놓는 것은 아깝다고 생각한 노솔 대왕은 아람 국왕에게 게임을 제안한다.


“지금부터 아람 국왕은 10일 동안 어떤 식사도 하지 않고, 11일째에 양궁으로 나와 승부를 한다. 아람 국왕이 승리하면 석방하고(이기면 풀어주고 - 인용자), 과인이 승리하면 (과인이 - 인용자) 아르메니아 영토를 점령하고, 아람 국왕은 즉각 처형한다.”


그것은 아무리 봐도 불공평하고 일방적인 게임이었다. 아람 국왕은 이 조건을 받아들이는 대신에 자신의 갑옷만은 아르메니아로부터 가져온 것을 입을 수 있도록 해 달라고 부탁했다. 그 요구는 받아들여져, 곧 아르메니아의 병사가 아람 국왕 앞으로 갑옷을 가져왔다(원래 번역문에는 “갑옷을 배달해 왔다.”고 적혀 있었으나, 고대에 “배달”이라는 낱말이 있었는지 의문스러워서, 이렇게 고쳐 썼다 - 인용자).


그런데 아람 국왕은 불만에 찬 얼굴을 하며, 병사에게 다른 갑옷을 가지고 오도록 지시했다. 다음 날, 병사가 다른 갑옷을 가져오자, “이 갑옷은 아니다. 다른 갑옷을 가져 오너라!”하고 말했다(원래 번역문에는, “병사가 다른 갑옷을 가져오자, 다음날도 ‘이 갑옷은 아니다. 다른 갑옷을 가져 오너라.’라고 말한다.”고 적혀 있으나, 배달말의 문법과 어법에 맞지 않는 부자연스러운 문장이라, 이렇게 고쳐 썼다 - 인용자). (아람 국왕은 - 인용자) 다음 날도, 다음 다음날도, 다른 갑옷을 가져올 것을 지시하며 이를 10일 간이나(동안 - 인용자) 계속했다(되풀이했다 - 인용자). 노솔 대왕은 전갈에게 붙잡힌 메뚜기처럼, ‘최후의 발악’을 하는 아람 국왕을 보고 즐거워하고 있었다.


드디어 양궁으로 승부를 결정하는 11일째가 되어, 시합이 시작되었다. 그런데, 이게 어찌된 일인가? 시합에서 아람 국왕이 승리한(이긴 - 인용자) 것이다. 노솔 대왕은 (약속대로 - 인용자) 아람 국왕을 석방하지(놓아주지 - 인용자) 않을 수 없었다.


열흘간이나 먹지 않아 체력도, 정신력도 극도로 약해져 있을 상대에게 노솔 대왕이 진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얘기다. 그러나 (만약 - 인용자) 매일(날마다 - 인용자) 병사가 바꿔온 갑옷 속에 종이처럼 얇은 빵이 숨겨져 있었다면(그리고 아람 국왕이 갑옷을 살펴보는 척하면서, 그 빵을 몰래 먹어치우고 시치미를 뗐다면? - 인용자)?


바로 그것이다. 아람 국왕과 아르메니아를 구해준 것은 다름 아닌 갑옷 속에 숨겨진 라바쉬였다.       


- 그랜트 포고시안,『이토록 아름다운 아르메니아』, 114 ~ 115쪽


→ 『이토록 아름다운 아르메니아』(그랜트 포고시안 지음, 백승화 옮김, ‘미래를 소유한 사람들’ 펴냄, 서기 2018년)에서


(인용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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