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말

우리말 톺아보기 - 찜통과 시루

개마두리 2020. 7. 4. 14:18

올 여름은 역대 최고의 찜통더위가 될 것이라 한다. ‘찜통더위’라는 표현이 우리(한국인 - 옮긴이 잉걸. 아래 ‘옮긴이’)에겐 너무 낯익다 보니 마치 수백 년 이상 써 온 표현처럼 느껴지지만, 실상은 그리 오래된 표현은 아니다.


원래 (배달민족의 사회에 - 옮긴이) 있었던 ‘찌는 듯한 더위’라는 표현이 ‘찜통더위’로 표현되려면, 우선 ‘찜통’이라는 단어(낱말 - 옮긴이)가 널리 알려져야 했다.


신문 기사를 찾아보면, ‘찜통’이 본격적으로 등장한(나타난 - 옮긴이) 것은(때는 - 옮긴이) 한국전쟁(정확한 명칭은 ‘6.25 전쟁’ - 옮긴이) 이후이고, ‘찜통더위’는 (서기 - 옮긴이) 1980년대부터 널리 쓰인 것으로 보인다.


우리(배달민족 - 옮긴이)의 전통적인 찜기는 ‘찜통’이 아니라 ‘시루’였다. 시루는 바닥에 구멍이 뚫린 질그릇이다. 그 구멍으로 들어온 수증기로 식재료를 찌는데, 우리 민족(배달민족 - 옮긴이)은 무쇠솥이 보급되기 전까지 이 시루에 밥을 쪄서 먹었다.


그 후(그 뒤 - 옮긴이)에라도 대량 급식을 하려면 밥을 찔 수밖에 없었다.


(중략)


시루가 오로지 뜨거운 열기만 받는 신세는 아니다. 시루에 베(옷감/천의 일종 - 옮긴이)를 깔고 콩을 얹어서 시원한 곳에 두고 찬물을 듬뿍 주면 ‘콩나물(이 자라는 - 옮긴이) 시루’가 된다.


시루가 콩나물 덕분에 땀내의 이미지에서 벗어났으면 좋으련만, 시원시원하게 너무 잘 자라도 문제다. 잘 자란 콩나물이 시루가 미어터질 듯 꽉 차 있는 모습이 마치 좁은 곳에 사람들이 빽빽하게 몰려있는 상황과 닮았다고 해서 ‘콩나물 시루’ 역시 땀내로 숨 막히는 이미지를 벗어나지 못했다.


올 여름은 마스크 때문에 더 찜통 같겠지만, 콩나물시루 같은 곳은 되도록 피하면서 ‘거리 두기’를 실천하면 그나마 좀 낫지 않을까도 싶다.


- 강미영(국립국어원 학예연구관)의 글


- 『한국일보』서기 2020년 양력 7월 3일자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