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스갯소리

코미디언은 누가 웃겨주는가?

개마두리 2021. 6. 24. 16:04

어떤 남자가 선글라스를 끼고, 마스크를 쓰고, 가발을 쓴 뒤 병원에 있는 정신과에 갔다. 

남자는 의사를 만난 뒤, 사는 게 도저히 즐겁지 않으며, 온갖 스트레스를 다 받고, 우울해서 못 견디겠다고 털어놓았다.

정신과 의사는 그의 말을 다 듣고 난 뒤, 이렇게 처방했다.

“우선 술과 담배는 하지 마세요. 그리고 즐거운 음악을 들으시고요, 그다음에는 목욕도 하시기 바랍니다. 덧붙이자면 요즘 TV에서 코미디언 아무개가 나오는 프로그램이 있는데, 그걸 보면서 웃으세요. 그럼 한결 나아지실 겁니다.”

그러자 남자는 가발을 벗고, 선글라스를 벗고, 마스크를 벗은 뒤 울면서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



“하지만, 선생님. 제가 바로 그 코미디언 아무개란 말이에요!”


의사는 멍한 얼굴이 되어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 내(잉걸)가 다른 나라 소설가의 책에서 읽은 우스갯소리를, 기억을 되짚어서 적다

▶ 옮긴이(잉걸)의 말 :

농담인데, 우스갯소리인데, 도저히 웃을 수가 없다. 이 이야기를 듣다가 떠오른 생각도 적어보자면, 과연 코미디언은 누가 웃겨주는가? 경찰과 군인과 경호원은 누가 지켜주는가? 교사나 교수는 누가 가르쳐줄 수 있는가? 여름지기(‘농부’를 일컫는, 순수한 배달말)나 어부나 양치기는 누가 먹여주는가? 아이들을 키우면서 자신들의 어버이도 돌봐야 하는 젊은(또는 중년인) 부부는 누가 키워주고 돌봐주는가? 생각하면 할수록 착잡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