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마(역사)

[유럽사]동화는 없다, 현실판 ‘미녀와 야수’

개마두리 2023. 9. 9. 21:28

- 진짜 미녀와 야수는 행복하게 살지 않았다

 

- < 김선지의 뜻밖의 미술사 >

 

(신문기사 원문에 실린 옮긴이 개마두리. 아래 옮긴이’) 그림(기사의 원문에 따르면, 이 그림의 이름은 페트루스와 그의 아내 캐서린의 초상 이며, 그림은 지금으로부터 441 ~ 448년 전인 서기 1575~1582년 사이에 그려진 것이라고 한다. 이 그림은 지금 미국 워싱턴에 있는 워싱턴 국립미술관에서 보존되고 있다 옮긴이)은 털복숭이 남자와, 그의 어깨에 손을 얹은 여자를 묘사하고 있다. 두 남녀는 누구일까?

 

이 수체화는 (서기 옮긴이) 16세기(그러니까, 근세 초 옮긴이) 플랑드르(오늘날에는 벨기에의 일부분인 곳. 중세시대에는 양털을 재료로 삼아 옷감을 짜는 일인 모직 공업으로 번영했고, 북유럽과 지중해 세계/잉글랜드와 도이칠란트의 라인강 일대를 이어주는 교통의 요지여서, 통과 무역이 번창하기도 했다. 이곳은 화가와 건축가들이 남긴 작품으로도 유명하다 - 옮긴이) 화가이자 삽화가인 요리스 회프나겔이 제작한 총 네 권의 필사본 중 제1 이성적인 동물과 곤충들() 에 포함된 삽화다.

 

나머지 세 권은 네 발 동물 및 파충류 () , 수생동물 및 조개류 동물() , 나는 동물 및 양서류(공기) 등이다.

 

회프나겔 이 책들에서 수천 마리의 다양한 동물을 세밀하게 묘사했다. 그렇다면, 동물책 삽화에 등장한 이 남자는 인간이 아니고 짐승이란 것인가?

 

16세기에 살았던 남자(그러니까, 동물책 삽화에 나온 남자 옮긴이)의 이름은 페트루스 곤살부스. 여자는 그의 아내 카트린이다. 현대의학적으로 말하자면, (곤살부스 옮긴이)늑대인간 증후군’, 즉 선천성 다모증(몸에 거센 털이 지나치게 많이 나고 빨리 자라는 병 옮긴이)을 가지고 태어났다. 그러나 당시 사람들은 그를 신화적 괴물인 늑대인간이라고 생각했다. 이 삽화는 당시 사람들이 다모증 인간을 어떻게 보고 생각했는지 말해준다.

 

페트루스와 카트린은 현실판 < 미녀와 야수 >의 주인공이다. 페트루스는 아프리카 서북부의 스페인령(에스파냐령 옮긴이) 카나리아 제도에서 얼굴과 몸 전체가 검고 두꺼운 털로 덮인 채 태어났다. 어린 페트루스는 프랑스 왕 앙리 2세의 대관식에 진기한 선물로 보내졌다.

 

프랑스 궁정의 의사와 학자들은 페트루스를 지하 감옥에 가두고 관찰했고, 곧 그가 짐승이 아니라, 털로 덮인 인간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들은 소년이 (마치 늑대나 늑대인간처럼 옮긴이) 송곳니와 날카로운 발톱을 드러내며 으르렁거릴 거라고 예상했지만, 그가 (그러는 대신, 의사와 학자들 앞에서 옮긴이) 자신의 이름을 침착하게 말하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페트루스는 옮긴이) 기괴한 외모 때문에 동물의 처지로 전락했지만, 놀랍게도 인간적인 면모를 잃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 옮긴이) 그에게 흥미를 느낀 앙리 2세는, 이 야생의 소년을 신사로 바꿀 수 있는지 알고 싶어, (그에게 옮긴이) 교육을 시켜 보기로 한다.

 

뜻밖에도 그는 라틴어(동아시아로 치면 정체자[번체자]인 한자들로 쓰는 한문[漢文]. 근대 이전의 동아시아에서 글말[문어(文語)]인 한문은 [입말(구어)인 한어(漢語. 예를 들면, 북경어나 절강어나 민남어나 광동어나 객가어나 사천어)와는 달리] 고급 언어였고, 국제 공용어였다 - 옮긴이), (고대 옮긴이) 그리스어(헬라스어. 줄여서 헬라어’. 이 말도 동아시아로 치면 한문이다 옮긴이), 프랑스어 등 3개 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했다. (그리고 그는 옮긴이) 궁정 예절도 빠르게 익혔다. 미래에 나올 동화에서처럼, 짐승의 털 아래에는 품위 있고 지적인 왕자가 있었다.

 

앙리 2세는 그를 아주 좋아했고, 귀족 칭호까지 내렸다, 그러나 사람들에게 그는 여전히 인간보다 열등한 동물이었고, 그 누구도 (그를 옮긴이) 자신들과 동등한 인간으로 여기지 않았다.

 

앙리 2세가 사망한 후, 그는 왕비 카트린 드 메디치의 소유물이 되었다. 왕비는 궁정 하인의 아름다운 딸 카트린을 그와 강제로 혼인시켰다. 둘 사이에서 어떤 자식이 태어나는지 궁금했던 것이다.

 

페트루스는 착하고 온화한 사람이었다. (그래서 처음에는 페트루스에게 거부감과 반감을 품었을 옮긴이) 카트린은 점차 마음의 자물쇠를 열었을 것이다(그러니까, ‘점점 그에게 마음의 문을 열었을 것이다.’ - 옮긴이). 어쩌면 (카트린은 페트루스에게 옮긴이) 연민(憐愍. ‘불쌍히 여기고[] 가엾게 생각하다[]’ 불쌍하고 가련하게 여김 : 옮긴이)이나 (페트루스의 얼굴이 아니라, 지성이나 예절이나 품위나 착한 마음씨 때문에, 서서히 옮긴이) 사랑을 느꼈을지도 모른다.

 

(이제 글의 첫머리로 돌아가서, - 옮긴이) 카트린의 손이 페트루스의 어깨에 살짝 얹힌 초상화를 (다시 한번 옮긴이) 보자. 역사가들에 따르면, 그런 종류의 제스처가 커플(연인이나 부부 옮긴이) 초상화에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것은 아니므로, 그들이 실제로 사랑했다는 것을 나타낸다고 한다.

 

그러나 그녀(카트린 옮긴이)의 얼굴은 다소 무표정하다. 공허한 눈빛은 감정적 거리를 보여준다.

 

페트루스는 디즈니 동화의 괴수(야수 옮긴이)처럼 멋진 왕자로 변신하지 못했다. 현실에서는 해피 엔딩(Happy ending. 행복한 끝맺음/행복한 결말 옮긴이)이 없었다.

 

(페트루스와 카트린 옮긴이) 부부는 비인간적 취급을 받으며 이 궁정에서 저 궁정으로 유랑했고, 털로 뒤덮여 태어난 그들의 자식들은 귀족들을 위한 선물이 되어 뿔뿔이 흩어졌다.

 

자식을 강아지 분양하듯 떼어놓아야 했던 삶에서, 그들이 어떻게 행복할 수 있었을까. 진짜 미녀와 야수는 행복하게 살지 않았다.

 

< 미녀와 야수 > 이야기는 겉모습을 보고, 누군가를 판단하지 말라.”는 교훈(가르침 옮긴이)을 준다. 아이들에게 정신의 추함과 육체의 추함을 분별하고, 마음과 영혼의 광채를 보도록 가르친다.

 

실제 미녀와 야수커플의 슬픈 삶, 그리고 그들을 둘러싼 사람들의 태도는 비인도주의적 과거 역사의 모습일 뿐일까? 현실에서는 이 교훈이 얼마나 공허하고 위선적인 것인가.

 

- 김선지(작가 / 그림 속 천문학 싸우는 여성들의 미술사 저자)의 글

 

- 『 한국일보 서기 2023년 양력 47일자 기사

 

- 단기 4356년 음력 725일에, ‘눈에 보이는 것, 겉으로 드러나는 것이 다가 아니다. 그리고 그것은 개인의 갈마(“역사”)에도, (사회나 조직이나 겨레나 나라나 문명권 같은) 공동체의 갈마에도 적용되는 법칙이다.’ 하고 생각하는 개마두리가 올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