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마(역사)

[유목민족사] 『 사기(史記) 』 「 흉노 열전 」 - 중항열의 귀순과 한(漢)나라 사신과의 논쟁

개마두리 2024. 5. 19. 20:22

흉노(匈奴) : 올바른 이름은 훈나’/‘훈누’. 튀르크계 유목민족이다. ‘흉노한족(漢族)’들이 흉악한() 종놈()’이라는 뜻으로 붙인 깎아내리는 이름이다. 서로마 제국/동로마 제국/게르만족을 떨게 한 족이 이들의 후손이라고 한다.

 

(전략)

 

노상계육(老上稽粥)’ 선우(‘계육이 이 사람의 이름이고, ‘노상은 존칭이다. 이는 테무친 웃치긴이 이름이고, ‘칭기즈칸은 그에게 바치는 존칭인 것과 같다 옮긴이 개마두리. 아래 옮긴이’)가 자리에 오르자, (전한[서한]의 군주인 옮긴이) 효문제는 또 (황족이지만 공주는 아닌 옮긴이) 종실의 딸을 공주라 하여 선우에게 보내 연지(훈나 족과 훈나 제국에서 황비[皇妃]를 일컫는 말 옮긴이)’로 삼게 하고, ()나라(여기서는 연나라의 옛 땅이자, 전한[서한]의 영역인 곳을 일컫는 말로 쓰였다 옮긴이) 출신의 환관 중항열(中行說)’을 공주의 부(. 여기서는 시중들다는 뜻으로 쓰였으므로, ‘시중을 일컫는 말이다 옮긴이)로 삼았다.

 

(원래 옮긴이) 중항열은 (훈나 제국 땅으로 옮긴이) 가기 싫었지만, ()나라(전한/서한 옮긴이)에서 떠밀어 (억지로 옮긴이) 가게 하자, (사람들에게 옮긴이) 이렇게 말했다.

 

내가 가면 반드시 한나라의 골칫거리가 될 것입니다.”

 

중항열은 흉노(훈나/훈누 옮긴이)에 가자 선우(훈나 제국에서, 임금을 일컫던 말 옮긴이)에게 귀순했다. 선우는 그를 매우 가까이 두고 총애했다.

 

처음에 흉노는 한나라의 비단과 무명과 먹을거리를 좋아했는데, 중항열이 (선우에게 옮긴이) 이렇게 말했다.

 

흉노의 인구는 한나라의 군() 하나에도 미치지 못합니다. 그러면서도 (한나라보다 옮긴이) 센 까닭은 먹고 입는 것이 [한나라와] 달라 한나라에 기대지 않기 때문입니다. 지금 선우께서 풍속을 바꾸어 (훈나 제국 사람들이 옮긴이) 한나라의 물자를 좋아하게 된다면, 흉노가 한나라 물자의 10분의 2를 채 쓰기도 전에 흉노 백성은 모두 한나라에 귀속될 것입니다. (만약 옮긴이) 한나라 비단과 무명을 얻어 옷을 지어 입고 말을 타고 풀이나 가시덤불 속을 달려 보십시오. 윗옷과 바지는 모두 찢어져서 못 쓰게 될 것입니다. (그러니 선우께서는 옮긴이) 이렇게 함으로써 (훈나 제국의 옮긴이) 백성들에게 비단옷이나 무명옷이 털옷이나 가죽옷만큼 완벽하지도, 튼튼하지도 못함을 보이십시오. 또 한나라의 먹을거리를 얻게 되면, 모두 버려서 그것들이 (양과 소와 말의 옮긴이) 젖과 유제품의 편리함과 맛만 못함을 보이십시오.”

 

그러고 나서 중항열은 선우의 왼쪽과 오른쪽에 있는 신하들에게 숫자를 적는 방법을 가르쳐, (훈나 제국의 옮긴이) 인구와 가축(집짐승/길짐승 옮긴이) 수를 헤아려 기록하도록 했다.

 

(중략)

 

()나라의 어떤 사자가 이렇게 말했다.

 

흉노에는 노인을 천대하는 풍습이 있소.”

 

그러자 중항열은 한나라 사자를 꾸짖으며 이렇게 말했다.

 

당신네 한나라 풍습에도 주둔군이 수비를 위해 종군하여 떠나려 할 때, 그의 늙은 어버이는 자신의 따뜻하고 두터운 옷을 벗어 주고, 영양 많고 맛있는 음식을 갈라 주어 보내지 않소?”

 

한나라 사자가 말했다.

 

그렇소.”

 

중항열은 말했다.

 

흉노는 분명 전투를 일삼는 겨레요. 늙고 약한 사람이 싸울 수는 없소. 그래서 영양 많고 맛있는 음식은 건장한 사람들에게 먹이는 것이오. 이렇게 하여 자신을 지키고 아버지와 아들이 서로 오랫동안 보존할 수 있는 것이오. 이것을 두고 어떻게 흉노가 노인을 천대한다고 하겠소?”

 

(그러자 옮긴이) 한나라 사자가 (다시 옮긴이) 말했다.

 

흉노는 아버지와 아들이 같은 막사에서 살며, 아버지가 죽으면 아들이 그 계모를 아내로 삼고, 형제가 죽으면 남아 있는 형제가 그의 아내를 맞아 자기 아내로 삼소. 옷과 관과 허리띠로 꾸미지도 않고, 조정에서도 예의라곤 없소.”

 

중항열이 (그 말을 듣고 옮긴이) 말했다.

 

흉노의 풍습에 사람은 (//낙타 같은 옮긴이) 집짐승의 고기를 먹고 그 젖을 마시며 그 가죽으로 옷을 만들어 입소. 집짐승은 풀을 먹고 물을 마시며 철마다 옮겨 다니오. 그래서 그들은 싸울 때를 위해서 말타기와 활쏘기를 익히고, 평상시에는 일 없는 것을 즐기고 있소.

 

그들의 약속은 간편하여 실행하기 쉽고, 임금과 신하의 관계는 간단하고 쉬워 한 나라의 정치가 마치 한 몸인 듯하오.

 

아버지, 아들, , 아우가 죽으면 그들의 아내를 맞아들여 자기 아내로 삼는 것은, 대가 끊길까 염려하기 때문이오. 그래서 흉노는 어지러워도 한 핏줄의 종족을 세울 수 있는 것이오.

 

지금 중국(제하[諸夏]. 여기서는 전한/서한 옮긴이)에서는 드러내 놓고 자기 아버지와 형의 아내를 아내로 삼는 일은 없지만, 친족 관계가 더욱 멀어져 서로 죽이기도 하고, 혁명이 일어나 천자의 성()이 바뀌기도 하는데, (그 모든 문제점은 옮긴이) 모두 이런 데서 생기는 것이오.

 

마음 속으로 생각하는 것과는 달리, 예의만을 지키다 보면, 윗사람과 아랫사람이 서로 원망만 하게 되오. 대체로 한나라는 밭을 갈고 누에를 쳐서 먹을거리와 입을 것을 구하고(누에고치로 비단을 짜기 때문이다 옮긴이), 성곽을 쌓아서 자신을 방비하기 때문에, 백성은 전시(戰時. 전쟁[]이 벌어진 때[] - 옮긴이)에는 싸워서 공을 이루는 데 서투르고, 평상시에는 생업에 지쳐 있소. 슬프구나! 흙으로 지은 집에 사는 한()나라 사람들(그러니까, ‘한족[漢族]’ - 옮긴이)이여! 자신을 돌아보고, (남의 풍습이나 문화에 대해서 옮긴이) 마음대로 말하지 마시오. (그대들은 옮긴이) 옷자락을 살랑살랑 움직이고 다니지만, 옷과 관(. 여기서는 모자의 일종인 ’ - 옮긴이)이 있다 한들 무슨 쓸모가 있겠소?

 

(아래 줄임[‘이하 생략’])

 

― 『 사기(史記) 』 「 흉노 열전 에서

 

옮긴이(개마두리)의 말 :

 

내가 사기 에 실린 중항열(중행열)의 말을 인용/소개하는 까닭은 어르신을 푸대접하거나 의붓어머니/형수/제수를 아내로 맞아들이고 싶어서가 아니다.

 

중항열이 선우를 비롯한 훈나 사람들에게 다른 나라에서 만든 물건인 비단/무명/한나라의 먹을거리를 좋아하면, 훈나 제국이 그것들 때문에 한나라에 코뚜레가 꿰일 수 있다고 경고한 것이 그리고 훈나 사람들은 자신에게 맞는 옷을 입고 자신이 만들 수 있는 먹을거리를 먹고 마셔야 한다고 충고한 사실도 - 서양 제품과 <일본(왜국[倭國])> 제품이라면 무조건 다 좋다.’(이제는 근거가 약해진) 믿음을 품고 외국제(外國製)에 목을 매는 오늘날의 한국 사람들에게 한 말 같아 정신이 번쩍 들어서였고(쉽게 말해, 중항열의 가르침은 오늘날의 한국 사람들에게도 통할 수 있고, 통해야 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였고),

 

그가 중화사상으로 무장한 오만한 한()나라 사신에 맞서 늙은 사람 대신 (전쟁과 전투에서 싸울 수 있는) 젊은 사람에게 좋은 먹을거리를 주는 풍습과, ‘약속이 간편하여 실행하기 쉬운 훈나 제국의 문화, ‘아버지나 남편이 죽고 나서 남은 식구들을 혼인이라는 형태로 거두어들여 보존하는 문화를 설명하고, 한나라 사신에게 반박하며, 제하(諸夏)에는 [속마음과는 다른] ‘예의를 지키는 일만 강조/강요하다 보니 윗사람과 아랫사람이 서로 원망하며, 친족끼리 서로 죽이고 혁명도 일으키지 않느냐고 되묻는 것을 보고, 본질적으로는 그때와 조금도 달라지지 않은 중화권한족(漢族)’들과 문화와 법과 제도와 사회와 갈마[‘역사를 일컫는 순수한 배달말 낱말]를 놓고 - 맞서 싸울 때, 중항열처럼 굴어야겠다고(그러니까, 중항열의 말과 글을 참고해야겠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니 여러분은, 부디 이 글을 읽으면서 옮긴이인 나의 뜻을 오해하지 말아 주시기 바란다.

 

- 단기 4357년 음력 412일에, 개마두리가 올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