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종이’라는 말을 들으면, 후한(後漢)의 환관인 ‘채륜’이 그것을 맨 먼저 만들었고, 제 2 당(唐) 왕조 때 압바스 제국 군사들에게 붙잡힌 ‘한족(漢族)’ 기술자들이 종이 만드는 기술을 압바스 제국에 전했으며, 그 기술은 중세 말기인 서기 14세기에야 서유럽에 전해졌다는 사실을 떠올린다. 그리고 ‘고문서’라는 말을 들을 때는, 종이로 만든 두루마리에 글이 적힌 것이나, 아니면 종이 여러 장을 쌓아 올린 뒤, 구멍들을 뚫고 그 구멍들 안으로 실을 꿰어 한데 묶은 옛날 책을 떠올린다. 이 두 가지 고정관념대로라면, 중세 말에 중앙아메리카에서 세워져 근세 초에 망한 메히까 제국(‘아스테카 제국’으로 알려진 나라의 올바른 이름은 ‘메히까 제국’이다)은 종이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을 것 같고, 에스파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