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영화 <300>을 비판하는 헬라스(그리스) 사람들의 말

개마두리 2012. 5. 25. 01:12

 

 

테르모필레 전투를 다룬 할리우드 영화인 <300>을 욕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건 다 아실 것이다. ‘그래도 당사자인 이란인만 화를 내지, 다른 사람들은 다 좋아하지 않아?’라고 생각할 한국 시민도 많을 것이다. 나는 ‘전혀 그렇지 않다. 누구보다 좋아해야 할 헬라스 사람들이 이 영화를 앞장서서 비난한다.’는 것을 알리려고 이 글을 쓴다 : 잉걸

 

 

1. 내가 <유튜브>에서 우연히 찾아낸 동영상 :

 

 

- 서기 2007년 4월 5일에 헬라스 시민인 ‘cyrusiancyrus(키루스의 키루스)’ 씨가 <유튜브>에 올린 동영상에서 인용한 내용을 그대로 올린다 :

 

 

* 번역 -> 300 : 파노스 피디스(‘파노스’는 헬라스에서 흔한 남자 이름이다. 이 사람의 성은 ‘피디스’고 이름은 ‘파노스’다. ‘키루스의 키루스’씨의 본명인 듯하다 - 옮긴이)의 영화 예고편.

 

 

* 원문 -> 300 : Panos Fidis’ Trailer

 

 

* 번역 -> 흉측한 미국 놈들의 우리 역사 침략 : 만약 페르시아 임금이 흑인이자, 빡빡머리이자, ‘동성애자 권익 보호 운동가’가 되는 때라면, 당신은 <300>을 보고 있는 겁니다! 만약 슬기로운 헬라스의 지도자가 늙은 변태 성욕자로 바뀌는 때라면, 당신은 <300>을 보고 있는 겁니다! 만약 사내다운 헬라스 사람들이 그들의 가슴 근육에 왁스를 바른다면, 당신은 <300>을 보고 있는 겁니다! 만약 대단한 불사신(不死身) 군단이 일본 무사들로 바뀌는 때라면, 당신은 <300>을 보고 있는 겁니다! 그리고 만약 전형적인 배신자가 콰지모도가 된다면, 당신은 <300>을 보고 있는 겁니다! 그러니 당신이 돈과 허비할 시간이 없다면 … 그것(영화 <300> - 옮긴이)을 보지 마세요!

 

 

* 원문 -> The Hideous Yankee invasion in our history. When the Persian King becomes a black, skinhead, Gay activist, Then you have 300! When the wise Greek leadership is replaced by old perverts, Then you have 300! When the masculine Greeks wax their chests, Then you have 300! When the mighty immortals are replaced by samurais, Then you have 300! And when the traditional traitor becomes Quasimodo, Then you have 300! So unless you have money, and time to lose … Don't watch it!!!

 

 

(보충설명 : 실제 역사에서는 페르시아 - 아케메네스 제국 - 의 황제가 흑인이었던 적이 없음. 모두 백인 남성이었다. 그리고 당시의 유물과 그림에는 페르시아의 황제가 곱슬거리는 검은 머리카락을 기르고, 수염도 길게 길렀다는 것이 드러난다. 게다가 영화에서는 페르시아의 황제인 ‘크세르크세스’가 동성애자로 나오지만, 역사서에는 그가 동성애자였다는 말은 없으며 오히려 여성인 황후를 배우자로 두었다는 말만 나온다. 기독교 문화권과 이슬람교 문화권과 유태교 문화권에서는 오랫동안 동성애를 죄악으로 여겼고, 그래서 지금도 서양에서는 남자에게 ‘동성애자’라고 부르는 게 큰 모욕이다. - 우리로 치면 남자에게 ‘계X애 같은 X’이라고 부르는 셈이다 -.

 

 

그리고 영화에서는 헬라스의 지도층이었던 스파르타의 사제들이 늙고 못생겼고 변태인 것처럼 나오지만, 실제로 그들은 못생기지 않았으며 여성 사제의 몸을 탐하지도 않았다. 또 ‘가슴 근육에 왁스를 바른다.’는 말은 영화가 남성의 몸을 지나치게 강조하느라, 마치 ‘왁스를 바른 것처럼 빛이 나는 몸매’를 드러낸 것을 비꼰 말이다. 실제 역사에서는 아테네 군이건 테베 군이건 스파르타 군이건 모두 몸을 가린 청동갑옷을 입고 싸웠으니까.

 

 

나아가 영화에서는 아케메네스 황제의 친위대인 불사신 부대 - 영어로는 이모털즈 Immortals - 가 ‘온 몸을 검은 옷감으로 칭칭 감고, 머릿수건[터번]을 두르고, 은으로 만든 도깨비의 얼굴을 그린 탈을 쓰고, 은빛인 판때기를 대충 이어 만든 가벼운 갑옷을 입고, 쌍칼을 휘두르는 군인들’이자 ‘못 생기고 흉악한 얼굴을 탈로 가린 자들’로 나오지만, 서양 역사학자들이 벽화와 유물과 역사기록을 통해 밝힌 바에 따르면 그들은 오늘날의 이란 남성과 똑같이 생겼고(아케메네스를 비난한 헬라스인 역사학자 헤로도토스도 그들이 못생겼다고 말하지는 않았음), 수염을 기르고 머리카락을 적당히 짧게 잘랐으며, 맨얼굴을 드러냈고, 작은 모자를 썼고, 화려하게 물들이고 복잡한 무늬가 베풀어진 긴 옷은 입었으나 갑옷은 입지 않았고 - 몇몇 병사들만 작은 쇳조각들을 가죽 끈으로 하나하나 이어서 만든 미늘갑옷을 입었다 - , 쌍칼이 아니라 긴 창과 나무방패와 단검과 활/화살로 싸웠다. 한마디로 “영화에 등장한 페르시아인들의 갑옷은 완전한 허구다(카베 파로크 박사).” 좀 더 잔인하게 말하자면 영화에 나오는 불사신 부대는 “뭔가 피상적으로 할리우드식 '닌자'의 모습을 닮았는데, 검은 색은 사실 페르시아군 복색에 전혀 사용된 바가 없기 때문이다. 대충 '오리엔털'한 모습의 금속 마스크 또한 이 정예병들이 사용한 바가 전혀 없으며,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페르시아군은 대체로 그리스인들 보다 훨씬 경장이었다(카베 파로크 박사).”

 

 

피디스 씨가 말하는 “전형적인 배신자”는 크세르크세스에게 스파르타군을 칠 수 있는 지름길을 가르쳐 준 헬라스 사람 에피알테스인데, 헤로도토스의 기록에는 그가 못생긴 사람이라는 말이 전혀 나오지 않고, 곱추라는 말도 없으며, 스파르타 사람이라는 말도 없다. 그런데도 영화는 그의 모습을 비틀어서 보여 주고 있는 것이다. 콰지모도는 빅토르 위고의 소설『파리의 노트르담』에 나오는 남자인데, 그는 코가 납작하고 곱사등이며 키가 작고 다리가 짧다. 그런데 그의 모습이 영화에 나오는 에피알테스의 모습과 너무나 비슷한 것이다. 피디스 씨는 바로 이 사실을 지적하고 있다)

 

 

2. 헬라스에서 영화 <300>을 직접 본 헬라스 사람의 편지 :

 

 

“영화 <300>을 봤는데, 완전히 실망했네. 그 영화는 페르시아 인들을 악마로 묘사하고 있더군. 페르시아에 대해서는 올바른 것이 하나도 없었어. 게다가, 그 영화는 레오니다스 왕의 대사를 통해 일부 그리스 철학자들과 아테네 문명 또한 마찬가지로 악마화하고 비하하고 있는 듯 해.... 도대체 스파르타 인들과 악마들이 나오는 이 영화를 왜 보고 있을까 스스로 의심이 들었지. 양쪽 진영 모두에 영광되고 용감하고 명석한 사람들이 있었다는 내용은 전혀 없어. 스파르타 인들이 테르모필레에서 행한 일이 대단했던 이유는, 그들이 아무나 상대로 싸울 수 있었기 때문이 아니라 용맹하고, 영화로운 적을 상대로 싸웠기 때문일 텐데 말이야. ... 이 사실을 이해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은 것 같아.”

 

 

- 카베 파로크 박사에게 한 헬라스 친구가 2007년 3월 12일에 보낸 E-메일의 내용

 

 

(카베 파로크 박사는 헬라스에 살고 있는 이란인 지식인이다 - 옮긴이)

 

 

#헬라스(Hellas) : 수도가 아테네인 나라의 정식 국호. ‘그리스(Greece)’는 로마인이 멋대로 붙인 이름이다. 헬라스 사람들은 그리스라는 이름이 깔보는 뜻이라고 하여 싫어한다. 오늘날의 헬라스 사람들은 헬라스를 ‘엘라스’라고 발음한다.『신약성서』에 나오는 ‘헬라’가 바로 이 헬라스다. 희랍(希臘)은 헬라스를 한자로 옮긴 말이다.

 

 

* 참고 자료

 

 

- http://www.ghandchi.com/iranscope/Anthology/KavehFarrokh/300/index.htm

 

<영화 “300” : 사실과 허구의 구분을 위하여> - 카베 파로크 박사의 글

 

 

- <할리우드 멍청이들에게 보내는 헬라스 사람의 대답 - 영화 300에 대해서! : Greek Answer to Hollywood nuts(300 the movie)!> ↓

 

 

(http://www.youtube.com/watch?v=FhOXOnEqWdY&feature=rela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