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연극 속 인권, 연극 밖 인권

개마두리 2012. 5. 19. 00:51

 

- 시리아의 정치상황극<카메라를 봐 주시겠습니까>를 보고

 

- 김인경 (dchr) 기자

 

지난달 서울에서 <카메라를 봐 주시겠습니까>라는 연극이 상연되었다. 제목만으로는 얼핏 뿔뿔이 흩어져 살던 가족들이 어느 순간 모여서 극적인 화해를 하고, 한껏 즐거운 표정으로 기념사진을 찍는, 따뜻한 드라마를 떠올릴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내용은 결코 만만치가 않다.

 

이 연극은 시리아의 정치 상황을 보여주는 일종의 고발극이다. 시리아의 현재 상황은 매우 복잡하다. 정부군이 자행하는 압제의 방법이 매우 강하고 빠르게 진행되고 있으며, 지금까지 사망자가 8천명을 육박하고, 감옥에는 수천명의 구금자들이 넘쳐난다. 그러한 시리아의 모습이 이 연극 속에 고스란히 드러난다.

 

<카메라를 봐 주시겠습니까>는 극중 배역인 영화감독 '노라'가 다큐멘터리를 만들기 위해, 불법구류 됐던 시리아인들의 증언을 수집하는 과정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제목은 증언하는 사람들이 카메라를 잘 쳐다보지 못하는 부분에서 착안한 것이다.

 

극은 정부의 불법 구금에 구류되었던 시위자들이 카메라 앞에서 자신들에게 가해졌던 정부의 억압, 비인권적 태도에 대해 낱낱이 진술하는 것으로 이뤄진다. 감옥의 복도에 눈이 가리워진 채로 서있는 수감자들. 그 앞을 지나가는 사람은 모두 수감자들을 때리고 지나가야 한다. 간수뿐 아니라, 청소부도 이 규율을 따라야 한다. 때문에 수감자들은 언제 어느 때 가해질 지 알 수 없는 폭력에 대한 두려움에 떨어야 한다. 폭력을 가해야 하는 입장에서도 복도를 지나가야 하는 일이 곤혹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인권유린은 어느 곳에서나 계속된다. 잡힌 사람의 소지품을 마음대로 가져가 버리고, 여성일 경우에는 옷마저 벗겨버린다. 어떤 아주머니는 자신의 딸 정도 되는 어린 여자가 도망간 방향을 알려주고, 환경미화원은 그녀를 잡아간다. 우리도 경험했음직한 상황도 벌어지는데, 한 아버지는 아들을 이렇게 혼낸다. "네가 욕하는 대통령님은 우리를 위해 일하고 계신다!" 라고.

 

노라는 이런 일들을 자세히 알리고 싶어서 다큐 찍는 일을 시작한 것이다. 이는 무척 위험한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그 일을 계속한다. 왜냐고 이유를 묻는 오빠에게 이렇게 대답한다. "머리를 흙 속에 쳐 박고 있는 것보다는 낫잖아."

 

하지만, 그렇게 일 년이 넘어가면서, 노라는 지쳐간다. 다큐를 찍는 일에도 회의감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그녀가 만나는 이들은 '희망'을 이야기한다. 그래도 아직 많은 사람들이 멈추지 않고 꾸준히 맞서 싸우고 있다고, 민주주의를 위해 싸우고 있다고 말이다.

 

다큐멘터리를 찍는 것 자체를 연극이란 허구의 틀로 대체한 것은 사실이지만, 시리아 현 정부의 행태를 직설적으로 배우의 입을 통해 말함으로써 연극은 그 어떤 장치보다 확실하게 정부를 비판하고 고발한다.

 

지금 우리와 동시대를 살고 있는 시리아인들은 자유와 민주주의, 사회적 정의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싸움을 멈추지 않고 있다. 그 모습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시리아 배우들과 스탭들이 한국으로 건너와서 그들의 고민을 연극으로 보여준다. 어떠한 압박이 닥쳐올지도 모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실제 5월 중순까지 계속되려던 이 연극은 예정보다 2주 빠르게 막을 내렸다. 현재 시리아에서 벌어진 총격으로 가족들의 안전이 걱정된 공연팀이 원래 일정보다 서둘러 시리아로 돌아간 것이다. 이러한 상황은 이 작품의 진정성과 긴박감을 더해준다.

 

아사드 정권, 이라크 난민, 쿠르드계 민족, 이슬람 종교 등등 많은 부분이 다른 시리아의 이야기가 그다지 낯설지 않은 이유는, 우리가 이미 인권을 무시한 정부가 어느 만큼 폭력적이 되는 지를 보았기 때문이다.

 

시리아의 참혹한 현실을 고발한 연극 <카메라를 봐 주시겠습니까>의 공연팀이 고향에 돌아가서 별 탈은 없을지 새삼 걱정스럽다. 나라와 민족을 떠나 같은 연극인으로써 목숨을 걸고, 진실을 알리는 그들에게 존경을 표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대전충남인권연대 뉴스레터에도 실렸습니다. 김인경 기자는 <극단 좋다>의 배우이며 극작가로 활동중입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 날짜 : 2012.05.18 ⓒ 2012 OhmyNews

 

* 출처 :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733775&PAGE_CD=&BLCK_NO=&CMPT_CD=A0101

 

(<오마이뉴스>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