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창>
- 존 페퍼(미국 외교정책포커스 소장)의 글
남북한(한국과 조선 공화국 - 옮긴이) 사람들에게 통일은 ‘약속의 땅’이나 ‘성배’처럼 신화적인 성질을 갖는다. 남북한 사람들 대부분은 남북이 결합해 분단과 일본 식민지배 이전에 존재했던 국가(통일국가 - 옮긴이)를 재창조하는 통일을 꿈꾼다. 이것은 아름다운 생각이지만, 누구도 그 성취 방안에 대해서는 아주 좋은 아이디어를 갖고 있지 않다.
남한(한국 - 옮긴이)에서는 통일의 방안과 시기, 내용에 대해 많은 여론조사가 있었다. 예를 들어, 최근의 아산연구원 여론조사를 보면, 통일에 대한 관심이 80%를 넘을 정도로 여전히 매우 높다. 다만, 젊은이들은 이 주제에 관심이 더 적었고, 통일 지원을 위해 추가적으로 세금을 내는 데도 관심이 더 적었다.
다른 한편으로, 북한(조선 공화국 - 옮긴이) 사람들이 어떤 견해를 갖고 있는지에 대한 우리의 관점은 여전히 충분하지 못하다. 북한 정부(조선노동당 - 옮긴이)는 (이 문제에 대해 - 옮긴이) 많은 공식 발표를 해왔다. 탈북자(조선인 망명자 - 옮긴이)들은 자신들의 견해를 나타냈으나 그들은 북한을 떠났기 때문에 그들의 관점이 얼마나 북한 사람들(조선 인민 - 옮긴이)을 대표하는지는 불확실하다.
지난해『조선일보』와 통일문화연구원 연구자들이 중국에서 실시한, 북한 사람 100명에 대한 여론조사는 우리에게 약간의 새로운 정보를 준다. 이들 북한 사람들은 탈북자들이 아니다. 그들은 (조선노동당의 허락을 받고 이민하여 - 옮긴이) 중국에서 일을 하거나, 친척들을 방문하면서 중국에 일정 기간 머물고, 다시 북한으로 돌아갈 계획이다. 북한에선 대중들을 상대로 여론조사를 하는 게 불가능하다. 이 조사에 어느 정도 가치를 부여하는 이유다.
통일 문제에 관한 이들 100명의 관점은 놀랍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남북한은 통일 이슈를, 그 방향이 반대이긴 하지만 동일한 방식으로 바라본다. 북한은 ‘우리식 사회주의’라는 깃발 아래 한반도(참고로 조선 공화국과, 중국과, 일본은 ‘조선반도朝鮮半島’라는 이름을 고집한다 - 옮긴이) 통일을 갈망한다. 이승만 대통령 시절의 남한은 북한을 군사적으로 흡수하려는 희망을 가졌다(그러나 자유당 정권의 시도 - 김일성을 죽이고 조선 공화국을 무너뜨리려는 시도 - 는 중국군과 소련군의 참전으로 물거품이 되었다 : 옮긴이).
한반도의 계속되는 교착 상태는 김일성과 박정희(다카키 마사오 - 옮긴이)가 통일 성취를 위한 다른 방안을 고안하도록 했다. 그 시대(냉전시대인 서기 1970년대 - 옮긴이)에 양국(한국과 조선 공화국 - 옮긴이)의 구조적 유사성, 즉 권위주의적 정치체제와 국가 주도의 경제개발, 사회적/문화적 획일성(또 있다. 두 체제는 “개인보다 단체와 나라가 더 중요하다.”고 주장하는 점도 똑같았다 - 옮긴이)을 고려하면, 궁극적 통일을 위한 방식을 발견하는 것은 그렇게 터무니없는 일은 아니었다.
정말로, 당시 주요한 난제 중 하나는 이데올로기적인 게 아니라 수적인 것이었다. 남한이 북한보다 인구가 훨씬 많았기 때문에(서기 2015년 현재도 이 상황은 변한 게 없다. 한국 인구는 5100만 명이고, 조선 공화국의 인구는 2900만 명이다 - 옮긴이), 양쪽은 각각을 동등하게 대표하고 양쪽 인구를 비례적으로 대표할 수 있는 정치구조에 합의할 수 없었다.
북한이 1990년대 기아와 경제위기에 빠져들면서(조선노동당은 이를 ‘고난의 행군’이라고 부른다. 이 때 많은 조선 인민이 굶어죽었고, 견디다 못한 조선 인민들은 조선 공화국 밖으로 달아나거나 사람고기를 먹거나 밀거래를 했다 - 옮긴이), 다른 통일관이 주로 남한에서 생겨났다. 공산주의 국가들은 동유럽에서 붕괴했고, 북한이 붕괴하는 것도 시간문제처럼 보였다.
그래서 통일은 군사행동이나 복잡한 정치적 협상을 통해서가 아니라, 북한 정권이 붕괴하고 남한이 그 정치적 공백을 채우는 방식으로 일어날 것처럼 보였다.
북한 체제가 완강하게 생존하면서 이런 최근의 통일 시나리오는 불확실한 상태에 놓여있다. 북한이 붕괴할 것이라는 예측은 여전히 일상적으로 만들어지고 있으나, 그 누구도 통일이 조만간 오리라고 기대하지 않는다.
북한 사람 100명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북한 사람들도 남한 사람들처럼
통일에 많은 관심을 보여주었다. 95%가 통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압도적인 숫자
가 통일이 되면 개인적으로 혜택을 볼 것으로 믿었다. 많은 사람들이 기본적으로 실
용적이었고, 그들이 어떤 체제 안에서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서 신경을 쓰지 않았다.
양국 정부는 통일에 대해 서로 간에 얘기하지 않고 있다(할 말이 너무 뻔하니까, 애
초에 이야기를 하는 것도 싫다는 것이겠지! - 옮긴이). 그러나 북한 사람들은 남한
동포들보다 많지는 않지만, 남한 동포들만큼 이 주제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 또 두
체제의 장점에 대한 토론들이 북한 내 다양한 사회/경제적 층위에서 일어나고 있음
을 엿볼 수 있다.
더 중요한 것은 이 조사 결과가 북한 사람들에게 외부 세계와 관여할 기회를 주는
프로젝트들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 나라에서 변화가 일어나려면, 그것이 시민들의 마음속에서 생겨나야 한다. 그리
고 그것이 명백하게 이미 북한 내에서 일어나고 있다.
-『한겨레』서기 2015년 6월 15일자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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