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

▷◁변호사 사용법

개마두리 2017. 1. 13. 23:00


- <동네변호사가 간다>


변호사는 물건이 아니다. 우리는 흔히 변호사를 ‘산다.’고 표현한다. 잘못된 표현이다. 변호사의 ‘시간’을 산다고 하는 것이 맞다(또는 “변호사를 선임한다.”거나 “변호사를 고용한다.”는 말을 써야 한다 - 옮긴이).


사람들이 변호사의 시간을 사려는 이유(까닭 - 옮긴이)는 분명하다. 민사의 경우 자신이 처한 법률적 문제에 대하여 승소하거나, 형사의 경우 무죄 내지 양형(量刑. 형벌[刑]을 헤아리다[量]. 형벌의 양과 정도를 정하는 일 - 옮긴이)상 선처받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변호사와 소통에 실패해 변호사 선임 단계에서나, 그 이후에 별로 좋지 못한 판결을 받는 경우를 많이 봤다. 안타까운 일이다. 필자와 동료 변호사의 경험(동료 변호사가 겪은 일 - 옮긴이)을 종합해 몇 가지 조언을 드려보고자 한다.


먼저, 어떤 변호사가 좋을지 생각해보자. 변호사가 당신의(여기서는 ‘의’를 빼야 한다 - 옮긴이) 사건의 쟁점을 얼마나 정확하게 파악했는가가 중요하다. 무엇이 중한지를(중요한지를 - 옮긴이) 알아야 급소를 찌를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변호사가 당신의 사건에 얼마나 시간을 투여해 줄 것인가다. 사건 기록을 한 번 볼 때와 두 번 볼 때가 느낌이 다르다. 특히 형사사건은 사건기록을 여러 번 보는 것이 필요하다. 좋은 변호사는 내 사건에 가능한 한(될 수 있는 대로 - 옮긴이) 많은 시간을 들여주는 변호사다.


그렇다고 무조건 당신 사건에 많은 시간을 투여해 달라고 하는 것은 무리한 요구다. 변호사는 당신의 사건만을 수행하지(다루지 - 옮긴이) 않기 때문이다. 그보다는 사건의 진행에 대하여 자연스럽게 관심을 표명하면서 변호사의 주의를 환기할 필요가 있다.


이것이 지나쳐 변호사와 갈등을 빚는 경우가 종종 있다. 지혜롭게(슬기롭게 - 옮긴이) 대처할 필요가 있다. 특히 사소하고 지엽적인 문제를 변호사가 잘 모른다는 이유로 변호사를 불신하는(믿지 못하는 - 옮긴이) 경우가 있다. (이 경우 - 옮긴이) 신뢰관계가 파탄 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다음으로 대화법이 문제다. 변호사는 당신의 편이기는 하다. 그러나 무작정 당신 편을 들어주는 사람이 아니다. 비유하자면(빗대자면 - 옮긴이) 변호사는 ‘비판적 지지자’다. 당신의 주장을 판사에게 납득시켜서 당신이 승소할 수 있도록(재판에서 이길 수 있도록 - 옮긴이) 하는 사람이다. (그러므로 당신은 - 옮긴이) 당신의 주장을 당신의 변호사부터 납득할 수 있어야 한다(‘납득할 수 있어야 한다.’ → 받아들일 수 있게 해야 한다 - 옮긴이).


그러자면 당신의 주장은 구체적이고 명확해야 한다. 분쟁 상대가 반론을 제기하는 핵심 쟁점에 대해선 증거(더 정확히는 물증 - 옮긴이)가 분명해야 한다. 거꾸로 말하면 변호사가 당신에게 주장이 구체적이고 명확한지(또렷한지 - 옮긴이), 상대방이 다투는 대목에 관하여 증거가 튼실한지 꾸준히 따져 물어야 한다. 변호사가 이런 질문을 하는 걸 두고(이렇게 묻는 걸 두고 - 옮긴이) “저 변호사가 나를 안 믿네.”라고(하고 - 옮긴이) 의심하면, 그런 오해로 인한 폐해(오해 때문에 생긴 폐해 - 옮긴이)는 고스란히 당신에게 전가될 것이다.  


오히려 변호사가 당신의 말에 이래도 ‘응’, 저래도 ‘응’ 하기만 한다면 그 변호사를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변호사는 자꾸 따져 묻고, 사건을 여러 각도에서 이리저리 찔러보는 과정을 거치며 당신의 주장을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고, 판사를 더 잘 설득할 수 있다. 


하나만 더 말씀드리자면, 변호사가 법원이나 검찰에 내는 서면(일정한 내용을 적은 문서. 서류 - 옮긴이)을 사전에 점검해서 당신의 의견이 반영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구술심리 내지 공판중심주의가 점점 확대되는(늘어나는 - 옮긴이) 추세에 있는 것은(추세인 것은 - 옮긴이) 분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하지만’이라는 말을 써야 한다 - 옮긴이) 문서로 사실관계와 법리를 주장하고 증거를 제출하는(내는 - 옮긴이) 과정도 여전히 중요하다. 구술심리나 공판중심주의도 이런 문서상의 주장과 증거를 기초로 이뤄진다. 문서상의 주장과 증거를 사전에 꼼꼼히 점검해야 하는 이유다.


법리(法理. 법률[法]의 원리[理] - 옮긴이)야 변호사가 더 전문가지만, 사실관계는 변호사보다 직접 경험한(겪은 - 옮긴이) 당사자인 당신이 더 정통하지 않는가?


- 이광철(변호사)의 글


-『한겨레』서기 2016년 10월 4일자 기사